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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만나는 트라우마 심리학

[도서] 영화로 만나는 트라우마 심리학

김준기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우리 삶에서 트라우마란 어찌할 수 없는 필수불가분의 것이다"

 

이 책은 위와 같은 말로 시작합니다. 우리 삶이 항상 평화롭지는 않고 그 중에 어려운 상황을 만나서 트라우마가 생길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겠지요. 피할 수 없으면 이것을 극복하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이 책에서는 트라우마의 개념과 종류에 대해서 설명하고 이를 이겨나가는 영화 속 주인공들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 책의 글쓴이는 이전에 <영화로 만나는 치유의 심리학>이란 책을 펴낸 적이 있습니다. 심리학이란 학문은 감정을 다루고 있습니다. 남의 겉모습만 보는 것도 어려운 데 타인의 속마음까지 들여다보고 생각해봐야 하니 더 어렵겠지요. 어려운 학문이지만 그나마 우리가 공감할 수 있는 영화를 같이 보면서 알려주고 있어서 조금 부담을 덜고 심리학에 다가갈 수 있게 해줍니다. 글쓴이는 2009년의 치유의 심리학 이후로 오랜 시간이 지나 다시 트라우마 심리학이란 책을 내면서 영화를 예로 들며 심리학에 대해서 이야기 해주고 있습니다.  

 

- 이번에 새로 심은 호접란하고 같이 찍어보았습니다. 썩은 뿌리를 잘라내고 새 화분에 담아 커가는 호접란처럼 이번 책도 트라우마를 치유하며 성장하는 책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이 책에는 트라우마와 관련해서 상당히 전문적인 용어와 개념이 많이 등장합니다. 심리학을 전공하거나 공부하는 분들에게는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처음에는 트라우마의 유형에 대해서 알려주는 영화를 소개하고 이후 이에 대한 치유를 위한 단서를 제공해 줍니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영화의 상당수는 <아무도 모른다>나 <어메리칸 스나이퍼>처럼 실제 사건을 배경으로 한 경우가 많습니다. 

 

<영화로 만나는 트라우마 심리학>에서는 총 25편의 영화가 등장합니다. 영화<스포트라이트>부터 <아메리칸 스나이퍼>를 거쳐 <김복동>까지 트라우마를 간직한 주인공 혹은 트라우마와 관련된 사건이 나오는 영화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트라우마는 매우 주관적이고 개인적이며 비밀스러운 경험이고, 겉으로 드러나는 상처가 뚜렷하지 않아 눈치채기 어렵고 당사자도 정확히 표현하기 쉽지 않습니다. 몸과 마음이 망가진 상태에서 지내다보면 의도치 않게 가까운 사람들과도 갈등이 생길 수 밖에 없습니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영화는 어떻게든 슬픔이든 즐거움이든 끝이 나지만, 트라우마를 갖고 있는 사람의 삶은 영화 밖에서 계속 됩니다. 그 사람들이 트라우마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 지, 그리고 그런 사람들을 지켜보는 주변인들은 어떻게 트라우마를 가진 사람을 상대해야할 지 고민하게됩니다. 이 책에 나오는 영화 속 주인공과 함께 하며 그 방법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것도 괜찮겠다 싶습니다. 

 

처음 시작하는 영화는 <스포트라이트>입니다. "트라우마 기억은 일반적인 기억과 무엇이 다른가"라는 부제목을 달아서 이 영화에서 끄집어내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지 알려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영화에 대한 해설 끝에는 "인간의 기억 체계"를 설명하면서 앞서 나온 부제와 연관된 주제의 심리학 지식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이런 부분을 비롯해서 영화를 설명하면서 나오는 용어들, 개념들이 상당히 전문적이어서 책을 정독하게 만듭니다. 

부제목 밑에는 유명한 의사, 심리학자 등의 어록을 담아서 트라우마를 비롯한 인간의 심리에 대해서 한번쯤 생각해보게 만듭니다. 어록에는 트라우마 및 그와 관련된 개념을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영화 해설로 넘어가지요. 

