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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만나는 치유의 심리학

[도서] 영화로 만나는 치유의 심리학

김준기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영화로 만나는 트라우마, 그리고 그 상처에서 치유까지. 

 

"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 It's not your fault."


영화 <굿윌헌팅>에 나오는 대사입니다. 그리고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기도 합니다. 오늘날 사회는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뉴스에는 온갖 사건과 사고 소식이 들려옵니다. 어느날 갑자기 건물이 무너져 내리기도 하고 스토킹을 당하고 성폭력에 시달립니다. 많은 사건의 피해자들이 트라우마를 겪고 있습니다. 그 사람들이 겪는 모든 트라우마가 그 개개인의 책임과 잘못일까요? 오히려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일 것입니다. 

<굿윌헌팅> 영화 포스터- 네이버 영화, 포토

이 책은 이렇듯 자신의 잘못이 아님에도 트라우마로 인한 피해를 겪고 있는 주인공이 나오는 24개의 영화를 통해서 트라우마로 인한 상처에서 치유까지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영화 <레인 오버 미>에서는 어느 날 갑작스레 닥친 911테러에 의해서 가족을 잃은 한 남자의 아야기를 통해 911테러와 같은 극단적인 트라우마, "일반적인 인간의 적응능력을 넘어서는 특별한 사건"을 경험하고 그 후유증으로 겪는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대해서 이야기 해 줍니다. 사랑하는 아내와 세 딸 그리고 애완견이 비행기에 타고 있었고 그 비행기는 911테러의 대상이 됩니다. 한 순간, 뜻하지 않은 상황으로 가족을 모두 잃은 사람의 정신상태란 멀쩡할 수 없겠죠. 조그만 자극에도 흥분하고 의심하며 과도하게 민감해지게 됩니다. 보통 사람은 옆에서 지켜보는 것 자체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계속하게 되니까요. 이것은 전쟁에서 돌아온 군인들에게서도 종종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극단적인 트라우마로 고통을 받는 사람들에게는 섣불리 고통의 현실을 직면하라고 요구하는 원칙론적인 접근보다 먼저 그들이 한숨을 돌리고 심리적 안정을 찾도록 도와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트라우마를 겪는 사람들이 안전하다고 믿고 치유에 대해 신뢰할 수 있는 그 첫걸음은 그 사람의 상황과 심리에 대한 이해에서부터 시작합니다. "그 사람에 대한 이해(understanding)야말로 치유(healing)의 진정한 시작"인 셈입니다. 

영화 <밀양>에서는 인간의 기본적인 가치체계와 의미체계를 송두리째 무너뜨리는 트라우마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아이가 유괴당하여 죽은 신애는 아들의 죽음이라는 커다란 사건을 마주합니다. 한 인간의 삶을 압도적으로 무너뜨리는 사건입니다. 그 슬픔 속에서 하나님을 믿고 그 믿음을 통해 조금씩 삶의 생기를 찾은 신애는 가해자를 찾아가보기로 합니다. 그런데! 가해자는 오히려 신애를 위로합니다. 하나님이 가해자를 먼저 용서하고 평안을 주시다니! 또다시 신애는 무너지게 되어 정신병원에 가게 되고 머리를 자르는 것으로 끝이 납니다. 

트라우마를 겪는 피해자들이 결국 받아들여야 할 사실은 한참 전에 벌어진 일을 잊고 이제 현재 자신의 삶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대부분의 트라우마 피해자들의 내면에는 가해자에 의해 황폐해져버린 삶에 대한 분노와 원망이 남아 있기 때문에 이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어떤 말이 필요할까요? 섣부른 충고와 조언은 트라우마의 피해자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억을 공유하고 있는 사람, 치유적 관계를 통해 안전감과 연결감을 확인하는 것이 상실의 고통을 완화시켜가는 첫 번째 단계"입니다."지나간 일인데 어쩌겠어? 이제부터의 삶이 중요하잖아." 라는 말보다는 "그 분하고 억울한 마음을 어떻게 풀어볼까?"하는 말이야말로 이런 피해자들에게 먼저 필요한 위로의 말일 것입니다. 이런 말들이야말로 트라우마를 겪는 사람들을 이해하는 첫 걸음이 될 것입니다.

