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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의 재발견

[도서] 라면의 재발견

김정현,한종수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우리 삶과 함께 한 라면의 변천사

 

군 시절 겨울철이 되어 행정반에 연탄난로가 들어오면 새로운 재미가 있었다. 순찰다녀오는 때에 맞춰 양은냄비를 올리고 추운 겨울 부대 주변을 돌고나서는 시려운 몸을 녹이며 새벽 라면을 먹는 것은 그때가 아니면 느낄 수 없는 쏠쏠한 재미였다. 어릴 때 라면은 엄마가 없을 때 아쉬운 대로 배고픈 배를 채우는 한 끼 식사이기도 했지만, 한창 클 나이에 출출한 배를 채워줄 간식이기도 했다. 라면을 뽀개서 스프에 섞으면 간단한 간식거리가 되기도 했고 아예 라면과자가 나오기도 했다. 100원짜리 삼양라면에서 야채 후레이크가 섞인 120원짜리 라면이 나온 것이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1000원이 넘는 신라면 블랙을 싸이가 광고하기도 했다. 

이처럼 라면은 우리 삶과 함께 해왔고 라면의 변천사를 보면 우리 사회의 변화를 느낄 수 있다. 이런 라면의 역사를 새롭게 정리한 책이 나왔다.

-책 표지는 삼양라면과 비슷한 데 집에 오뚜기 라면만 있어서 같이 찍어보았다. 백종원이 즉석에서 오뚜기 회장에게 전화해 다시마를 더 넣었다고 하는 그 라면이다. 예전 너구리를 생각나게 한다.-

라면은 시대에 따라 늘 변신해왔다. 그리고 그 모든 변신에는 사회의 변화가 전제됐다. 최초의 라면은 밥 대신이었고 배고픈 사람들의 허기를 채워주었다. 옛날 국수의 역사를 이야기하는 것으로 시작해서 꿀꿀이 죽을 먹는 사람들을 안타깝게 여겨 일본에서 라면을 들여왔다는 이야기로 이어진다. 이제는 배고픔 해결보다는 레저를 위한 먹을거리가 되었고 편의점에서는 간단하게 물만 부으면 되는 컵라면이 대세가 되었다.

라면을 끓이는 도구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해왔다. 예전부터 아궁이에 써왔던 가마솥은 더 이상 라면을 감당할 수 없었고 곤로라 불리던 석유난로에서 연탄불, 가스렌지로 변해왔다. 여기에 인덕션도 생겼고 중간에 전기쿠커도 있다.


이 책에서는 라면의 역사와 함께 라면과 같이 변해온 우리 사회에 대해서도 이야기 해주고 있다. 차례 그림에는 옆에 라면 조리예가 담긴 사진을 놓아서 라면 조리가 어떻게 변해왔는지도 보여주고 있다. 목차만 봐도 라면의 변천사가 눈에 확 들어온다.

1부 라면의 탄생

2부 대한민국 라면의 시작

3부 라면의 새로운 시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 라면의 시작과 새로운 발견에 대해서 이야기 해주고 있다. 일본에서 시작한 라면은 이제 한국인에게 빼 놓을 수 없는 식품이 되었고 그 조리도구와 방법도 다양해지고 있으며 영화와 문학에서도 종종 등장한다.

 

라면의 변천사는 라면만이 아닌 우리 사회의 변화를 담고 있다.

1963년 9월 15일, 한국 최초의 인스턴트 라면인 '삼양라면'이 세상에 나왔다. 일본에서 안도 모모후쿠에 의해 1958년 라면이 개발되어 나온 지 5년만이다. 그때 최초의 라면 가격은 10원이었고 당시 짜장면이 40원이었던 시절이다. 라면은 생필품의 성격이 강해서 라면 가격은 정부가 억제하기도 했고 짜장면과 함께 물가 변화의 상징성을 지니고 있었다. 

