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여자가 섹스를 하는 237가지 이유

[도서] 여자가 섹스를 하는 237가지 이유

신디 메스턴, 데이비드 버스 공저/정병선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알고 있지만 모르는 이야기

 

  "여자가 섹스를 하는 237가지 이야기"라는 상당히 도발적인 책 제목을 지닌 이 책을 중간 정도 읽고서 대충 내용을 직장동료 K군과 잡담하던 중 이야기 해 주었다. 그랬더니 하는 말이 " 그거 다 아는 거 아냐?"

 그랬다. 아마도 스포츠 신문 한 구석에서, 포털 사이트 인터넷 기사 중 아래 편에서, 혹은 이런저런 경로로 "아 그렇구나"하면서 얻은 토막 지식들이 이 책에서는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잘 정리되어 있었다.

 하지만 우리가 과연 이 책에 나오는 내용에 대해서 알고 있는 걸까? 혹은 장님이 코끼리 다리 만지는 식으로 어설프게 알고 있는 것은 아닐까? 현대 사회가 아직은 많이 개방되었다고는 하지만 대놓고 지하철이나 공공 도서관 칸막이 없는 책상에서는 읽기 힘들었던 이 책을 그래도 다 읽고 리뷰까지 적어야 겠다고 맘 먹은 것은 위와 같은 의문들이 한몫을 했다. - 물론 다른 호기심도 있을 수 있겠지만^^;;

 친절하게도 이 책의 저자는 "다 알고 있다는"  수컷의 생각에 대해서 아래와 같이 서두에서부터 일침을 놓는다.

 

"여자는 왜 섹스를 하는가? 매우 중요한 질문이지만, 놀랍게도 이 주제와 관련해서는 거의 연구가 안 되었다. 이런 간과와 태만의 한 가지 이유는 과학자들은 물론이고 모두가 그 답을 이미 안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대답은 한결같다."-p9-

 

 그래, 이시대의 수컷들은 아직 이 책의 내용을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한 것이 분명하다!!

 

 

"털없는 원숭이"의 추억  

 

 이 책을 처음 읽으면서 "털없는 원숭이(동물학적 인간론)-데스먼드 모리스, 정신세계사"가 생각이 났다. 그 책에서는 인간을 털없는 원숭이로 보고 부제처럼 동물학적 인간론을 펼치고 있었는데 그 중에서 짝짓기 - 그 당시만 해도 한글로 "섹스"라고 쓰기에는 좀 무리가 있었나 보다. 지금도 그렇지만^^;;-  에 있어서 인간과 다른 영장류들의 차이점을 진화론적 관점에서 적어 놓은 것이 있었다.  

 

 "털없는 원숭이의 수컷은 암컷을 놓아두고 사냥하러 떠날 때, 암컷이 그에게 정절을 지키리라고 확신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암컷은 한 마리의 수컷하고만 짝을 짓는 경향을 개발해야 했다. 수컷도 역시 한 마리의 암컷하고만 짝을 짓는 강력한 경향을 가질 필요가 있었다. 게다가 수컷들은 치명적인 무기로 무장하고 있었기 때문에, 암컷을 서로 차지하려고 다투는 것은 전보다 훨씬 위험해졌다. 이것도 역시 수컷이 한 마리의 암컷으로만 만족해야 하는 충분한 이유가 되었다." -털없는 원숭이 중 짝짓기 편-

 

 인간이 일부일처제를 고집하게 되는 이유에 대해서 적은 것인데 "털없는 원숭이"가 인간 전체를 보고 그 중 짝짓기에 대해서 다루었다면 지금 언급하고자 하는 이 책-"여자가 섹스를 하는 237가지 이유"-에서는 그 "털없는 원숭이"들 중에서 "여자"만 따로 떼어놓고 보고 있다.

 

 솔직히 이 책의 내용에 대해서 다 언급하기도 어렵고 이렇게 글 쓰는 것도 피임기구를 앞에 놓고 피임법에 대해서 설명하던 성에 관한 대학 교양강좌 시간 만큼이나 쑥스럽기만 하다.  아래에서는 몇가지만 한번 짚어 볼 생각이다.

