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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24X문화일보 국민서평프로젝트
생명 가격표

[도서] 생명 가격표

하워드 스티븐 프리드먼 저/연아람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생명 가격표의 바탕은 사람이다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서는 특공대 여러 명이 라이언 일병 한 명의 목숨을 구하러 간다. 여러 명을 사지에 보내 한 명의 생명을 구한 것은 비합리적 선택이지만 우리는 "공감"이라는 것을 생각할 수 있다. 식별편향(식별된 희생자 효과)이란 특정인에게 집중된 위험이 더 큰 관심을 끌게 되는 효과를 말하며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는 공감 능력에 영향을 준다. 전쟁에서 여러 형제를 잃은 라이언 일병과 그 어머니에게 공감하고 구조활동이 지닌 상징적 효과를 생각한다면 여러 군인 중 하나인 라이언 일병이 더 중요하게 보이는 효과를 가져오게 된다. 

이 책은 “인간의 생명은 얼마인가?”라는 물음에서 시작한다. 2001년 9월 11일 미국에 대한 동시다발적인 테러는 지켜보던 모든 사람을 충격에 빠뜨렸다. 이 책은 충격적인 테러 현장에서 사망한 사람들의 삶과 그 가치를 예로 들며 생명의 가치에 가격을 매기는 데 필요한 여러 요소에 대해서 진지하게 탐구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앞서 언급한 식별편향과 공감을 비롯해서 생명 가격표를 산정하는 데 필요한 통계학적 지식을 알려준다. 물론 복잡하게 계산할 필요 없이 모든 생명이 같은 가치를 갖고 있다고 평가하는 것이 명쾌하며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는 기본 명제에도 부합한다. 하지만 이런 생각이 생명 가격표를 해결해주지는 않으며 생명의 가치에 가격을 매기는 일은 테러가 아니더라도 항상 발생하고 있다. 한편으로 가정에서 아이를 갖는 일은 경제적 수익이 확실한 일이 아니다. 자녀와의 다정한 관계가 주는 정서적 혜택을 정확히 돈으로 환산하는 일은 불가능하지만, 양육은 경제적으로는 손실일 뿐이다. 이렇듯 경제적으로 수치화할 수 있는 요소만 고려하여 생명의 가치를 매긴다면 아이들의 웃음과 같이 우리 삶에서는 무척 중요하지만, 수치화할 수 없는 요소들은 버려질 것이다.

생명 가격표의 또 다른 중요 개념인 비용편익분석은 투자안이나 정책 등의 의사결정을 할 때 비용과 편익을 따져 최적의 대안을 선정하는 것이다. 어느 지방에 화력발전소가 세워지고 그곳에서 발생하는 대기오염 물질을 규제할 때, 지자체를 비롯한 규제기관이 비용편익분석을 수행한다. 이러한 분석에는 환경보호의 중요성이나 지역 주민 삶의 질 등 정량화하기 어려운 요소들도 고려 대상이 되어야 하지만, 때로는 단지 수치화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시된다. 결국 눈에 보이지 않는 삶의 질이나 환경보호 같은 요소들은 그 가치가 낮아지고 예방 가능한 사망자의 수와 같이 통계적으로 수치화할 수 있는 가치들이 비용편익분석에서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면서 우리 삶이 왜곡될 수 있다. 대기업이 환경이나 국민의 삶의 질 보다 자신들의 이익 추구를 위해 압력을 행사한다면 국민을 대변해야 할 국회나 행정부가 공익을 위해 행동하지 않고 규제 대상인 대기업의 이익을 증대시켜 주는 규제 포획의 모습을 보여줄 수도 있다.

이처럼 글쓴이는 생명 가치를 평가하는 여러 요소를 설명하면서 생명 가격표가 왜곡될 우려가 있으며, 따라서 인권과 생명을 보호하며 공정하게 산정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관심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도덕 교과서 같은 추상적인 결론에 실망할 수 있지만 그만큼 생명의 가격에 대한 명확한 정답은 얻기가 어렵다. 결국 생명의 가치가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떤 방식으로 산정되는지 모른다면 우리의 안전과 인간의 권리, 우리 가족의 삶이 불안해지고 때로는 우리의 생명 자체가 위험해질 수 있으므로 끊임없는 관심만이 이를 막는 방법이다.

사람의 생명은 모두 소중하지만, 현실은 냉혹하고 언젠가는 생명 가격표를 만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온다. 이해하기 어려운 통계학적 개념들은 잠시 접어두고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죽어가는 사람을 사랑하는” 윤동주 시인의 시처럼, 생명을 사랑하는 인간의 감성을 지닌 인문학적 사고가 생명 가격표를 바라보는 밑바탕에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결국 생명 가격표 산정은 수치화할 수 없는 감성을 지니고 타인의 아픔에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 하는 일이며 무엇보다 사람을 위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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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타블로거 사랑님

    고민 많이 하시더니 역시나 훌륭한 리뷰입니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시작으로 풀어내신 글이 읽기 편하게 다가오는데요.
    저는 앞에만 읽고 다 읽지 못했지만 저자가 무슨 말을 하고자 하는지 알거 같습니다.
    수치화 할 수 없는 생명임을 알고 있음에도 우리는 스스로를 수치화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의 호봉, 연봉, 그리고 보험료산정까지.. 다양한 숫자들 안에서 나의 존재를 확립해가고 있는건 나 스스로가 아닌가 하고요.
    불의의 사고가 나서 누군가 나를 가격산정할때 저는 얼마의 인간일까 하는 궁금증도 사실 살짝 생겼었는데.. 그런내용은 없는거죠? ㅋㅋ

    2021.09.30 10:14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이번에 결과가 아주 잘 나와서 요번 리뷰를 끝으로 국민서평 도전이 끝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이번 책도 상당히 어렵습니다. 리뷰 분량 제한이 있어서 눈에 보이는 것만 우선 꺼내 썼고 좀 더 쉽게 쓰려고 했는데 아마도 책 내용을 다 반영하지는 못했을 듯 합니다. 생명 가격표를 산정할 때 어떤 요소들이 고려되는가에 대한 통계학적 지식을 주로 소개하고 있어서 개인이 얼마의 인간인가 하는 것은 추정하기 어려울 겁니다.
      사랑님 찾아주시고 소중한 댓글, 감사드립니다:)

      2021.09.30 12:48

PRID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