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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가니

[도서] 도가니

공지영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도가니에는 여러 사람들이 있다. 

 

정상인이 아닌 장애인 그것도 20살도 안된 미성년자를 성폭행하는 사람들이 버젓이 교장이라는 감투를 쓰고 점잖은 어른인 척 살아가는,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회가 있었다. 그 속에서 계란으로 바위치기를 계속하면 바위가 결국 깨질거라 믿는 사람들과 그래봤자 바위는 여전히 굳건하게 남아있을거라 믿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 사이에서 현실에 안주하며 계란으로 바위치기 하는 모습을 안쓰럽게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무엇보다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회속에서 상식밖의 일을 당하며 참아내야 하는 사람들이 먼저 있었다. 

 

"우리도 똑같이 소중한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된거요"- p290

 

그 사회속에서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사람들이 결국 알아야 하는 것은 "똑같이 소중한 사람"이란 사실이다. 그 사실을 알기위해서 많은 사람들이 계속해서 바위를 두들겨야 했으며 자신의 가슴속 깊이 묻어둔 아픔을 들춰내야 했고 그렇게 많은 고통을 겪으면서도 이겨낼수 없는 현실에 좌절하기도 했다.
도가니란 소설 속에서 결국 정의보다는 악이 승리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단순히 그렇게 생각하기에는 너무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그래도 우리 장애아들이 어쩔 수 없이 사회의 강자에게 약자로서 당하기만 하는 의식에서 깨어나 "똑같이 소중한 사람"이란 것을 알게 된 것이 가장 큰 소득이라 생각한다. 한편으로는 "상식없는 사람들"에게 너네들도 계속해서 악행을 저지르면 그 죄의 값을 "치를 수도" 있음을 알려주는 것으로도 조금씩 사회가 변하는 것을 보여주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그런 생각이라도 없으면 소설보다도 더 잔인한 현실에서 살아갈 기력을 다 잃어버리지 않을까?

 "내 비록 깃발을 휘날리는 그런 영웅은 아니나, 어리고 힘없는 아이들이 개들에게 짓밟히는 걸 그냥 바라볼 정도로 형편없는 인간은 아니야. 무진은 내게 그걸 가르쳐주었어. 나는 당신이 나의 마지막 자존심을 지켜줄거라 믿어"- p282


아내에게 자신의 자존심을 지켜달다는 편지를 써내린 강인호. 어쩌면 무책임할수도 있고 어쩌면 세상의 부조리를 향해 용감히 싸워나가는 열정을 지닌 사람으로 볼 수 도 있는 그는 결국 아내가 기다리는 현실을 택한다.
사업이 망하고 다시 삶을 지탱하기 위해 아내가 어렵게 마련한 자리에서 가장의 역할을 하기 위해 무진에 온 강인호. 그는 자애학원에서 집안에서 가장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다 해내리라 다짐하지만 결국 장애아 들이 겪는 고통을 알게 되고 그 순간부터 고민하게 된다. 내면에 있는 "늙은 강인호"는 자신의 아버지에 대한 기억까지 환기시키면서 아내와 자식을 생각하라고, 어리석은 짓은 하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어쩌면 한순간의 마음에서 출발했을지도 모르는 싸움에서 강인호는 자신의 아픈 기억까지 세상밖으로 나오게 되는 아픔을 겪는다. 그리고 아내와 함께 한 그날 밤에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어쩌면 단순히 처음부터 모른척 했다면, 혹은 중간에 사건이 커지기 전에 조용히 발을 뺐다면 그저그렇게 지나갈 일인지도 모른다. 아니면 적당히 자신의 자존심을 세우면서 다른 사람한테 꿀바른 말로 어르고 달래어 자신은 서울로 훌쩍 떠날 수도 있다. 세상엔 자신을 대신해서 싸울 사람들이 아직은 남아 있었다.
강인호가 끝까지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 버텼다면 어땠을까. 누군가는 강인호가 아내의 권유를 이겨내지 못하고 순간의 감정으로 행동을 바꾼 것으로 볼지도 모른다. 어쩌면 흔들리는 갈대처럼 고민이 많은 현대인의 모습을 그대로 나타낸 것인지도 모르겠고 이글을 읽는 나로서는 아내와 자식을 둔 가장으로서 햄릿"처럼 고민을 거듭하지만 결국 현실적인 삶을 택하는 강인호의 모습에 동정표가 많이 갔다.
우리의 아버지 혹은 강인호의 아버지 같은 분들이 결국 자신의 자존심을 굽히고 세상과 비겁하게 타협하면서 지켜낸 강인호나 우리 같은 사람들이 우리 자신의 자존심을 세우기 위해 불의한 세상과 싸워나간다면 과연 그 분들의 뜻을 거스리는 것일까?
굉장히 소심한 소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사실 자신만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 자신을 믿고 있는 아내와 자식을 버린다는 것은, 설령 그것이 절대 선이라 하더라도 내 자신으로서는 굉장히 어려운 일일 듯 싶었다. 결국 강인호는 자신의 자존심을 끝내 지키지 못하고 아내의 말을 넘어서지 못하고 서울행을 택하고 말았다. 어쩌면 그것이 상식없는 세상을 사는 지성인의 한계이면서 동시에 이 글을 읽고 있는 내 자신의 모습일지도 모를 일이다.