<스포트라이트>는 보스턴 지역 카톨릭 사제들의 아동 성폭행 사건을 취재하여 폭로하는 과정을 담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입니다. 벌써 대충 내용만 훑어봐도 어쩐지 우울해지고 그 피해자들은 얼마나 많은 상처를 받았을까 짐작이 됩니다. 이 책에 나오는 영화들은 이처럼 트라우마가 있을 법한 영화들이 나오지만 오락성 영화나 의외의 영화도 등장하기도 합니다. 가령 영화<다크나이트>는 배트맨이 등장하는 오락성 영화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영화에 등장하는 배트맨과 조커의 심리 표현이 돋보이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두 사람의 차이점에 대해서 분석해주는 해설이 제법 흥미롭습니다. 

 

- 영화<아메리칸 스나이퍼>는 [트라우마 종류와 증상]이라는 분류로 이 책 98페이지에 등장합니다. 일상의 평화 속에서도 총탄 소리가 들려온다면 얼마나 버텨내기 힘들까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가장 전형적인 특징은 과거 트라우마를 떠오르게 하는 사소한 자극에도 뇌가 과흥분 양상(과흥분모드)을 보인다는 것이다. 그런데 뇌는 과흥분 상태를 오랫동안 유지할 수 없어서 감각과 감정을 둔감시키는 상태로 전환한다(저흥분모드). 

<아메리칸 스나이퍼>는 영화 제목처럼 전쟁에 참전한 군인의 이야기입니다. 전쟁 상황에서 얼마나 많은 트라우마가 있었을까요. 전쟁에서 얻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서 나타나는 증상들을 섬세하게 묘사하는 영화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앞서 설명한 대로 전쟁에서 평화로운 가정으로 돌아온 크리스는 무기력하고 멍하니 소파에 앉아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습니다.-저흥분모드- 여기에 신경전달물질의 이상현상이 나타나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증상은 전쟁을 겪으면 겪을수록 점점 더 심해지게 됩니다. 이런 현상을 뒷 부분에서 [급행열차 신경회로 vs 완행열차 신경회로]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의 실제 주인공은 2013년경에, 이라크 전쟁에 참전 후 트라우마를 겪고 있던 그와 비슷한 처지의 군인에게 살해되었다고 하니 정말 안타까운 일입니다. 
 

 


영화 <아무도 모른다>는 일본의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영화입니다. "반드시 있어야 할 것이 없는 것도 트라우마다"는 부제를 바탕으로 아동기 당연히 있어야하는 부모의 돌봄이 없는 것도 트라우마라고 알려주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 받은 심한 정서적 학대나 신체적 학대도 분명 커다란 상처이지만, 반드시 있어야 할 부모의 애정과 관심이 없는 것도 아이들에게는 정말 치명적인 마음의 상처가 된다.-이 책 p150-

네 명의 아이들이 자신의 삶을 찾아 떠난 엄마에게 버림받고 근근히 살아가던 중 동생이 죽어 시체를 유기하는 사태까지 벌어지게 됩니다. 불안정한 애착관계에 있는 아이들은 자신의 욕구를 억누르고 오히려 양육자의 욕구에 맞춰가는 현상을 보이기도 합니다. 예전 뉴스에서 자신을 학대하던 부모를 찾아다니고 경찰 앞에서는 오히려 학대 부모를 변호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본 적이 있었는데 이런 경우가 아닐까 싶습니다. 아이들은 주 양육자인 부모와 안정적인 애착관계를 통해서 자신의 내면세계를 이해할 수 있고 내면과 소통하며 스스로를 돌볼 수 있습니다(자기돌봄). 이 영화에서 나오는 네 명의 어린 아이들은 이런 애착관계를 형성하지 못하고 어른들로부터 버림받음으로써 자기돌봄을 하지 못하고 이것은 결국 평생 트라우마로 남게 되겠지요. 요즘 떠들석한 정인이 사건을 비롯해서 아동학대나 심한 경우 아동학대 및 유기로 인해 아동이 사망하는 사건이 종종 등장하는 데 정말 가슴아픈 일입니다. 아이들에게는 전쟁 못지 않은 트라우마로 남게 되겠지요. 있어서는 안 될 일입니다. 