다른 사람이 우리를 화나게 하는 이유를 살펴보면 우리 자신을 이해할 수 있다. 
- 카를 구스타프 융-

그리고 상실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되돌릴 수 없는 현실에 직면하고 상실에 대해 충분히 슬퍼하고 아파해야 하는 과정을 거쳐야 할 것입니다. 이것을 "적응적인 애도반응(adaptive grieving)"이라고 하는데, 트라우마로 인한 고립감에서 벗어나 사회적 연결을 다시 만들어 가면서 새로운 삶을 발전시켜나가는 연결의 복구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저 "지나간 일인데"라고 생각하면 영화 <나비효과>에서 보는 해리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고통을 주는 자신의 부끄러움을 일단 밖으로 표현해서 부끄러움의 본성을 이해하는 사람과 나누는 것도 필요합니다.  여기서 꼭 필요한 것은 용기 있게 드러낸 부끄러움의 감정을 솔직하게 나눌 수 있는 누군가입니다. "도덕적 판단이나 개입 없이, 객관적인 해석이나 합리적인 설득을 하지 않고 그냥 귀 기울여 들어주는 그런 사람으로부터의 공감이 필요한 것"이죠. 영화 <휴먼 스테인>에서 부끄러운 과거로 고민하는 콜먼 교수에게 "당신이 원하면 뭐든 해줄게요."라고 말한 퍼니아는 진실한 고백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최고의 치료자라 할 수 있습니다. 꼭 정신과 전문의나 최고의 심리학자만이 치료자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공감을 할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이 필요한 것이지요. 

"끝난 것은 아무것도 없어요. 난 전쟁에서 이겨서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그건 누구의 승리도 아닙니다. 모두 날 살인자로 보는 것 같아요. 대체 누가 날 보호해줄 수 있습니까. 난 얘기를 하고 싶습니다. 친구가 필요합니다."

영화 <람보>에서 전쟁 영웅인 람보가 하는 말입니다. 이야기를 하고 들어줄 수 있는 친구. 전쟁에서 큰 공을 세운 영웅이지만 결국 그도 어찌보면 피해자였고 "두려워하지마, 넌 혼자가 아니야."라고 말해주고 이해해주는 사람이 필요했던 것이지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영화 포스터 - 네이버 영화, 포토

어린 시절의 안정적인 애착 관계, 트라우마가 있고 난 뒤 애착 관계에 있는 사람으로부터의 공감적인 반응은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데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가족에 의한 트라우마는 가장 극복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영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에 나오는 문유정(이나영 분)의 성폭력에 의한 피해와 이를 바라보는 가족의 냉담한 시선은 극복하기 어려운 트라우마입니다. 

아이가 잘못을 저질렀거나 곤경에 처해 있을 때 부모님의 반응은 아이에게 매우 큰 영향을 미칩니다. 아이의 내면세계에 대해 부모가 마치 거울처럼 반영해주고 공감해주어야 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부모들은 아이에게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하려고 이곳저곳 아이를 데리고 다닙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얼마나 많은 다양한 자극을 받았느냐 하는 것보다 중요한 사람(양육자인 부모)과 어떤 형태의 감정 교류를 했고 어떠한 상호작용이 있었느냐 하는 것이 뇌의 분화와 발달에 더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결국 트라우마의 치료에 있어서 긍정적인 가족의 지지체계와 그 속에서의 사랑보다 더 좋은 치료제는 없으며 이것은 비단 트라우마 치료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정서적 안정감의 기본은 애착 관계(attachment relationship)를 바탕으로 일어하는 상호 작용에 의해 얻어집니다. 가장 중요한 사람,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일어나는 정서적 공명을 경험하게 될 때 애착의 상처는 비로소 조금씩 치유되기 시작합니다. 애착 관계를 통해 트라우마가 생기기도 하고 반대로 치유가 될 수도 있다고 하는 것은 우리 인간의 마음이 닫힌 고리가 아니라 열린 고리라는 것을 알려줍니다. 그것은 곧, 트라우마가 치유할 수 없는 것이 아닌 나아질 수 있는 것임을 말하기도 합니다. 

"그때 우리 셋은 다 그 차에 탔던 거야. 현실 속의 우리는 아직도 우리에 갇힌 열한 살 소년들 같아. 우리에서 탈출하면 어떤 인생을 살지 걱정하는..."