 

"어떻게 내 손녀를 팔아 아비의 약값을 대겠습니까? 인간이라면 그럴 수 없지요. 그래서도 안되고요. 그렇지만 선생님, 그 사람들 말합디다. 이왕 엎어진 물, 이 기회에 애 아버지 서울 병원에나 한번 보내보고 유리 대학공부까지 시키는 것도 좋지 않겠느냐고. 선생님들, 그 자리에서 분명히 안된다고 했는데도 그 사람들 다녀간 뒤로 그 소리가...... 자꾸 들리더라 이말입니다. 네? 선생님들, 우리 아들하고 손주는 못 듣는 그 소리가!"

가슴이 메인다. 뭔가 뜨거운 것이 올라오는 듯 했다. 지금까지 살아온 상식이 있고 그것을 지켜내려는 자존심이 있는 사람과 그마저도 없는 서글픈 할머니의 인생과 그 생각들. 현실이라는 벽 앞에서 어쩔 수 없이 고민해야 하는, 정말 삶의 밑바닥을 닿아보지 않는 사람들은 느낄 수 없을 듯한 그 절규에 가까운 말. par얼마전 돌아가신 전 대통령께서는 “행동하는 지성”에 대해서 이야기 했다. 정말.......뭔가 배운 사람들이 그 배움을 실천하지 않는 것은 비겁한 일이다. 장애인이란 이유로 다른 사람에게 무시당하며,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대접도 받지 못하는 행동을 강요당하는 것을 옆에서 보면서... 그냥 넘어간다는 것은 “지성인”들이 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런 단계를 넘어선 uc0 피해의 당사자들과 그 주변에서 삶의 극한에 다다른 지경을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삶 그 자체를 넘어선 자존심은 아무런 의미가 없을지 모른다. 그런 할머니의 말을 들으면서 마음이 아팠다.

 

아픔을 간직한 공지영 소설속의 사람들


공지영의 소설에서는 가슴 한 구석에 아픔을 지닌 사람들이 많이 등장한다. 도가니 속의 주요 인물인 강인호도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하게 교사 생활을 하다가 사업 하다가 망하기도 하는 일상적인 인물일 수 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늙은 강인호를 내면에 두고 가정과 이상 사이에서 고민하며 정명희라는 제자를 한 구석에 두고 살아가는 아픔을 지닌 인물이다. 인권센터에 일하는 서유진 역시 심장기형이 있는 아이를 자식으로 두고 있다.
공지영의 다른 소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에서는 자신의 불행한 과거를 가슴에 묻어두고 결국 사형수까지 가게 되었던 인물과 겉으로는 교수로서 잘 살아가는 듯 보여도 가까운 사람에게 어릴 적 성적으로 아픔을 겪었던 인물이 등장을 한다. 작가의 다른 소설들을 보면 이런 아픔이 있는 사람들만 그려낸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작가는 우리들 가슴 한구석에 있던 아픔을 작품속 인물들을 통해서 꺼내고 들춰내면서 토해내고 결국 어떤 식으로든 치유하게 만드는 묘한 재주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해본다.

 

소설속의 또다른 사람들


한편 도가니에서는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회에서 전형적으로 부정한 일을 저지르는 사장과 행정실장 형제같은 사람들과 함께 이들을 옹호하는 "머리좋은 사람들“이 등장하면서 이들과 고민하는 지성인들 사이에 장경사 같은 적당히 타협하면서 살아가려는 사람들도 나타난다. 어쩌면 이 무리들이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자신의 자존심을 세우지도 못하면서 한번 지켜보려는 시늉만 내는 사람들보다는 훨씬 현실적이면서 양심적일지도 모른다. 나름 가슴 한구석에는 과거의 젊었을때 열정을 조금 지니고 있으면서 늙어버린 현재에는 소위 윗분들과 적당히 타협해서 현실적인 삶을 살아가려는 사람들...... 어쩌면 나는 이 무리에 속하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는 "도가니"


도가니는 이처럼 다양한 삶의 군상들을 제시해놓고 한편으로는 단순히 자애학원라는 곳에서 장애인들이 당한 고난을 통해 비상식적인 사회를 고발하는 데에서 벗어나 다양한 인물들을 통해 우리에게 이런 도가니 속에서 어떤 삶을 살것인지 조용히 묻고 있었다.
이 소설의 배경이 된 사건이 실제 있었던 것처럼 작가의 후기에 나오는 말과 같이 우리는 "삶에 대해 더 많이 알면 알수록 사람에 대해 정나미가 떨어지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 소설보다더 상식적이지 못하고 영화보다 더 잔인한 세상. 그런 세상 속에서 가슴속 깊은 곳에 아픔을 간직한 사람들을 소설속에 놓아두고 그 인물들의 아픔을 하나하나 뒤집어 보면서 우리에게서 "상식이 통하는 " 사회와 그런 사람들이 있는 사회를 그려보자는 메시지를 전해주는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는 "도가니"라는 소설을 통해서 내 주변의 모습과 이에 대한 나 자신의 삶의 방향을 한번쯤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에 대해서 고맙게 생각한다.

 

 

ps.지난 창비에서 주최한 리뷰대회에서 가작을 받았습니다. 작은 상이지만 무척 기뻤는데 한편으로는 다른 분들의 글을 보면서 글을 잘 쓰는 분들이 참 많구나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한 마디 도움말을 남겨주시면 고맙겠습니다^^ - 야근 근무중 잠깐 쉬는 때 올렸는데 바깥에 새벽 바람이 무척 춥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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