헬멧을 쓰고 침대에서 튀는 아이는 위의 아이들과는 자못 다른 모습입니다. 영화<원더>는 "가족이라는 안전과 지지의 울타리"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선천성 안면기형이라는 희귀 질환을 갖고 태어난 아이는 자신의 모습을 감추기 위해 저렇게 헬멧을 쓰고 다닙니다. 집에서 있던 중 결국 초등5년때 학교에 가게 되는데 이때 옆에는 <아무도 모른다>의 아이들과는 달리 부모가 용기를 주며 버텨줍니다. 

트라우마가 극단적인 단절과 소외를 초래하는 것이라면, 가장 소중한 사람과의 안정적인 애착관계는 가장 강력한 치료제가 될 수 있습니다. 코로나19시대 백신과 치료제의 등장을 간절히 바라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집단면역이라는 말도 많이 등장하는데 백신으로 면역이 형성된다면 이것이 감당하지 못하는 부분은 치료제로 막아낼 수 있겠지요. 트라우마와 비교해서 보면, 어릴 때 안정적인 애착관계가 어려운 상황에서 면역을 형성하고 백신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이후 맺어진 소중한 사람과의 안정적인 관계는 치료제로 작용할 수 있겠지요.

책을 보다보니 재미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영화<와일드>에서는 "몸을 격렬히 움직일수록 마음은 평온해진다"라는 말을 해줍니다. 어릴 때부터 아버지의 가정폭력에 시달리고 이를 벗어나서는 어머니가 갑작스레 암으로 사망한 아픔을 겪은 주인공이 등장합니다. 많은 아픔을 겪은 주인공은 무기력하게 술과 약물과 섹스에 묻혀 살던 중, 멕시코 국경에서 캐나가 국경을 잇는 극한의 트레킹 코스에 도전하기로 합니다. 육체적 피로에 전념하게 되면 결국 자신의 몸에서 일어나는 신체감각에만 집중하게 됩니다. 이것이 마음챙김 명상의 기본이라고 하는군요. 때로는 트라우마를 몸을 격렬히 움직이면서 신체감각에 집중하며 떨쳐낼수도 있을지 모릅니다. 

이 책의 시작은 <스포트라이트>로 성폭력 피해의 폭로에서 시작합니다. 트라우마를 드러내는 것부터 시작하는 셈입니다. 이 책의 마지막은 위안부 할머니 이야기, 영화<김복동>으로 마무리합니다. 위안부라는 끔찍한 트라우마를 겪은 김복동 할머니는 일본에 대한 분노와 복수보다는 가치와 정의, 사랑을 이야기하고 다른 아픈 이들에게 사랑의 손길을 내밀었습니다. 트라우마의 흔적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남지만, 그것을 어떻게 극복하는가, 그리고 그 극복을 위한 노력이 중요한 것이겠지요. 

영화<원더>의 아이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당신 주변의 모든 이들은 저마다 당신이 전혀 모르는 전쟁을 치르고 있습니다. 그러니 옆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친절하게 대해주세요."

 

결국 위에서 <원더>의 아이가 말한 것처럼, 모든 이들은 저마다 자신만의 트라우마를 갖고 살아갑니다. 그리고 그 주변사람들의 친절, 안정적인 애착과 지지를 형성할 수 있는 사람들의 존재가 트라우마 극복의 가장 큰 힘이 됩니다. 영화<아메리칸 스나이퍼>포스터에는 아내가 옆에 있습니다. 전쟁영화에서 흔히들 사랑하는 가족 사진을 갖고 다니며 보는 장면이 등장하고, 전쟁에서 고향으로 복귀한 용사가 가족들과 포옹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런 존재가 그들에게는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는 힘이 될 것입니다.  

결국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얼마나 나 자신이 사람답게 살수 있고 내 주변 사람들을 사람답게 대하느냐가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ps. 위 서평에 나오는 영화 포스터는 네이버 영화-포토-포스터-에서 서평을 위해서 인용했습니다. 이 책에는 영화 포스터 사진이 나오지 않습니다. 

YES24 서평단 자격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이 글을 작성하면서 수오서재 출판사로부터 무료로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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