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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교(디지털)

[영화] 은교(디지털)

개봉일 : 2012년 04월

정지우

한국 / 드라마 / 청소년 관람불가

2012제작 / 20120425 개봉

출연 : 박해일,김무열,김고은

내용 평점 5점

묘한 여운이 남는 영화

 

영화를 보고 나서 자리를 뜨지 못하는 경우는 언뜻 두 가지가 생각난다. 하나는 영화 대비 영화값이 너무 아까워서이고, 또 하나는 그 영화만의 여운이 남아서이다. "은교"란 영화는 원작을 보지 않았기에 일단 원작과의 비교를 제쳐놓고 생각한다면 여운이 남아서 영화관 자리를 쉽게 뜨지 못했다는 말이 나에게는 맞을 듯 싶었다. 마지막 은교가 적요를 떠날 때에는 마치 "해피엔드"에서 남편(최민식 분)이 자기가 죽인 아내(전도연 분)의 반지를 변기에 던져놓고는 오열하는 그 장면을 연상케 했다. 영화를 홍보할 때 여배우의 노출은 주요 요소가 되어버렸지만 이 영화에서는 여배우인 김고은이 얼마나 벗었느냐가 그리 중요해보이지 않았다. 영화에서의 그 느낌, 그 여운이 중요해 보였다.

 

영화의 가장 완벽한 반전은 "은교"가 (김고은 분) 이적요 시인, 할어버지(박해일 분)의 생일파티가 끝나고 집에 가다가 다시 들어와서 아래에 있던 서지우(김무열 분)와 어울릴 때이다. 원작에서는 어떻게 써 내려갔는지 모르겠자만, 아마도 그 이후 장면이 없었다면 "은교"란 영화는 노시인이 어린 여고생을 만나 한때 즐겁게 지내다가 결국에는 교과서적인 결말로 매듭짓는 영화가 되었을 것이고 그랬다면 영화 자체가 아주 밋밋하게 됐을지도 모른다. 처음에 은교가 자는 모습을 훔쳐볼 때나 은교가 해나를 그려줄 때 이적요 시인이 잠시 상상에 빠져 은근히 은교의 몸을 훔쳐볼 때도 살짝 사람의 마음을 긴장하게 하는 관음적인 요소가 있어 관객들을 긴장시킨다. 그런 긴장은 생일 파티 이후 노시인이 어린 여고생을 잠시 안아주고 마무리되는 것이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 다른 반전을 만들어 낸다.

영화에서 은교가 할아버지와 생일 파티 이후 헤어지고 나서 끝나버렸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어쩄든 서지우(김무열 분)와 은교과 어울리는 모습을 몰래 쳐다보는 이적요의 모습은 초반의 상상신과는 또다른 기분을 들게 만든다. 다시 돌아와 할아버지(이적요)가 아닌 서지우를 택한 은교의 행동은 얼핏 보기에는 이해가 안될 수도 있겠지만 내가 생각하기에는 은교가 서지우와 어울릴 때 한 말, "여고생이~, 외로워서에요"하는 말에 해답이 있지 않나 싶다. 그 "외로움"의 기원을 찾아보면 서지우가 은교를 집에 데려다주면서 차 안에서 은교에게 키스를 하다가 "왜 이러는 건데요?"하는 물음에 "외로워서"라고 답하는 데서 찾을 수 있다. 결국 한 사람을, 한 명은 "선생님으로", 다른 한 명은 "할아부지"로, 그렇게 서로 다른 방법으로 좋아했던 두 사람이 어울리는 그 모습에서 정작 이적요는 배신감을 느꼈을 지도 모르겠지만, 두 사람은  "외로워서" 어우러졌는지도 모른다. 은교는 나이 든 할아버지와 육체적으로 엮일 수 없기에 외로움을 느꼈을지 모르고, 서지우는 존경하는 선생님과의 거리 때문에 외로움을 느꼈는지도 모른다.

 

 

옛 영화와 겹쳐지는 그 느낌

 

정지우 감독의 예전 영화 중에서 여배우의 노출로 유명했던 영화는 "해피엔드"였다. 그 영화와 이 "은교"가 자꾸 겹쳐졌는데 우선 은교에서 마지막의 그 반전이 해피엔드에서 완전 범죄로 아내를 살해하는 그 모습과 자꾸 겹쳐졌다. 그리고 또 하나, 사람의 마음을 묘하게 흔드는, 처음에는 잔잔하다가 나중에 격하게 울리는 그 피아노 반주로 된 영화음악도 닮았다. 서지우 같이 중간에서 죽어가는 사람이, 해피엔드에서 완전 범죄의 희생양이 되는 아내의 애인(주진모 분)가 겹쳐졌다. 무엇보다 여배우의 노출이 두 영화의 닮은 점이었을테고 그 노출이 말 그대로 흥행을 위해서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닌, 영화와 잘 어울린다는 점에서 그 느낌이 비슷했다.



[이적요(박해일 분)는 노시인이다. 젊었을 때는 감옥살이도 하고 이제는 유명한 시인이 되어 강단에서 강의를 하기도 한다. 사후에 기념관 설립을 제의받기도 하는 등 제법 저명한 시인이다. 그 노시인의 모습이 뒤에 쌓여있는 수많은 책들과 널찍한 의자, 넓은 책상에 그대로 드러나있다. 한편으로는 이적요가 김을 잘라서 챙기고 밑반찬을 만지작 거리는 모습에서 널찍한 정원에서 수많은 책과 함께 하는 노시인의 모습과 달리 쓸쓸한 노년의 모습도 엿보인다.]