 

 알 듯 하면서도 어려운 행위

 

 "털없는 원숭이"에서는 여자의 오르가슴에 대해서 이렇게 언급하고 있다. 성적인 보상의 측면과 임신이라는 종족 번식의 측면에서 여자가 오르가슴을 느끼는 것이 유리하다는 것이다.

 

 "오히려 여자의 오르가슴이 존재하는 것은 두 가지 점에서 대단히 유리하다. 하나는 오르가슴이 큰 보상이기 때문에, 여자도 오르가슴을 느끼기 위하여 짝에게 적극적으로 협력한다는 점이다. 성행위에서 이루어진 다른 개선이 모두 그렇듯이, 이것도 한 쌍의 남녀 관계를 강화하고 가족관계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또 하나는 오르가슴이 임신할 가능성을 상당히 높여준다는 점이다. 인간 여자가 성교할 때 원숭이처럼 감정적으로 흥분을 느끼지 않는다면, 여자도 성교가 끝나자마자 일어나서 돌아다닐 가능성이 많다. 여자가 성적으로 만족하고 기진맥진해서 녹초가 될 만큼 격렬한 오르가슴을 느끼면, 바로 이런 효과 - 정액을 질속에 담아두는 -를 얻을 수 있다."

 -털없는 원숭이 중 짝짓기 편-

 

 위와 같은 진화론적 관점에서 본 것과 달리 "여자가~"에서는 다양한 관점에서 여성의 오르가슴에 대해서 분석을 해놓았다. 적절한 유머와 함께...

 

 “남자의 경우 성적으로 몹시 흥분하면 ‘결코 돌이킬 수 없는 지점’까지 거침없이 치고 올라간다. 자극하기를 중단해도 자동으로 오르가슴에 도달한다는 점에서 말이다. 그러나 여자들은 자극을 중단하면 그게 음핵에서 유발된 오르가슴이든, 질에서 유발된 오르가슴이든 그 즉시 오르가슴이 멈춘다. 남성 파트너 들은 제발 이 점에 유의해 주기 바란다.

 

 예전 한겨례에 연재된 홍승우의 비빔툰의 성인 버전인 "야야툰" 에서 한 컷의 만화를 본 적이 있다. 여성인 "활미"가 "아~"하고 내는 소리가 환희에서 고통으로 변하는 과정을 네 컷의 만화로 그려내고 남편인 "정보통"이 아내인 "활미"에게 "언제부터야?"하고 묻는 장면을 넣어두었는데  "남성 파트너들이 제발 유의해 주기를 바란다"는 저자의 바람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으로 수컷들이 그 "환희와 고통이 교차하는 그 시점"을 정확히 알기에 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인지 저자는 다음과 같이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오르가슴을 위한 수컷과 암컷의 어려움을 알고 있다는 의사표시도 했다.  

 

 "여성이 오르가슴에 도달하려면 어디를, 언제, 얼마나 어루만져 줘야 하는지가 제각각이기 때문에 성적으로 탁월한 능력을 갖춘 파트너라 할지라도 처음 몇 번은 길 안내 지도가 필요하다. 리사를 환희 속에서 울부짖게 만들었던 기술에 린다는 치를 떨면서 침실을 뛰쳐나갈 수 있다."

  "여성이 이성 상대방과 성적인 즐거움과 오르가슴에 도달하고자 한다면 대화가 중요하다. 말로 설명해야 한다. 손을 절묘하게 활용해 알려주기도 하고, 사지와 손가락의 위치를 새로 지정해 주면서 파트너에게 성감대와 아닌 곳을 가르쳐 주는 것도 필수다. 흔히 여자들은 이런 일을 하기가 쉽지 않다." p82~83

 

 요즘 사회가 많이 개방됐다고는 하지만 솔직히 여성 자신이 어디에서 어떤 때에서 오르가슴을 느끼지 어떻게 해달라고 요구하기에는 설령 서로 사랑하고 밀접한 관계에 있다 하더라고 아직 장애물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이 글을 쓴 저자가 비교적 개방적인 서양 사람임에도 위와 같이 언급하였다면 좀 더 보수적인 우리나라에서는 더욱 더 심할 것이다. 그래도 좋은 결과물을 얻기 위해서는 둘이 서로 노력을 해야하고 그 부분에 있어서 좀 더 이해를 돕기 위한 예시들이 이 책에 제시되어 있다.

