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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걸어가는 길에..




이 사진을 찍고 나니 왠지 '달의 궁전'에서 

에핑이 포그에게 보고 오라고 했던 '문라이트'라는 그림이 떠올랐습니다. 


블레이크록 '문라이트'

 

나는 마음속에서 에핑을 몰아내려고 애쓰면서 한두 발짝 뒤로 물러나 그림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캔버스 한가운데에 ─ 내게는 그것이 정확히 중간에 있는 것으로 보였다. ─ 완벽한 보름달이 자리잡았고 그 창백한 흰색 원반이 그 위쪽과 아래쪽에 있는 모든 것들을 비추고 있었다. 하늘, 호수, 가늘고 긴 가지들이 뻗친 커다란 나무, 그리고 지평선에 낮게 깔린 산들. 앞쪽에 그려진 넓지 않은 땅은 그 사이를 흐르는 개울에 의해 두 뙈기로 나뉘어 있었다. 왼쪽 제방에는 인디언의 원추형 천막과 화톳불이 있었고, 몇몇 사람들이 불 주위로 둘러앉아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 모습을 분명히 알아보기는 어려웠다. 그것은 단지 아주 조그맣게 인간의 모습을 암시한 것으로, 대여섯 명쯤 되는 사람들이 불빛을 받아 벌겋게 달아 있었다. 커다란 나무 오른쪽으로는 다른 사람들로부터 뚝 떨어져 말을 타고 있는 사람이 명상에 잠긴 듯 혼자서 조용히 수면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의 뒤쪽에 있는 나무는 그보다 열 배 내지 스무 배쯤 더 컸는데, 그 대조 때문에 그의 모습이 아주 조그맣고 하찮게 보였다. 그와 그가 타고 있는 말은 실루엣에 지나지 않는, 깊이나 개별적 특성이 없는 검은 윤곽이었다. 다른 쪽 제방에서는 사물들이 더 흐릿해서 거의 완전히 어둠 속에 잠겨 있었다. 하지만 거기에서도 왼쪽에 있는 큰 나무처럼 가늘고 긴 가지들을 뻗친 몇 그루의 작은 나무들이 보였고, 거의 맨 아래쪽으로는 눈에 띌 듯 말 듯 약간 밝은 부분이 있었다. 내게는 그것이 또 다른 사람(아마도 잠이 들었거나 죽었거나 아니면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드러누워 있는) 아니면 다른 화톳불의 흔적인 것처럼 보였는데, 어느 쪽인지는 잘 알 수 없었다. 

 

- 밀리의 서재  [달의 궁전] 중에서

 

달의 궁전

폴 오스터 저/황보석 역
열린책들 | 2000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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