초기 잘 안 팔리던 라면은 정부 정책과 시대 변화에 맞춰 소비가 늘어나게 된다. 딸의 결혼식에 온 하객들에게 국수 대신 라면을 답례품으로 제공하기도 했고 연말연시 선물이나 군 장병 위문용 선물로도 많이 활용되었다 -이 책69p- 각종 선거에서 표를 얻기 위한 선물로 제공되기도 했다. 최초 굶주림을 벗어나고자 먹던 음식에서 점차 우리 사회에 파고들어 새로운 음식문화의 한 부분으로 라면이 변화하고 있었다.

 

-생라면을 봉지에 넣은 채 잘게 부수고 라면 스프를 뿌려 먹는 간식을 넘어서서 아예 라면과자가 나오기도 했다, 이 책p117-

1989년 10월 시작된 우지파동은 라면 업계의 재편을 가져온다. 그 동안 업계 1위였던 삼양라면이 흔들리고 농심이 새롭게 올라서게 된다. 이후에 도시락과 비빔면을 내세운 팔도가 등장했고 빙그레가 사라지는 등 라면 업계에서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청보를 인수한 음식업계의 강자 오뚜기가 현재는 새로운 라면업계의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2011년경에는 이경규를 내세운 꼬꼬면과 나가사끼 짬뽕으로 하얀국물의 라면이 출시되어 유행을 타기도 했다. 한 때 열풍이 불었지만 여전히 매운 맛에 붉은 국물이 담긴 라면이 우리 곁을 지키고 있다. 고가 라면의 대명사였던 '신라면 블랙'은 사골국물 맛을 내어서 고급라면을 등장시켰고 이어서 오뚜기 진짬뽕을 비롯해서 기존 라면의 배에 달하는 가격의 라면들이 연이어 등장하기도 했다. 기생충에서 유명해진 "짜파구리"같이 라면에 새로운 방식을 가미하거나 다른 성격의 라면을 섞기도 하는 조리법이 계속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들은 그 당시 유행과 사회상을 반영하며 라면을 통해 사회 구성원들의 생각들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알려주고 있다. 

라면은 문학에서도 영화에서도 종종 등장하지만 무엇보다 사회현상을 반영하기도 한다. 1990년대 북한과 긴장이 고조되면 '라면 사재기'라는 말이 등장했다. 수해나 각종 재해때는 어김없이 라면 박스가 구호물품으로 전달되었다. 1986년 아시아 게임에서 육상 2관왕에 올랐던 임춘애 선수가 라면 먹고 뛰었다는 말이 한 때 유행을 타기도 했었다. 물론 라면만 먹고 뛰지는 않았겠지만 소위 헝그리 정신의 대명사로 라면이 회자되기도 했다.


2016년 5월경에 구의역 스크린 도어 사고로 사망한 이를 추모하는 자리에는 죽기 전 가방에 있었던 육개장 사발면 등 컵라면이 놓이기도 했다. 일하면서 바쁜 시간, 식사를 제대로 할 틈이 없어 가방에 컵라면을 갖고 다니던, 가난했지만 성실하게 살던 19세 청년의 모습을 반영해주는 모습이어서 보는 이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컵라면이다.

<김씨 표류기>에서는 짜파게티 포장지를 보고 강물에 떠내려 온 라면 스프를 줍고 짜파게티를 만들기로 결심한다. 외로운 무인도 생활에서 라면 생각이 간절했을 법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멀리 외국여행을 가서 고향의 밥을 먹기 힘들때 라면을 떠올린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전 세계 라면소비에서 최고인 만큼 밥을 못먹을 때는 라면을 자연스레 떠올린다. 외국여행을 가는 사람들이면 누구나 컵라면 하나 정도는 챙겨가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 영화 <봄날은 간다>의 한 장면. "라면 먹고 갈래요?라는 대사를 날리던 달달한 사이에서 이제는 라면만 먹고 가는 단조로운 사이로 변한 장면이다-

"눈물로 간을 맞춘 라면을 먹어 보지 않은 사람은 인생에 대해서 말하지 말라"는 글도 있다고 한다. 우리 문학에서 라면에 대한 이야기는 종종 나온다. 음식을 못하는 아빠와 아들이 라면을 나눠먹는 장면도 영화에서 종종 나온다. 남녀가 같이 먹는 라면은 새로운 관계의 시작이 되기도 한다.

