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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24X문화일보 국민서평프로젝트
요즘 애들

[도서] 요즘 애들

앤 헬렌 피터슨 저/박다솜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그저 존재만으로도 가치가 있는 세대

 

 2000년 1월 1일 나는 광화문 광장에서 새해를 맞이했다. 밀레니엄 버그는 큰 문제없이 넘어갔고 다들 새천년을 맞이하는 희망에 넘쳐 소리를 지르며 이리저리 몰려다녔다. 그로부터 20여 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예상치 못한 코로나19의 습격을 받았고 답답한 마스크를 쓰고 출근하고 있으며, IMF구제금융위기를 버텨낸 중산층의 몰락과 자영업자들의 파산 소식을 연일 듣고 있다. 앞선 베이비 붐 세대와 뒤따르는 밀레니얼, MZ세대의 상황은 이렇듯 급변하고 있다.

 미국의 대공황과 세계 대전을 버텨낸 세대에게 고학력은 경제적 지위를 약속하는 상징 같은 것이었고 자신들의 자녀에게도 경제적 부를 물려주기 위해 집중양육이라 불리는 아낌없는 지원을 쏟아부었다. 한편, 베이비 부머는 자신들만의 중산층 계층을 형성하기 위해서 벽을 만들었고, 그 시작은 사회 복지를 없애는 것을 정당화하는 정치인을 뽑는 일이었다. 그로부터 파생된 새로운 자본주의는 기업의 직원들을 쉽게 고용하고 해고하기 위해 컨설팅 업체를 동원하여 아웃소싱을 도입하고 다운사이징을 실시했다. 회사의 주가는 오르고 주주는 만족했지만 결국 그 속에서 일하는 고학력의 스펙을 지닌 밀레니얼들, 그들의 자녀들은 위태로운 경제적 상황에 놓였다. 결국 이익을 추구하는 잔인한 자본주의 앞에서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이란 그저 순응하면서 다람쥐 쳇바퀴 돌듯 과로를 이어가는 것뿐이다.

 이런 경제적 상황에서 밀레니얼들은 번아웃에 빠지고, 기성세대로부터 게으르고 의지박약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중산층 부모로부터 지원과 보호를 받으며 자란 밀레니얼들은 몸을 아끼지 않고 수면을 줄이면서 오로지 열심히 일하고 성공하는 능력으로 자신을 정의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러나 오늘날의 잔인한 자본주의 사회에 나가면 이러한 노력은 주목받지 못하고 그저 중산층 부모의 보호 아래 나약하게 자란 세대로만 비춰진다.

 2005년 스티브 잡스는 스탠퍼드대 졸업식 연설에서 "만족스러운 인생을 사는 유일한 방법은 위대하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처럼 일과 삶의 통합이 전제되면 번아웃으로 가는 직행열차를 탄 것이나 다름없다. 과로가 일상화된 월스트리트의 기성세대 일꾼들은 아직 그들의 위치에 도달하지 못한 밀레니얼들을 게으른 존재로 인식하고, 자신들은 그들에게 베풀며 살아가고 있다고 믿는다. 결국 이런 사고방식은 밀레니얼 일꾼들을 향한 아웃소싱과 해고를 통한 다운사이징이 정당하다고 단정 짓는다. 

 오늘날 밀레니얼들은 데이트 상대를 최적화하는 앱이 필요하다. 사람을 알아가기 위해 시간을 쏟는 것이 대학 학자금 대출을 메꾸기 위해 일해야 하는 시간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어려운 상황을 잠시 잊고자 찾게 되는 SNS는 번아웃을 벗어날 시간을 아예 박탈해버린다. SNS는 멀티태스킹을 강요한다. 조용한 곳에서 홀로 있으면서 자신을 돌아보며 자유로울 수 있는 고독의 기회를 파괴하는 것이다. 사회의 암울한 변화와 부정적 시선, 중산층 진입 절벽, 여기에 SNS까지 어느 하나 밀레니얼이 번아웃을 탈출하게 도와주는 것은 없다.

 밀레니얼의 번아웃을 해결하려면, 자신이 여가를 최적화해서 생산적으로 자기 계발을 하면서 항상 노력하며 능력이 있는 인물이라는 것을 타인에게 분명히 알려야 한다. 자신이 일하고 생산해서 가치 있는 것이 아니라, 그저 존재하기 때문에 가치 있다고 선언해야 번아웃이 해결된다. 무엇보다 오늘날 우리들은 자신의 행동이 어떻게 남의 번아웃을 부추기는지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에 나오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이루는 상상의 질서는 개인의 주관적인 생각이 아닌 집단의 생각으로만 변화시킬 수 있다. 우리는 변화를 이끌어낼 유능한 정치인에게 집단으로 투표해야 한다. 힘들다고 손을 놓고 자신만의 세상에 빠져들어 정치에 무관심한 사이에 세상은 자신에게 불리하게 변해간다. 20년 전 새천년을 맞이하던 광장의 인파처럼, 이제 밀레니얼들도 홀로 침전하지 말고 세상의 광장에 나와 자신의 존재 자체만으로 가치가 있다고 다른 세대와 함께 목소리를 높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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