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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동이 만나러 갑니다

[도서] 김제동이 만나러 갑니다

김제동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재미없던 시절에 웃음을 주던 "폭소클럽"

대학 졸업할 무렵, 군 입대를 앞두고 명확한 목표도 없이 학교 도서관을 오가던 재미없던 그 시절, 같이 공부하던 친구와 자취방에서 유일하게 즐겨보던 프로그램이 있었다. 별 생각없이 텔레비전을 틀었을 때 "폭소클럽"이란 제목으로 KBS 2TV에서 방영한 프로그램이었다. 신인 개그맨 혹은 개그에 뜻이 있는 사람들이 한 꼭지씩 맡아서 하던 그 프로그램에서 유독 눈이 많이 가면서도 오래 꼭지를 유지하던 사람이 있었다. "사물개그"도 "눈 크게 뜨던 과학강사"도 어느 새 슬그머니 사라졌지만 "온 국민이 행복해지는 그날까지"를 주문처럼 외우며 꼭지를 마치던 그 사람은 그 뒤에도 텔레비전에 계속 나왔다. 안경을 쓴 눈이 매우 작게 보였고 키도 작았지만 작은 눈으로 웃는 그 모습이 선해보였다.

 

어느 날부턴가 유명해진 그 사람

어느 날부턴가 그 사람이 여러 예능 프로그램에 나오면서 유명해졌고 대통령의 노제에 참석하고 트위터에 올린 글이 화제가 되면서 더 유명해졌다. 그 사람이 이번에 또 책을 냈다. 여러 사람들과 만나서 이야기한 것들을 모은 책. 무척이나 부러웠다. 책 속에 담긴 사람들은 소설가부터 시인, 국회의원부터 도지사, 제주도 해녀부터 시골학교 선생님과 교수님, 축구선수와 야구선수, 소녀시대 멤버부터 카리스마 넘치는 미실까지. 정말 한번쯤 만나고 싶었던
사람들이 다 들어있었다. 그렇게 다양한 분야의 여러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은 단순히 그 사람이 웃기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나름대로 인생에 대한 철학이 있고 시를 읊을 줄 아는 감수성이 있고 사람의 이야기에 감동을 느낄 줄 아는 정(情)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노무현 대통령 1주기 추모식때 비를 맞으며 사회를 보는 모습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 사진 출처 : 네이버 김제동 이미지 ]

 

시적인 글과 부담없는 대화

눈이 작던 그 사람이 어느날 차가운 겨울의 끝자락에 갑자기 별이 보고 싶다고 말하며 트위터 팔로어들의 질문을 소설가에게 "꽃씨 옮기듯 옮기겠다" 고 하고는 소설가를 찾아나선다. 상당히 시적(詩的)이다.
솔직히 책 속에 등장하는 여러 사람들과의 문답은 우리 일상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작은 것들이지 뭔가 큰 교훈이나 감동을 줄 수 있는 대단한 것들은 아니다. 책 속 등장 인물들을 보고 뭔가 기대를 했다면 조금은 실망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지만 그 작은 것들을 우리 주변의 유명인에게서 어렵지 않게 이끌어내며 대화할 수 있는 그 사람의 이야기가 정겹다. 문답에 앞서 간단히 자신의 생각을 적어 놓은 머리글들도 재미있고 정겹다. 때로는 “섬진강 시인”의 "섬진강 매화꽃을 보셨는지요"란 시를 옮겨 놓는 시적 감수성도 보여준다. 간단한 듯 하면서도 부담없이 책 속 사람들의 일상 이야기를 이끌어내는 대화 솜씨가 책을 끝까지 읽게 만든다.

 

책 속 사람들의 이야기

글쓴이는 평소 대안학교를 세우겠다고 이야기할 만큼 교육에도 관심이 많아보이는데 여러 산을 올라다닌 엄홍길 대장은 "흙하고 놀아라"하는 아주 간단하면서도 기본적인 교육철학을 이야기해준다.

"요즘 아이들 사고가 개인적이고 이기적인 건 다 흙하고 못 놀아서 그런거예요. 물질문명이 그렇게 만든 거지요. 컴퓨터가 어떻게 보면 21세기의 대재앙인 것 같기도 해요."- 58p -

내 어릴 적을 생각해봐도 해가 저물도록 땅따먹기 하고 동네 뒷산에서 앵두 따고 쑥 뜯으며 소똥도 보고 자랐다. 그렇게 자란 아이들과 삭막한 도시에서 학원수업에 찌들며 피시방에서 친구들과 오락하는 것이 낙인 아이들과는 삶에 대한 기본적인 생각이 많이 다를 것이다.
카리스마 넘치는 홍명보 축구감독은 축구장에서 보여주던 모습과 또다른 면모를 우리에게 보여준다. 자신이 데리고 있던 청소년 대표팀을 통해서 어렵지 않은 삶의 철학을 제시한다.  

"홍감독은 지난해 청소년 대회에 나가기 전 파주 국가대표 훈련센터에서 근무하시는 식당 아주머니, 청소 아주머니, 일해 주시는 아저씨께 청소년 대표들로 하여금 고마움을 표시하라고 일렀다. 당시 아주머니와 아저씨들은 그런 경험이 처음이라면서 기뻐하셨단다." - 92p -

자라나는 청소년 대표팀 같은 우리 아이들의 교육에 관련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사람이 사람을 대하는 기본적인 마음가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혁명적 이념을 갖고 어려운 시대를 지내다가 자신의 삶의 빛과 같던 대통령을 잃어버린 슬픔을 지닌 정치가가 있었다.  이제 다시 현실 정치에 들어서서 도지사가 된 어느 정치가는 아내에 대한 "심리적 상태”에 대해서 감히 논한다.