 

배우자 지키기 등 다양한 이유 

 

 "털없는 원숭이"에서는 진화론적 관점에서 인간이 짝을 하나만 갖는 이유를 설명해준 바 있다. "여자는~"의 책에서는 아래와 같이 언급하고 있다.

 

 "여자들이 배우자를 지키기 위해서 섹스를 '제공'하는 행위는 두 가지 주된 이유에서 효과적이다. 첫째, 섹스를 제공하면 배우자를 성적으로 만족시켜, 그의 성적 충실을 이끌어 낼 수 있다.

둘째, 섹스를 제공하면 주변 사람들에게 여성이 파트너와 성생활 중임을 널리 알릴 수 있다. 그 효과는 명백하다. 배우자 밀렵꾼의 접근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것이다." p172~173

 

 배우자 밀렵꾼은 불륜과도 관계가 있는데 앞서 인간이 일부일처제를 혹은 짝을 하나만을 갖는 이유에 대해서 설명이 되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끊임없이 더 나은 유전자를 찾아나서기도 하고 다른 사람과 질투를 느끼기도 한다. 이런 과정에서 여성은 배우자를 지키기 위해 - 혹은 애인이거나 - 자신의 만족 여부에 관계없이 섹스를 "제공"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성적 욕구를 해소하기 위한 면이 강한 남자와 달리 상황에 따라서 성관계를 "제공"하기도 하는 여자의 입장이 좀 더 복잡해 질 수 있는 한 측면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편으로는 "헌신"이라는 이유도 있다.

 

 "내가 남자랑 처음 섹스를 한 건 헌신하는 관계를 원해서였어요. 우리는 둘 다 열 여섯 처녀 총각이었고 석 달째 데이트 중이었죠. 내가 앞장서서 섹스를 해야한다고 주장했어요. 그를 사랑하고 있다는 걸 입증해 보이고 싶었던 거죠" p95

 

 성적 만족을 위해서 "거침없이 치고 올라가는" 남성에 비해서 여자가 섹스하는 이유는 위 두 가지 제시 예만 보더라도 확실히 다양하고 다르다. 과연 "237"가지나 되는가 하는 궁금함도 있지만 - 이 책에서 나오는 예를 다 세어보지는 않았다^^;; - 남자보다 복잡한 것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아마도 수컷의 입장에서는 "제공"이라든가 "헌신"을 성관계에 동일하게 적용하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싶은데 여성 쪽이 그 이유가 다양한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더 깊은 이해를 위해

 

"여자는~"에서는 진화의 관점과, 생리학, 심리학 등의 이론을 바탕으로 서두에서 밝혔듯 여러 여성들의 헌신적인 체험담의 제공으로 글을 완성했다.

 

 "우리는 장대한 다양성을 선보이는 여성들의 성행위 동기를 몇 가지 이론틀로 검토해 보았다. 여성의 성애를 진화의 관점으로 살펴보는 것도 그중 하나였다. 두 번재로, 우리는 생리학의 연구 성과를 활용했다. 생리학은 호르몬과 뇌 화학물질, 혈류, 해부학적 구조가 여성들이 선보이는 성애의 토대를 어떻게 구성하는지 해명해 줬다. 여성들이 성욕, 흥분, 오르가슴 등 여러 성적인 걱정의 해결책을 찾아 부심하고, 종종 푸는 데 성공하기도 하는 과정에서 맞닥뜨리는 어려움을 통찰할 수 있게 해 준 것이 임상례라는 세 번째 렌즈이다. 심리학이 네 번째 이론 틀이다. 여성들의 성애에 영향을 미치고, 성 경험에 의해 바뀌기도 하는 정신 상태에 관한 과학 지식이 급속하게 늘어났다." p370

 

 사실 책을 읽다보면 내가 살던 시대 배경이나 우리나라에서는 조금은 맞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부분도 있긴 하지만 - 서양에 비해 향수 사용이 보편화 되지 않은 우리 현실에서  '냄새'로 성적 끌림을 느낀다는 것은 아직까지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나만 그런건지^^;; - "털없는 원숭이"들은 인종을 불문하고 그리 다르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이 책이 다른 수컷들에게 여성의 생각을 좀더 깊이 이해하고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 

 

