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야생초 마음

[도서] 야생초 마음

고진하 글/고은비 그림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시인과 함께 하는 야생초 이야기

 

길 가에 흔히 보는 풀들은, 봄이 되어도 가을이 되어도 늘 우리 주변에 있으면서 항시 소박한 꽃을 보여줍니다. 그런 잡초, 들풀, 야생초와 함께 강원도 원주 시골에서 불편당이라 이름지은 집에서 살아가는 시인이 야생초의 마음을 담아 책을 냈습니다. 

어린이 동화책 작가로 유명한 권정생님의 <오소리네 집 꽃밭>이란 그림책이 있습니다. 아이가 어릴 때 읽어준 기억이 나는데요. 오소리가 꽃밭을 가꾸려고 뒷마당에 화단을 만들려고 하는데 그곳에 이미 꽃이 널려있다는 이야기죠. 집에서 열심히 반려식물들을 키우지만 한편으로는 길에 널려있는 야생초도 집에 들어오면 반려식물과 다를 것이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옥살이를 하면서 야생초를 가꾸며 지냈던 황대권의 <야생초 편지>라는 책도 생각이 납니다. 이처럼 길가에 치이는 야생초지만 어떤 사람이 어떤 마음을 지니고 대하느냐에 따라서 또 그 쓰임새가 달라지기도 합니다. 

야생초와 함께 한 야생초 마음 책입니다. 디플롯 인스타에서 가져왔습니다.

 이번에 고진하 시인의 야생초 마음을 담은 책을 디플롯 출판사에서 내주셨습니다. "야생의 식물에 눈길을 보내는 산책자의 일기"라는 이 책에서는 강원도 원주 어느 들에 불편당이란 이름의 집에서 살고 있는 시인의 이야기, 시인의 야생초를 대하는 마음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불편을 감수하고 함께 지내는 아내분이 대단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시인이 가져온 야생초를 여러가지 요리로 만드는 것은 쉽지 않은 내공입니다. 더구나 가끔씩 풀에 독이 있는 것도 있고 그래서 요리방법도 여러가지를 생각해야할텐데 말이지요. 

쇠비름 그림입니다. 이 책 12쪽입니다.

이 책은 한 권의 단행본이 아니다. 식물도감에서부터 약용식물 사전, 요리 백과, 꽃말 사전은 물론 시, 우화, 전설, 서평에 이르기까지 실로 다양한 책이 들어있다. 책 읽기 좋아하는 이들 앞에 차려진 난데없는 '잔칫상'이다. 

위와 같은 이문재 님의 소개글이 책 뒷장에 있습니다. 말씀대로 이 책은 야생초만 담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와 관련된 여려가지 이야기가 시인의 깊은 경륜과 넓은 식견에 따라 "심오한 생태 감수성"으로 담고 있어서 좋습니다. 

위 그림에 나오는 쇠비름에 얽힌 전설을 소개하고 있는데, 활을 잘 쏘는 후예라고 하는 힘쎈 장수에게 쫓기는 태양이 쇠비름 뒤에 숨어서 살았고 그 덕분에 한여름 강한 햇볕에 다른 식물들이 축 늘어져 있을 때에도 쇠비름은 싱싱하게 살아 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처럼 쇠비름은 강한 생명력을 지녔고 갖가지 약성을 지녔다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질경이 그림입니다. 이 책 24쪽입니다.

하늘을 향해 살랑거리는 

어린 나뭇가지들은

대지의 식탁이다

시인 테드 휴즈의 <풀잎에 바람이 스치고>의 한 구절을 인용하면서 질경이에 관한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책 곳곳에서 시와 함께 하는 야생초 이야기가 참 좋습니다. 한나라 장수 마무에 관련한 이야기를 통해 질경이의 서식처가 길바닥이라는 것을 자연스레 알려줍니다. 길바닥에서 다른 생명체에 짓밟히면서 번식을 이어가는 질경이의 강인한 생명력은 새삼 대단하게 보입니다. 어릴 때 놀 게 없을 때는 질경이를 뜯어다 서로 누가 센지 끊어보는 놀이도 하곤 했었는데 그때는 질경이가 이렇게 대단한지 몰랐었네요~

길 가에 핀 민들레네요. 디플롯 인스타에서 가져왔습니다.

 서양 민들레가 들어오면서 토종 민들레를 보기 어렵다고 합니다. 하지만 시인은 "식물은 서로 다투지 않는다"고 말해줍니다. 토종 민들레는 흰 꽃을 피우는데 봄에만 꽃을 피운답니다. 반면에 서양민들레는 노란 꽃을 피우면서 1년 내내 꽃을 피울 정도로 왕성한 번식력을 자랑하지요. 둘이 싸워서 토종 민들레가 밀려난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환경을 파괴하면서 자연스레 번식력이 강한 서양민들레가 퍼지고 토종 민들레가 사라지게 되었다고 말해줍니다. 

철장을 사이로 핀 개망초가 강인한 생명력을 보여주네요.

