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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국어 공부 : 조사·어미편

[도서] 시로 국어 공부 : 조사·어미편

남영신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시로 하는 국어 공부, 시의 조사와 어미의 쓰임에 대해서 

 

우리 말글을 존중하고 바르게 쓰자는 운동을 해 온 글쓴이가 "시를 읽으면서 국어 공부를 할 수 있도록 해보자"는 생각으로 쓴 책이 왔습니다.  문법에 관한 책이지만 시에 대한 문법이어서 문법을 공부하면서 시를 대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고등학교 때 국어는 좋아하면서도 문법은 싫어했던 것을 생각하면 시를 읽으면서 문법까지 공부해야 하나 하는 생각을 하면 답답해질 수도 있지만, 이렇게라도 좋아하는 시와 함께 문법에 익숙해질 수 있으면 그것도 좋겠다 싶습니다. 

아마도 반쯤 눈을 감고

방심무한 비에 젖는 산 / 그 옛날의 격노의 기억은 간 데 없다.

깍아지른 절벽도 앙상한 바위도 / 오직 한 가닥

완만한 곡선에 눌려버린 채 / 어쩌면 눈물 어린 눈으로 보듯 

가을비 속에 어룽진 윤곽 / 아아 그러나 지울 수 없다. 

- [산], 이형기 작 - 

'옛날의 격노의 기억' 에서 두 개의 관형격 조사 '의'가 매우 낯설고 어색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옛날의 에 쓰인 '의'는 옛날이 격노를 한정하는 관형어가 되게 하고, 격노의 에 쓰인 '의' 는 기억을 한정하는 관형어가 되게 하는데, '옛날 격노하던 기억'과 같은 의미로 쓰고자 했다면 굳이 관형격 조사 '의'를 반복해서 사용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고 이야기합니다. 조사 '의'는 동사나 형용사를 사용한 관형사형을 간단하게 줄이는 데 유용하게 쓸 수 있는데 '천국으로 가는 계단'을 '천국의 계단'으로 줄이는 것이 그 예입니다. 하지만 '의'는 우리말에서 그리 폭넓게 사용하는 조사가 아니므로 남용하지 않아야 한다고 합니다. 시라고 해서 꼭 문법에 맞게 쓰지는 않지요. 오히려 문법에 어긋나게 쓰면서 작가의 의도를 살리려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의도 없이 문법에 어긋난다면 그것은 좋지 않은 모습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산에는 꽃이 피네 /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산에서 우는 작은 새여,

꽃이 좋아 / 산에서 / 사노라네.

- 산유화, 김소월 글 -

시인은 '에', 와 '에서'를 구별해서 사용했는데 꽃이 피는 곳을 나타날 때는 '산에 피는'이라고 하지만 새가 우는 곳을 나타낼 때는 '산에서 우는'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정태적인 곳에서는 '에'를 쓰고 새가 우는 동태적인 곳에서는 '에서'를 사용해서 적절하게 '에', 와 '에서'를 구별하고 있네요. 한 글자 차이의 조사인데 이처럼 새나 날고 우는 것과 같은 움직이는 모습을 부여하는 것이 시적 느낌을 더 크게 해주고 있는 점을 보니 시인이 새삼 대단하게 보입니다. 

 

내 건너서 숲으로 /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어제도 가고 오늘도 갈 / 나의 길 새로운 길

 

민들레가 피고 까치가 날고 / 아가씨가 지나고 바람이 일고

 

나의 길은 언제나 새로운 길 / 오늘도...... 내일도......

 

내를 건너서 숲으로 /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 새로운 길, 윤동주 글 -

제가 좋아하는 윤동주 시인의 시가 나왔네요. 이 시에서는 대등적 연결어미 '고'로 연결한 문장이 죽 적혀있습니다. 이렇게 대등하게 이어진 문장은 지속적으로 가야 할 나의 길에는 수많은 일들이 벌어질 수 있음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어미 '고'가 여러 독립적인 변수를 나열하는 데 매우 유용하게 쓰임을 보여주는 시라 할 수 있습니다 

 

만남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과 사랑하세요.

그래야 행여나 당신에게 이별이 찾아와도

당신과의 만남을 잊지 않고 기억해 줄테니까요. 

- 이런 사람과 사랑하세요, 김남조 글 -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 가을의 기도, 김현승 글 - 

위의 시에서 '사랑하세요'는 '세요'가 명령을 나타내는 종결어미이고 '시어요' 가 줄어든 말입니다. '-시-' 는 높임을 나타내기 때문에 아마도 정중하게 명령하는 기능을 한다고 보면 될 것입니다. 아래 "가을의 기도"에서는 시인이 모국어라는 절대자 앞에서 어느 정도 겸허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높임말, 명령어와 관련해서 글쓴이는 병원에서 사용하는 말투를 이야기합니다. 글쓴이는 요즘 병원이나 서비스 직에 종사하는 분들이 쓰는 '-ㄹ게요' 사용과 용어 문제에 대해서 짚어줍니다. "아무개 님, 들어오실게요"라는 말을 종종 듣곤 합니다. '-ㄹ게'는 말하는 사람의 약속이나 의지를 나타내는 종결어미인데, 여기에 주체를 높이는 선어말 어미 '-시-'를 붙이는 것은 맞지 않습니다. 그런데 병원이나 은행 같은 곳에서 이처럼 사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마도 병원과 은행 같은 곳에서 손님에게 ~하십시오 라는 명령법을 꺼리게 되어서 이처럼 어색한 문법적 표현이 나오지 않았나 이야기합니다. 한국 사회의 불안정성과 약자의 심리적 불안을 극적으로 나타내고 있다는 생각이죠. 

이 책에서는 다양한 시들이 나옵니다. 그리고 주로 <조사, 어미편>이란 제목처럼 조사와 어미에 관련한 문법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좋아하는 시에서 이런 문법적 쓰임이 있구나 생각하면서 읽다보면 시의 느낌이 또 다르게 다가오리라 생각합니다. 

 

이 글은 예스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했습니다. 

이 글을 쓰면서 마리북스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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