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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빌리아 이발사의 모자

[도서] 세빌리아 이발사의 모자

이재호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한때 '어른들을 위한 동화'에 빠져 신간이 나오는 대로 읽고, 설레고 좋다고 책을 끌어안았던 시기가 있었다. 어린이를 위한 글이 동화인데, 그 동화가 어른이 나만을 위해 나오는 듯한 착각을 하게 만드는 '어른들을 위한' 이 말에 마음이 동해 헤어나지 못했다. 지금도 난 변하지 않았다. 정말 오랜만에 「마음이 따듯해지는 어른 동화」를 만나게 되었다.

 

 

어린 시절, 그 시절 중 언제? 어느 때가 가장 기억에 남을까, 생각해보면 마치 필름 한장마다 추억을 담고 있듯 띄엄띄엄 떠오른다.

50원짜리 호떡을 먹겠다고 학교 정문 옆 호떡방에 옹기종기 앉아 내 차례가 올 때까지 군침 흘리며 기다렸던 겨울 어느 날, 준비물 살 돈을 신발장 옆에 두고 왔다는 말에 문구점 할머니가 내일 와서 주면 된다고 비닐봉투에 서예 준비물 담아주었던 5학년 등굣길 아침, 키도 작고 겁도 많았던 나에게 가장 무서웠던 뜀틀, 체육선생님이 나의 손을 잡고 함께 달려가 나를 공중에 붕 띄워서 아주 가뿐하게 뜀틀을 넘어 아이들의 박수를 받았던 아주 더웠던 6학년 체육시간.

이렇게 나의 어린 시절은 필름처럼 뚝뚝 끊긴다. 앞뒤 사연을 연결해 봤다면 왜 그런 일들이 일어났는지 전과 후가 있었을 텐데, 나의 기억도 나의 노력도 여기까지 였다는 것이 자뭇 아쉬움으로 남는다.

 

 

시골 마을의 '서리'에서 시작된 가족들의 놀림과 결혼할 수 밖에 없는 아주 명확한 이유와 일사병이 가진 무서운 증상을 극복하고자 했던 이야기들이 마을과 가족 그리고 마을 사람들과의 관계로 이어지면서 시골 배경의 드라마를 보는 듯 하다. 웃음이 나는 순간에도 나름 심각한 고민에 빠진 그의 모습에 진지함으로 가면을 써야만 했다.

이 생각, 저 생각, 이 저 생각, 생각, 생각, 생각은 세포를 증식시키며 새끼를 까고, 깐 새끼들은 어미 생각에 또 다른 반대 의견을 표출하고, 이와 같이 일사병 때문에 시작된 고민은 결혼이라는 의외의 변수를 만나 수없이 생각의 좌초를 연발했다.

세빌리아 이발사의 모자. 42쪽

 

 

일사병과 모자, 나와 아저씨, 25년 전 쓴 글을 다시 세상에 내놓은 작가 이재호님에게 유년시절은 어떤 빛깔로 가슴에 남았을까, 하고 갑자기 궁금해졌다. 어린 시절에 경험한 일들의 명확한 기억과 논리적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해결해야 하는 문제에 대해 스스로 깊이있고 다양한 사고를 펼쳐보였다. 그의 진지함은 사고의 깊이를 키우고, 또 다른 가지를 치며 뻗어가는 창조로 발전해나가지 않았을까 싶다.

정말 오랜만에 읽은 어른들을 위한 동화 『세빌리아 이발사아의 모자』는 가족과 함께 했던 어린시절의 나와 마을에서 함께 자라고 생활했던 마을 친구와 사람들, 그리고 그 때의 나의 마음엔 깃들었던 다양한 생각들을 한장씩 펼쳐보는 시간을 만들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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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타블로거 부자

    예전 추억이 생각나는 정겨운 그림이라서 더 와닿는 리뷰였습니다.
    우수리뷰 선정되신 것 축하드립니다.

    2020.07.04 09:30 댓글쓰기

PRID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