"여담이지만 그 당시 혁명적 이념을 갖고 결혼했던 많은 부부가 이혼했어요. 혁명의 시대에 남편을 헌신적으로 뒷바라지했는데, 그 시대가 끝나고 나니 어느새 남편이 한심한 백수가 돼 있었던 거죠.

전 집 사람의 "심리적 상태"에 굉장히 영향을 많이 받아요." 163p

"심리적 상태"라, 참 재미있는 표현이다. 재치있는 우리의 제동씨는 간단하게 "아내 눈치를 본다"로 정정해준다. 
 이제 은퇴경기를 치르는 야구장의 노장은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에 맞선 한참 후배인 젊은 투수는 노장의 마지막 경기에도 봐주지 않고 최선을 다해 안타를 하나도 못치게 만드는 저력을 선보인다.

"은퇴경기는 정말 가슴이 뭉클했다. 9회에 땅볼을 치고도 끝까지 1루로 전력질주하던 형의 모습. 그건 형의 야구인생을 압축적으로 보여준 모습이었다." - 170p -

자기가 쓴 시가 나와도 100점 맞기 힘든 정호승 시인의 국어 문제 이야기는 재미있으면서도 왠지 우리 교육의 잘못된 단면을 보여주는 듯 싶어 좀 씁쓸하다.
"그럼 선생님도 선생님 시가 시험 지문으로 나오면 100점 못 받으시겠네요?" "그렇죠. 시에 정답이 있겠어요? 신경림 선생께서도 당신의 시로 낸 국어 문제를 풀어보니 너무 어려우셨대요. 상상력이 풍부한 학생은 틀리는 경우가 많죠." 218p
정답이 없는 시에 정답을 강요하는 입시 위주의 사회와 교육, 상상력이 풍부한 학생이 틀릴 수 밖에 없는 그 모습이 아쉽다.

"나랑 결혼하자"를 남발하던 미실은 자못 진지하게 대중을 대하는 연예인의 태도를 이야기하고 소녀시대의 멤버인 수영은 한 때 “제동 오빠 팬”이었다는 고백도 해준다. 예전 야구장을 주름잡던 노장 선수에게 스스럼 없이 "형"이라 부르고 세계적인 스타로 발돋움한 "소녀시대"의 한 멤버에게 자연스럽게 "오빠"라 불리며 카리스마 넘치는 미실에게 "청혼"도 받는 그 모습은 부럽기만 하다. 아마도 그이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작은 눈에 큰 것을 담을 수 있는 사람

"좌파도 우파도 아닌 기분파"라고 본인이 이야기 한 것처럼 저자는 어떤 이념을 따지지 않고 사람들을 만나러 다닌다. 당선자 신분의 대통령을 만나 "아침마당"에 나오는 아들을 꼭 보러 오라고 했던 어머니의 인연을 생각하며  대통령 노제의 사회를 보았다는 제동씨. 이념을 떠나 사람 사이의 관계를 중요시하는 그의 생각이 엿보인다. 책 속에는 다양한 직종과 생각을 지닌 사람들이 나오고 생각의 차이가 커서 서로 어울리지 못할 것 같은 사람들도 나온다. 하지만 "작은 눈에도 큰 것을 담을 수 있는" 사람이기에 책 속의 모든 사람들을 만나러 다니면서 자연스럽게 일상의 생각들을 끄집어 낸다.
책 속에 종종 등장하는 글쓴이 어머니의 일화에서 알 수 있듯이, 어려운 시절을 겪으면서 유명 개그맨이 된 그가 이제 이런 모든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한 권의 책을 낸 것이 어려운 시절의 결실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든다. 하루일에 지쳐 피곤에 찌든 지하철 출퇴근길에서 이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가만히 웃어본다. 다른 사람들은 담아내지 못할 재치있는 재미가 있고 일상의 감동이 있다. "폭소클럽"의 한 꼭지에만 나오던 그가 이렇게 다양한 사람의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도록 성장해 온 것이 대단해 보인다. 그때 재미없던 시절, 우울했던 나에게 즐거움을 준 것처럼, 오늘날에도 이런 책으로 즐거움을 주는 모습이 참 좋다. 예전 초창기 데뷰시절, "폭소클럽"에서 하던 그 마지막 멘트처럼 "온 국민이 행복해지는 그날까지" 항상 우리에게 웃음과 감동을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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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리내별

    김제동씨는 웃음을 얻기위해 말을 함부로 하는 사람이 아니라 , 항상 생각하고 그 속에 삶의 자세나 철학이 느껴져서 좋더군요.

    2011.10.05 20:15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삶의 철학이 있는 웃음이라.. 좋지요. 그저 웃기기 위해서 나오는 사람은 아닌 듯 싶어 좋아보입니다^^

      2011.10.09 11:39
  • 파워블로그 꽃들에게희망을

    월요일인가요..힐링 캠프? 제목이 정확하지는 않지만 이경규씨하고 토크쇼 하더라구요. ^^

    2011.10.09 02:03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요즘 다시 텔레비전에 모습을 나타내더군요. 그만큼 재능이 있다는 이야기겠지요^^

      2011.10.09 11:40
  • 담당자

    안녕하세요. 예스24입니다. ^^ 쪽지 확인 부탁드릴께요~

    2011.10.24 10:27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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