영화<미스틱 리버>에서는 트라우마를 받은 사람들의 정신세계에서는 시간의 흐름이 멈추어져 있어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트라우마를 받았던 당시의 연령에 멈추어 있는 어린 인격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말해줍니다. 그런 사람들을 우리가 쉽게 이끌어줄 수 있을까요? 이 과정에는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곳을 빠져나가는 최선의 방법은 그곳을 거쳐가는 것이다. 

-로버트 프로스트-

똑바로 본다고 해서 모든 것이 변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똑바로 보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바꿀 수가 없다. 

- 제임스 볼드윈- 

이 책에 나오는 위의 글처럼 결국 그 "트라우마"를 거쳐가고 똑바로 봐야합니다. 하지만 그 피해자들이 혼자서 그렇게 할 수 있을까요?

 

영화 <가을로> 포스터 - 네이버 영화, 포토

영화<가을로>는 삼풍백화점 사건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현우(유지태 분)는 약혼녀를 삼풍백화점 붕괴사고에서 잃습니다. 그때 백화점에 있으라고 말한 것이 현우에게 더욱 더 큰 트라우마로 남게 됩니다. 그때 백화점에 약혼녀와 같이 있다가 구조된 세진(엄지원 분)과 인연이 이어지면서 영화 속에서는 다행히 아픈 기억을 극복해 나가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삼풍백화점 붕괴 같은 대형 사고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트라우마를 겪고 있을 텐데 그것을 체계적으로 치료해주는 시스템이 우리 사회에 있을까요? 이 책에서는 "우리 사회에 피해자들과 그 가족의 고통을 체계적으로 지속적으로 돕는 시스템이 있나요? 그런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하는 명확한 인식과 그것을 만들고자 하는 강한 의지는 있는지요?"하는 질문을 던집니다. 

나만 당하지 않으면 된다는 생각을 가진 사회 구성원이 더 많다면 결국 사회 전체가 트라우마에 대해 방관자적인 태도를 취하게 되겠지요. "아, 뭐,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하는 냉소적인 관념이 우리 사회에 퍼져 있다면, 결국 어떤 불행한 사태가 벌어지면 믿고 기댈 데라곤 가족이나 자신밖에는 없다는 불신과 배타적인 생각이 우리 사회에 가득하게 됩니다. 그런 우리 사회 속에서 과연 나 개인이 잘 살아갈 수 있을까요? 영화<밀양>에서 신애는 자신이 아이를 잃은 엄마이자 가장 큰 피해자이면서도 오히려 비난을 받기도 합니다. 이 책에 나오는 영화 속 주인공들은 트라우마의 경험이 자신의 책임이나 잘못만이 아님에도 그 고통을 오로지 혼자만 짊어지고 살아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영화로 만나는 치유의 심리학> 배경그림- 신기루

앞서 말한 대로 "그것은 당신의 잘못이 아니야!"라고 말해주는 사람, 그리고 그 사람으로부터 시작되는 이해가 트라우마를 벗어나는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트라우마를 발생하게 한 사건이 이미 지나간 과거의 일이고 지금 현재 나는 안전하고 내 자신을 보호할 수 있다는 생각, 이제 내 자신을 조절하고 원하는 것을 해나갈 수 있다는 자기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과 믿음을 받아들여가는 과정이 트라우마 치유의 핵심입니다. 

영화<붕대클럽>에서처럼 "아주 사소한 일상사도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이해가 치유의 시작입니다. 영화 <포레스트 검프>에서 말하는 "긍정적인 경험과 긍정적 사고"가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힘이 됩니다. 무엇보다 영화<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에서 말하는 "관계 속 교감"이 가장 강력한 트라우마 치료제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는 "두려워하지마, 넌 혼자가 아니야!"라고 말하며 피해자에게 손을 잡아줄 사회적인 노력과 체계적인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간절합니다.  

 

ps. 이 책에서는 영화 포스터 사진이 크게 나오지 않으며 리뷰를 위해 네이버 영화-포토에서 인용하였습니다. 리뷰 중간에 나오는 유명인의 격언은 이 책 속에 나오는 것을 인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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