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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

[도서]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

백영옥 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5점

어릴 때 알던 빨강머리 앤을 되돌아보며 

 

"주근깨 빼빼마른 빨강머리 앤, 예쁘지는 않지만 사랑스러워~"

어릴 때 빨강머리 앤의 주제가를 들으며 자랐다. 여자 주인공이 나오는 만화는 보지 않겠다고 하며 즐겨보지 않았지만 그래도 그 주제가와 빨강머리 앤의 모습은 아직 머리속에 남아있다. 그러고 보면 어릴 때 기억은 꽤나 오래가는 모양이다. 

글쓴이는 오랜세월동안 글을 써왔다. <고양이 샨티>로 시작해서 <스타일>같은 소설을 내기도 했다. 2009년 예스24 강원도 문학캠프에서 잠시 보았던 글쓴이는, 사인을 해주며 초롱초롱한 눈빛을 보여주던 소설가로 기억이 남았다. 소설 머리말이나 맺음말 속에 꾸준히 등장하던 "H"가 궁금하기도 했는데 책을 읽으면서 보니 인연이 맺어진 모양이다. 

어찌되었든 어릴 때부터 할리퀸 문고 등 많은 소설을 읽으며 수없이 많은 글을 쓴 필력으로 어릴 적 빨강머리 앤을 다시보며 자신의 이야기를 이 책에 풀어냈고 많은 사람들이 책을 보았다. 빨강머리 앤의 이야기에는 앤을 비롯해서 개성이 뚜렷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 사람들을 되새겨보며 사람들 사이의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이 나를 비롯한 독자들에게 많은 공감을 주었다. 

 

"아직 너무 늦지 않았을 우리에게"라는 말로 시작하는 이 책은

예쁘지는 않지만 사랑스러운 나의 앤에게 라는 머리글을 시작으로 

우연을 기다리는 힘

고독을 좋아한다는 거짓말

슬픔 공부법

더 잘 사랑할 수 있는 사람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변한다

위와 같은 제목으로 앤을 바라보는 글쓴이의 생각과 마음을 담아 글을 이어간다. 제목과 목차만 봐도 세상을 살아가는 힘, 슬픔과 사랑에 대한 감정 등 어떤 이야기가 오고갈지 대충 감이 잡힌다. 글쓴이는 이전 소설에서 보여주었던 재치있는 필력으로 앤과 함께 사람의 감정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주며 때로는 독자들에게 웃음을 주기도 한다. 


 

 

오래 전, 침대에 누워 천장의 무늬를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지쳐 있었다. 인간관계에 실패했고 소설가가 되겠다는 오랜 꿈에서 멀어졌고, 결국 회사에 사표를 냈다. 버튼 하나 누를 힘이 없었지만 빨강머리 앤 시리즈를 봤다. 

글쓴이의 글은 위와 같이 시작한다. 힘이 없고 실패라는 단어가 가득찬 상태에서 본 어릴 적 <빨강머리 앤>은 글쓴이에게 어떤 느낌을 주었을까. "실망하는 것보다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 게 더 한심한 일이라고 생각해요!"라는 앤의 말. 그렇게 앤의 생각을 담은 말을 들으며 다시 글을 쓰고 소설가가 되었다고 하는 글쓴이. 그 당시 글쓴이와 비슷한 상황에 있던 오늘날의 우리들에게 많은 울림을 주는 생각들을 빨강머리 앤을 통해서 이 책에 담았기에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보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삐쩍 마른 얼굴이 참 못생겼구만

저요. 아주머니처럼 야비하고 무례하고 인정머리 없는 사람은 본 적이 없어요. 

앤은, 그렇게 아주머니 앞에서 참지 않고 말한다. "상상력이라곤 한 조각도 없어 보인다고 하면 마음이 어떻겠냐고요" 라고 덧붙인다. 앤의 성격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장면이기도 하다. 

"부당함에 대응해서 화를 낸다는 게" 어려운, 특히나 약자들에게는 더욱 어려운 세상에 살고 있다.  마음의 응어리를 풀어내지 않고 살다보면 그것이 남기는 무의식의 상처는 오랫동안 자신을 괴롭힌다. 그 응어리를 풀어내는 모습, 앤이 던지는 말에서 통쾌함을 느끼며 대리만족을 할지도 모르겠다. 

 

지금이니까 하는 말이지만......

앤, 널 말이야. 

내가 진통을 겪으면서 낳은 친딸처럼 사랑스럽다고 느끼고 있어.

초록지붕 집에 살게 되면서부터 

너만이 나의 기쁨이었고, 위안이었단다. 