<봄날은 간다>에서 여주인공이 "라면 먹고 갈래요?"라고 한 말은 이제 썸타는 남녀 사이에 무언가 역사가 이루어지기 전에 등장하는 대표적인 말이 되었다. 영화<기생충>에 등장한 짜파구리는 새로운 라면 레시피의 상징이 되었다. 저렴한 짜파게티에 등심을 얹은 레시피는 라면의 새로운 세상을 상징한다. 오래전 영화 대사가 오늘날까지도 영향을 끼치듯 1960년대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해 등장했던 라면도 오늘날까지 우리 곁에 남아있다. 그리고 변화를 거듭해서 계속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제는 우리 라면이 우리 곁에서 벗어나 세계로 뻗어가고 있다. 기존 삼양과 농심 등 라면업체는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해외에 공장을 설립하기도 하고 팔도 '도시락'은 러시아에서 큰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도시락의 성공은 러시아와 우리나라의 교역을 상징하기도 한다. 식품업계에 이름이 있었던 오뚜기가 라면 시장에 안착했으며 이와 반대로 청보와 빙그레는 잠시 맛만 보여주고 사라졌다. 

어릴 때 석유난로에 또는 연탄불에 양은냄비로 물을 담아 끓여먹던 라면의 기억은 이제는 다양하고 고급화된 라면 레시피를 맛보는 것으로 변했다. 이 책 마지막 장에는 라면 같지 않은 고급 라면 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라면이 변하듯 우리 사회, 우리 삶도 변하고 있다. 라면은, 그 탄생부터 지금까지 우리나라 사람들의 삶과 함께 하고 있다.

이 책은 삼양이건장학재단에서 기획하여 출간해서 삼양라면의 역사와 삼양식품의 창업자의 일대기가 나온다. 삼양라면의 뻐아쁜 역사인 "우지 사건"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표지도 삼양라면 모양인데 약간은 삼양식품을 선전하는 느낌도 든다. 그런 부분이 거북하지 않다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삶에 자리잡은 라면의 변천사를 정리해보기에는 괜찮은 책이다. 

결국 라면은 탄생 이후부터 우리와 함께 했고 전 세계에서 한국인의 소비가 가장 많으며 붉은 색 국물의 매운 맛 라면을 중심으로 한 가운데 다양한 레시피를 선보이고 있다. 라면 광고는 많은 유행어를 낳기도 했고 그 시대상을 반영하기도 했다. 이처럼 라면의 변천사는 우리의 삶과 함께 하며 떨어질 수 없는 관계를 보여주고 있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이 글은 따비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료로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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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Yiangtal

    라면의 역사와 인간의 사회적인 여러 부분에 빠지지 않고 끼어 어울리는 수완까지...정말 재미있는 도서를 읽을거리 풍성하게 리뷰를 쓰셨네요. 언제 읽어도 캡님의 리뷰는...글을 정말 잘 쓰시는군요. 멋지시네요.
    이 도서 궁금증을 많이 자아내서 리뷰를 기다리고 있었던 도서였는데 라면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인상적이고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라면 100원도 놀라운데, 최초 라면 10원이라니...)

    2021.02.02 22:40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라면에서 대해서 그 역사와 변천사를 써주어서 재미있게 봤습니다. 우리 주변에 있는 라면이지만 정작 모르는 것들이 많았네요. 리뷰 잘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2021.02.08 09:09

PRID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