앞에 "개"자가 붙은 개망초는 봄의 들판에서 지천으로 볼 수 있는 풀꽃입니다. 일본에서도 우리나라에서도 기차와 함께 들어온 풀입니다. 원래 북아메리카가 원산지인 개망초는 철도 침목을 통해 우리나라까지 와서 철도길을 따라 널리 퍼진 것으로 보입니다. 철도가 놓일 때는 일제가 우리나라를 집어삼키려 할 때였으니 이때 들어온 풀에 나라를 망치는 개망초라는 이름을 붙였겠지요. 개망초로서는 억울하겠지만 어쨌든 야생초에 우리 역사도 담겨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괭이밥 사진입니다. 네이버 지식백과-문화콘텐츠닷컴에서 가져왔습니다.

괭이밥은 쥐약을 먹고 죽은 쥐를 삼키고 나서 고통에 몸부림치던 고양이들이 괭이밥을 먹고 살아났다고 합니다. 동물들도 어떤 식물이 자신한테 약이 되고 독이 되는지 알고 있었던 게지요. 사람을 졸졸 따라다니는 풀, 사람 곁에서 아픈 이들을 치유하는 괭이밥은 탁월한 해독력을 지니고 있다고 합니다. 여기에 해가 지면 편안한 잠을 자려는 듯 잎을 오므리는 성질도 있어서 불면증에도 좋다고 하네요. 참 신비한 야생초 세계입니다. 

한편으로 괭이밥은 신맛이 나서 특별한 조리법이 필요한 데 특히나 수산이 많이 함유된 식물은 열을 가하면 오히려 독이 된다고 합니다. 몸에 좋은 효능이 있다고 해서 함부로 들판의 야생초를 뜯어먹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야생초 마음을 가져오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닌가 봅니다. 

길을 걷다가 토끼풀이 보여서 찍은 사진입니다.

 토끼풀은 네잎클로버에 관한 이야기로 유명합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풀이기도 한 데 유럽이 원산지입니다. 토끼풀은 보통 세 잎인데 네 잎 클로버가 생기는 이유는 생장점에 상처를 입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평온한 꽃밭 속에는 네 잎을 찾기 힘들고 토끼풀이 짓밟히는 시련을 겪는 운동장이나 길가 같은 곳에서 네 잎 클로버를 볼 수 있다는 이야기지요. 결국 "진정한 행복은 길가나 운동장의 토끼풀처럼 짓밟히는 시련과 고통 속에서 자란다"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말해줍니다. 

토끼풀은 꽃 모양이 예뻐서 어릴 때 꽃반지, 꽃시계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벌들이 제우스에게 독이 있는 풀들이 너무 많아 좋은 꿀이 있는 꽃을 찾기 힘드니 쉽게 꽃을 찾아달라고 했답니다. 그래서 제우스가 하얀 동그라미로 눈에 쉽게 띄는 토끼풀을 표시해주었다고 하지요. 그 이야기처럼 토기풀의 꽃은 어디서든 눈에 쉽게 들어오고 꽃시계를 만들기에 좋습니다.

이렇게 야생초 마음은 쇠비름에서 시작해서 행운을 가져다 주는 토끼풀로 마무리 합니다. 중간중간 나오는 시 구절, 들풀에 얽힌 전설, 야생초의 효능, 시인이 소개하는 시까지 두루두루 놓칠 것 없이 찬찬히 읽어보면 좋습니다. 

저는 불편당에 살면서 야생초 이야기를 하는 시인의 해박한 지식도 좋지만 그 곁에서 야생초를 아무 탈없이 먹을 수 있게 요리해주는 아내분이 더 훌륭해보였습니다. 그리고 그 부부와 함께 커서 이 책의 그림을 그린 따님도 좋아보였구요. 그런 따님이 그린 야생초 그림이 우리 마음을 편안하게 해줍니다.

이 책은 시인의 마음과 해박한 지식을 담아 야생초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사이사이에 야생초 그림이 담겨 있습니다. 한번에 다 읽어도 좋고 천천히 마음이 울적하거나 혹은 그냥 생각이 날 때 한 페이지 쓰윽 넘기고 그림을 보다 보면 마음이 편안해 질 것입니다. 그렇게 읽기에 좋은 책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ps. 좋은 책을 보내주신 디플롯 출판사 담당자님께 감사드립니다.

 
취소

댓글쓰기

저장
덧글 작성
0/1,000

댓글 수 2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달밤텔러

    이 책 덕분에 들꽃과 사랑에 빠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렇게 우리 주변에 흔하게 보는 들꽃들이 아름답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캡님의 사진과 책 속 그림들이 너무나 잘 어울립니다!^^ 캡님! 10월 감사했습니다. 10월 마지막 밤 잘 보내시고 11월도 기분좋게 맞이하시길 바랍니다!^^

    2021.10.31 23:38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꽃을 피우는 것들은 다 아름답죠. 어제도 안양천을 걷는 데 이름모를 꽃들이 많더라구요. 사진은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찍었는데 막상 찍으려면 흔한 들풀도 잘 안 보이더라구요~ 달밤님도 10월동안 수고하셨습니다.다가오는 11월도 즐겁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2021.11.01 08:56

PRID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