 더 언급하고 싶은 부분이 있었는데 가령 "성적 학대"나 "강간"등에 관한 부분이다. "여고생의 3분의 1이 데이트 중에 성적 강요와 폭력을 경험한다는" 통계가 있는 것을 비롯해서 많은 성적 학대나 강간과 거의 유사한 행위,혹은 강간의 예가 이 책에 제시되어 있다. 오늘날 우리나라에서도 각종 성관련 범죄를 - 특히 여성에 대한 것들 - 을 미디어에서 많이 대하고 이에 대해서 분노하며 그 원인을 캐보면 어릴 적에 당한 학대 등이 제시되곤 하지만 결국 여성에 대한 성적인 무지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를 배우지 못하고 자신의 행위에 대해 책임을 지지 못하면서 성적 행위에만 열중하는 사람들이 있거나 혹은 왜곡된 성에 관한 가치관으로 여성을 성적으로 학대하거나 심지어 연쇄 살인까지 저지르는 일이 종종 일어나는 오늘의 현실에 있어서 "여자는~" 책은 여성의 심리를 좀 더 깊게 이해하고 올바른 관계로 나아갈 수 있는 좋은 디딤돌이 되리라 생각한다. 

 

  더 이상 "짝짓기"의 다른 말을 계속 언급하면 그리 좋아보이지는 않을 것 같아서^^;; 더 이상의 예는 들지 않으려고 한다.  "자신들의 성경험을 우리에게 들려준 용감한 그녀들에게 이 책을 바친다 " 라고 이 책의 첫머리에서 언급한 것처럼  "용감한 여성들"을 생각해서라도 이 세상의 수컷들과 이를 대하하는 암컷들까지도 이 책을 읽고 좀더 깊은 깨달음^^을 얻고 건전한 성 지식을 바탕으로 명랑한 생활을 하길 - 나 자신도^^ - 바란다.

 

p.s.

 

 책을 사고 나니 파본이 있었다. 글이 없는 맨 마지막 장이라서 글을 읽는 데는 지장이 없었지만 혹시나 해서 yes24에 전화를 해 보았다. 약간 졸린 듯한 나긋나긋한 목소리의 여자 상담원이 전화를 받았다.

 "책이 파본이 있어서 바꿀 수 있나해서요"

" 책 제목이 무엇입니까?"

"여자가~~" 하다가 순간 멈칫했다. 그래도 제목인데 하고 마무리 지었다.

"여자가 섹스하는 237가지 이유 인데요"

 순간 옆에 있던 K군이 빵 터졌다. 뭐가 그리 웃기는 지 계속 웃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 웃는 소리를 그 상담원이 들었으려나- 그 상담원은

"예 알겠습니다 고객님, 환불이나 교환하시려면~~"

아직은  "섹스"란 단어를, 아무리 사무적 혹은 과학적인 버전이라 하더라도 쉽게 입에 올리기는 어렵다. 같은 남자들끼리도 물론이고 특히나 여자- 설령 고객에게 진지하게 대답하고 있는 는 상담원이라도 - 앞에서는 더더욱 어렵다^^;;

 



 
취소

댓글쓰기

저장
덧글 작성
0/1,000

댓글 수 12

댓글쓰기
  • 자스민

    동감이요. 그럼 '여자가 성교하는 237가지 이유'라고 해야 할까요?^^;읽고 싶은 책인데 이렇게 먼저 읽으셨네요.

    2010.11.06 23:26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방문, 댓글 감사...^^ 암튼 대놓고 말하기는 좀 껄끄럽기는 하지요^^;;

      2010.11.08 09:23
  • 스타블로거 생명은 소중해

    예전에 군대에서 털없는 원숭이는 좀 읽다 말았던 적이 있습니다. 237가지나 있다니!^^

    2010.11.07 14:32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털없는 원숭이 요즘에는 잘 안나오는 것 같던데. 대학 교양강좌에서 교수님 추천으로 읽었는데 그 당시 상당히 파격적인 내용이 아니었던가 싶어요. 요즘도 가끔 꺼내서 보면 재미있더라구요^^

      2010.11.11 10:07
  • 자스민

    오늘 따뜻한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안녕히 주무세요!

    2010.11.11 23:09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별 말씀을... 항상 건강하시길^^

      2010.11.25 13:56

PRID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