마릴라 아줌마는 무뚝뚝하고 엄격하다. 앤을 사랑하지만- 물론 처음부터 마음에 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 감정을 친숙하게 잘 표현하지 못한다. 오히려 엄하게 대해야 앤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마릴라 아줌마와 함께 지내는 매튜아저씨도 마찬가지로 표현에는 서툴렀지만 아줌마와 달리 엄격하게 앤을 대하지 않는다. 앤을 대하는 다른 사람들, 가령 다이애나와 같은 친구, 길버트와 같은 남자아이. 그런 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어가는 것이 <빨강머리 앤>의 주된 줄거리이다.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사람들 속에서 어쩌면 말괄량이에 산만하고 언제 사고를 칠지 모르는 불안해보이는 앤이 성숙해가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런 앤을 보면서 마음의 위안을 느꼈던 글쓴이의 자전적인 글이 담긴 것이 이 책의 내용이다. 

남자가 결혼을 청할 때는 반드시 상대 어머니의 종교하고 아버지의 정당에 맞추지 않으면 안된대요. 정말 그럴까요? 근데 아저씨. 결혼을 청해본 적 있으세요?

글쎄다......

앤의 물음에 "글쎄다"라는 대답은 매튜아저씨라면 당연히 그렇게 말했을 것 같다. 앤이 처음 만든 초코 케이크의 점수를 묻는 앤의 눈동자가 반짝거릴 때, 아저씨는 앤에게 "케이크를 조금 더 줄 수 있겠느냐"고 묻는다. 그런 사람, 직접적인 말은 못하지만 따스한 마음을 돌려 말할 수 있는 그런 사람. 앤은 그런 아저씨가 옆에 있어서 행복했을 것이고, 글쓴이는 이런 매튜아저씨를 생각하며 "시인의 남편으로 태어나고 싶다"고 하던 H의 이야기를 같이 해준다. "조금 딱딱하긴 하지만 처음이니까 70점~"이라고 말하던 아줌마의 성격도 그대로 드러나는 그림이 옆에 있어서 재미있다. 

앤은 길버트 브라이스와 인연이 이어지지만 그와 처음부터 좋은 사이는 아니었다. 같은 반 학교 친구에서 원수같은 사이에서 경쟁자에서 연인으로 발전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마릴라 아줌마가 처음부터 앤에게 나의 기쁨이요 위안이었다고 말한 것은 아니었다. 그렇게 앤처럼 사람들 속에서 관계를 맺고 성숙해가며 시간을 보내고 기쁨과 슬픔,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 것이 아닐까 싶다. 

글쓴이는 '소설 잘 쓰는 법'을 잘 모르지만 '소설, 이렇게 쓰면 망한다!'에 대해선 어느 정도의 식견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연애를 잘 모르지만 '연애를 하지 않는 쪽보다는 연애를 하는 것이 낫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일평생 한 남자만 바라보는 연애는 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해준다. 다양한 실패를 통해서 사람이 성숙하는 것처럼, 한 남자만 바라보는 연애라면 실패할 겨를이 없을 것이고 그렇게 지내면 성숙할 틈도 없어질 것이다. 

글쓴이의 H가 그랬다. "인간이 언제 위로 받는지 알아? 쟤도 나처럼 힘들구나. 바로 비극으로 보편성을 느낄때야." 우리는 누군가의 실패에서 위로를 받는다.-슬픈 공부법, 이 책 p156-

빨강머리 앤이 천재였다면, 예뻤다면 얌전한 공주같은 여인이었다면, 아마도 어릴 적 글쓴이를 비롯한 많은 이들이 앤을 기억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앤은, 요즘으로 말하면 ADHD로 생각할 수 있을만큼 산만하고 말이 많았으며, 실수도 종종 했고, 고아로 슬픔이 많았다. 오랜 세월 글을 쓰며 낙선하고 실패하던 끝에 앤을 찾았던 글쓴이처럼, 이 책을 읽는 독자들도 앤과 함께 하는 글쓴이의 글을 보면서 많은 위안을 얻고 앤의 삶과 자신의 오늘에 공감하며 위안을 얻었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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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Yiangtal

    요즘 주변에서 1가구 1앤이 유행입니다. 이 도서 역시 앤에 관한 이야기이군요. 저 역시 어렸을 때는 앤을 홀대하다가 성인이 되어서 읽은 앤은 정말 사랑스럽더군요. 마지막 캡님의 말씀이 인상적입니다.

    2021.02.02 22:34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어릴 때 애니이기도 하고 앤의 성격과 그 성장과정에서 위안을 얻어서 그런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찾아주셔서 고맙습니다^^

      2021.02.08 09:08

PRID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