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것은 아름답다』경건한 마음으로 오늘을 느끼다
지난 달, 야근해서 들어온 남편과 재방송으로 두 엄마의 삶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보았다.
남편과 아이를 둔 두 엄마는, 암 선고를 받고 투병중이며 병원에서는 몇 개월이 안 남았다는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는 마지막 진단을 내린다. 나보다도 어린 나이의 엄마였고, 그들의 아이들도 나의 아이들보다 어렸다. 얼마나 미련이 많이 남을까, 하고 싶은 것도, 많고 해주고 싶은 것도, 받고 싶은 것도 많았을 텐데, 모든 걸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내려놓아야 한다는 것이.
남편과 함께 보면서 얼마나 많이 울었던지, 그들이 자신의 죽음을 수용하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너무나 의연한 것이 마음이 아팠다. 우리는 누구나 죽음을 맞이한다. 그 맞이하는 순간 그 누구도 알 수 없으며, 내가 원하는 그 순간을 절대 맞춰주지 않는다는 것이 야속하기도 하고 또 어찌보면 알지 못하기에 받아들이는데 긴 시간이 걸리지 않기에 고통이 적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인생이란 죽음으로 가는 대기실이죠.
태어난 그날부터, 언제 어떻게 어디서 죽을 진 모르지만 우리 모두 언젠가는 죽는다는 사실은
확실해지는거죠. 제가 곧 죽는다는 걸 알기에 마음이 평온해요. 그래서 매일 밤 신에게,
'제게 하시는 일이 지당하옵니다.'하고 말해요. 죽는게 무섭지 않아요. 행복하게 살았는걸요.
조시피나. 69쪽
『있는 것은 아름답다』의 사진과 글을 쓴 작가 '앤드루 조지'는 그들의 사진을 찍고, 죽음을 앞둔 그들을 인터뷰 또는 글로 받아 한 권의 책을 세상에 내놓았다.
죽음을 앞두고 그들이 죽음을 맞이하게 된 순간부터 살면서 가장 사랑했던 이에 대한 추억과 아쉬운 점, 삶에 대해 미련이 남는 것들에 대해 잔잔하게 모아놓았다. 너무나 평온해 보이는 그들의 모습은 가장 왕성했던 삶의 중심은 찾아볼 수 없이 지쳐있으며, 긴장된 모습만이 감돌았다. 죽음을 수용했다는 그들의 말도 죽음의 두려움은 어쩔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마음의 정리를 하며 쓴 짤막한 글에서는 그들의 삶을 엿볼 수 있었으며, 곧 이별을 앞두고 삶을 정리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돌아가는 상황이 만족스럽진 않지만,
거의 85년간 살았으니 지금은 끝내고 싶지 않다고 하면
과역도 그런 과욕이 없을 것 같다.
좋은 시간들도 있었고 안타까운 시간들도 있었지만,
불만은 없다.
지금은 일단 작별 인사를 할 때다.
잭. 41쪽
나는 두 아이의 엄마면서도 여전히 나의 엄마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매번 손 많이 가는 음식을 장만해두고는 와서 가져가라고 전화를 하신다. 엄마의 그 정성을 알기에 힘든 음식할 때는 장볼 때부터 부르라고, 먹고 싶은 게 있음 먹고 싶다고 대놓고 얘기하라고, 그게 자식을 진정으로 위하는 일이라고 매번 말씀드리지만, 단 한번도 본인이 좋아하는 음식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으신다.
나의 부모에게도 나에게도 언젠가는 죽음이 찾아올 텐데
난 자식의 입장으로, 엄마의 입장으로 무얼 준비해야 하고, 죽음을 받아들이는데 서로 상처를 갖게 되지는 않을까 죽음보다 그것이 더 두려워진다.
많은 후회와 아쉬움이 남아 죽음을 받아들이는 그 순간부터 내 자신이 너무나 괴롭지는 않을까.
아직 못다한 일도, 못다한 말도, 못다 전한 마음이 남아 내내 가슴에 사무쳐 준비없이 죽음을 마주하게 되지는 않을까.
죽음을 경건한 자세로 잘 맞이할 수 있을까.
나는 모든 게 너무나 낯설고 두렵다.
내 인생 전체.
모든 게 잘 해결될 것 같은 단계에 와 있다.
나는 너무나 행복하고 만족하며,
내 앞에도 내일이 펼쳐져 있다고 믿는다.
머리맡에 있는 빛은 나더러 참 예쁘고 빛이 난다고 말해 준다.
나는 해야 할 일이 있고,
마침 컨디션도 좋고,
내일은 새로은 시작일 뿐이다.
삶에 건배를.
넬리 구처레즈. 159쪽
죽음을 앞둔 스무 분의 글을 만나고 편지를 읽으면서 그들이 지나온 삶을 함께 돌아보게 되었다. 어느 한 분도 편안하고 굴곡이 없었던 분은 없었으며, 그 속에서 좌절하고 안타까워하며 보낸 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죽음을 앞둔 지금 그들은 받아들이고, 아쉬움은 아쉬운 대로, 감사하면 감사한 대로, 후회스러움은 그런대로 남겨둔 채 오늘 하루 숨을 쉬며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그 순간을 아름답다고 말한다.
그들의 죽음은,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에게 오늘에 대한 감사함을 느끼며 내일을 위한 욕심을 내지 말라고 말하고 있다.
오늘의 바쁨도 오늘의 미움도 오늘의 지침도 내일 또 경험한다는 보장은 누구도 할 수 없다는 것.
이것이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주어진 가장 힘들고도 쉬운 과제인 것이었다.
어제는 이미 지난간 날일 뿐이죠. 오늘 새로 시작하는 거예요.
…
만나는 사람을 모두 사랑하려고 노력하세요. 그게 누구든, 어떤 일을 하는 사림이든 간에, 그 사람을 받아들이려고 노력하는 것, 그게 바로 사랑이죠.
…
자신의 행동과 말에 책임을 지세요.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이나 말을 했다면, 받아들일고 기꺼이 책임을 지세요. 누군가에게 상처를 줬다면 용서를 구하세요. 자신의 잘못을 다른 사람의 탓으로 돌리면 안 됩니다.
랠프. 191쪽
우리는 언제 어디서 누구나 죽음을 맞이한다. 그렇다고 우리가 죽음을 맞이할 준비를 항상 할 필요는 없다. 어느 순간 찾아왔을 때, 그 때가 왔음을 받아들일 수 있는 오늘이 될 수있도록 우리는,
지금의 오늘, 나에게 온 오늘을 나답게 살아갈 의무만이 있는 것이다.
어제의 못다한 일에 치이지 않으며, 방금 내가 한 말에 대한 후회를 하지 않으며, 상처를 준 사람에 대한 미안함으로 오늘까지 끌지 말아라.
이는 오늘이 아닌 어제를 살아가고 있을 뿐, 나에게 오늘을 주지 못한 것이다. .
우리는 오늘 나에게 맡겨진 일은 오늘, 후회된다면 지금 바로 사과하고, 미안하다면 지금 바로 안아주면 된다. 이것이 우리가 오늘을 잘 살았다 할 수 있는 것이다.
- 르네 잭 킴 사라 다이애나 조세핀 샐리 척 존 에디샤 조
아이린 아벨 도널드 마이클 넬리 세라 오디스 원더 랠프 -
죽음을 앞두고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를 위해 인터뷰와 글로 삶을 정리해주신 스무분께
나에게 온 오늘을 잘 살아겠노라 약속드린다.
죽음 앞에서 자신이 살아온 삶의 가치관과 삶의 의미를 전하고자 애써주신 분들을 진심을 담아 애도를 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