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저녁 개기월식이 있었습니다. 달이 지구의 그림자에 가려지는 월식현상은 오후 7시16분부터 85분 동안 있었다고 합니다. 그와 동시에 천왕성 엄폐현상도 있었다는데 이를 다시 보려면 앞으로 200년은 더 있어야 한다 하네요.
별을 기다리는 이야기를 하면 꼭 핼리 혜성이 떠오릅니다. 제가 국민학교 때 뭔지도 모르지만 오늘이 아니면 70년을 기다려야 한다며 모두 하늘을 보던 기억이 납니다. 실제 어떤 형태였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걸 보기 위해서 모여서 하늘을 봤던 기억은 납니다. 그 주기는 정확히 말하자면 76.03년입니다. 그때는 1986년이었고, 이제 앞으로 다시 올 날은 2061년이 될 것입니다. 못볼 가능성이 크겠죠. 혜성을 처음 발견한 핼리는 과거의 기록을 살펴보다 76년마다 이 혜성이 등장했음을 밝혀냅니다. 그가 예상한 다음 혜성의 등장 시기는 그의 나이가 102살 때였으니 이런 말을 남깁니다.
“만약 우리가 예측한 바가 맞다면, 이 혜성은 1758년경에 다시 돌아와야 한다. 그때 우리의 정직한 후손들은 이 혜성이 영국인에 의해 최초로 발견되었음에 감사히 여길 것이다.”
그리고 결국 그의 예상대로 1758년 그 혜성이 나타나서 천문학계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고 합니다.
이번 개기월식에서 생각 났던 작품이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신윤복의 '월하정인'이라는 작품입니다. 이전에 명작스캔들이라는 프로그램이 인기 있었는데 이를 책으로 내서 본적이 있습니다.
떠올랐던 이유는 이 작품 속의 달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일반적으로 볼 수 없는 달의 모양이었는데, 이는 월식이 있었다면 가능한 모양이었습니다. 충남대학교 이태형 교수는 시뮬레이션을 통해 1793년 8월 21일에 그와 똑같은 모양의 월식이 있었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신윤복이 활동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18세기 중반부터 19세기 중반까지 약 100년간 일어난 월식 중 서울에서 관측 가능한 부분월식을 조사해 봤다. 그 결과 1784년 8월 30일(정조 8년, 신윤복 26세)와 1793년 8월 21일(정조 17년, 신윤복 35세) 두 번에 걸쳐 그림과 같은 부분월식이 있었다.
월식이 일어나더라도 기상 현상 등의 이유로 실제로는 관측이 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따라서 승정원일기 등 당시 월식을 기록한 문서들을 통해 실제로 서울 하늘에서 이 월식이 있었는지를 조사했다. 당시 일식과 월식은 국가의 운명에 영향을 미치는 매우 중요한 천문현상으로 여겼기 때문에 거의 빠짐없이 기록이 남아 있다.
문서를 통해 알게 된 결과, 1784년에는 8월 29일부터 31일까지 서울 지역에 3일 연속 비가 내려 월식을 관측할 수 없었다. 그러나 1793년 8월 21일(음 7.15)에는 오후까지 비가 오다 그쳐서 월식을 관측할 수 있었다. ‘승정원일기 [원전] 제1719책’에는 ‘7월 병오(15)일 밤 2경에서 4경까지 월식(月食)이 있었다’고 정확하게 기록돼 있다.
https://www.hani.co.kr/arti/science/science_general/491944.html
(한겨레 2011. 8. 16. 과학향기)
그리고 다음날 아침에는 뿌연 미세먼지 속에서 태양이 떠올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