[혼자서 쓸쓸하게 지내던 이적요 시인에게 어느날 갑자기 다가온 은교의 첫 모습은 이렇다. 흔들의자에서 자고있는 어린 소녀의 하얀 살결은 노시인의 마음을 흔들어 놓기에 충분해보인다.]




[열성적으로 쫓아다니던 시인에게서 글을 받아 베스트 셀러 작가가 된 서지우(김무열 분), 예스24의 로고도 뒤편에 보이고 상상마당이 나오는 걸 보고 살짝 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별"을 알지 못하는 "공대생"이라는 한계 때문에 본인 자신의 작품을 내놓지 못하고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몇 가지 생각들...

 

여배우의 노출은 이제 영화에서는 당연한 것이 되어버렸다. 어느 정도는 보여주어야 그나마 영화가 흥행을 하는 모양새를 갖추기도 한다. 솔직히 은교에서는 그렇게까지 보여주지 않다도 영화 자체의 흐름에는 큰 무리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그 장면이 일상에서 우리들의 삶의 보이지 않는 모습을 솔직히 드러내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모양새이기도 하다. 이안 감독의 "색계"란 영화가 나온 이후로 우리나라 영화도 그 모습을 따라가는 경우가 종종 보였다. 단순히 벗는 것이 아닌, 영화 속에서 녹아드는 모습이라면... 글쎄, 괜찮을 듯도 싶고 그래도 그냥 넘어가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적어도 남녀가 어울어지는 그 장면에서 흰팬티는 끝까지 걸치고 있던 예전 80.90년대 영화에 비해서는 사실적으로 느껴진다.

박해일이란 젊은 배우가 늙은 이적요 역할을 한다는 것도 김고은의 노출 못지 않게 영화에서 많이 언급된 부분이다. 딱딱 끊어지면서 교과서를 읽는 듯한 그 대사는 솔직히 영화 초반에는 배우의 명성으로 기대가 컸던 만큼 많이 실망스러웠다. 감정이 실리지 못한 듯 싶었고 노시인의 감정 변화가 잘 드러나지 않으면서도 저명 시인의 모습도 잘 드러나지 않는 듯 싶었다. 그런 대사가 정말 잘 어울린다고 느낀 것이 마지막 장면이었다. "잘가라"하면서 돌아누워서 은교를 보내며 하는 그 대사 한 마디가 박해일이란 배우가 그런 톤으로 이적요 시인의 목소리를 낸 것이 정말 잘한 것이란 생각을 들게 만들었다. 마치 "해피엔드"에서 최민식이라는 배우가 그 오열하는 모습으로 복수와 애정이 얽힌 그 감정을 드러낸 것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은교"란 영화는 세부적인 모습 하나하나에서 감독의 정성스런 손길을 느낄 수 있었다. 가령 노시인의 외로운 정경을 담아내는 데에는 김을 잘라서 반찬통에 넣는 것 만큼 더 나은 장면이 없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젊고 재능 없는 소설가와 나이 든 할아버지를 대하는 여고생의 외로움을 나타내는 데에도 둘이 어우러지는 모습만한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것들이 하나하나 쌓여서 정말 묘한 여운을 남기는 그런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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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maru

    영화를 보셨군요. 저는 책이 출간될 당시에 책만 읽었는데...
    책 속의 내용들이 영화에 다 담겨지기가 어려울 것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때 읽고 쓴 서평인데, 한 번 읽어 보세요.
    http://blog.yes24.com/document/2285390
    책을 읽은 후에도 묘한 여운이 남는답니다. 깔끔한 느낌이 아닌 그런 느낌이 남았던 것같아요.

    2012.05.17 22:34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리뷰 아직 다 못 썼는데 벌써 댓글이 달렸네요. 인터넷 상에서 바로 글을 쓰기에 이런 문제점이 종종 나타나는데 읽는 분들한테는 죄송스런 맘입니다. 암튼 영화에서 깔끔한 느낌이 아닌 그런 느낌은 동감입니다. 예전 "해피엔드"볼 때 생각이 나요. 영화 끝나고 나서 좀 더 앉아있었네요. 그 여운을 좀 느껴보려고...^^;;

      2012.05.17 22:38
  • 첨에 박해일이 노인 분장을 해서 깜짝 놀랐어요.
    나이든 배우도 있을텐데 굳이 젊은 배우를 캐스팅해 분장시키는 까닭이 뭘지..
    아무래도 젊은 남자 배우가 출연해야 관객확보에 도움이 되니까 그런 걸까요?
    책으로만 살펴보면 노인과 소녀의 사랑이 얼마나 순수하고 아름다울 수 있을지
    궁금해 지지만 영화 장면을 보니, 김고은이 잠든 장면에 딱 끌리네요.

    2012.05.20 12:44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젋은 이미지의 노인의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고 했던 것 같은데... 어쩄든 그럭저럭 잘 어울렸지만 그보다 더 김고은 님의 연기가 더 자연스럽고 좋았던 듯 싶어요. 스크린에는 많이 출연하지 않았을텐데... 노인과 소녀의 사랑이 꼭 순수하고 아름답지 않더라도 둘 사이의 애정이 있었다면 그것대로 좋지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해봅니다.

      2012.05.21 16:24
  • 제니

    전 영화는 못봤고 책으로만 읽었는데, 그 전율이 정말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읽으면 읽을수록 이적요, 서지우, 은교의 심리를 이해하겠더라구요. 세 주인공 모두에게 감정이입하긴 또 처음이었죠. 꼭 책으로도 읽어보세요 ^ ^

    2012.05.21 14:22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원작을 읽고 나서 영화를 보면 실망한 적이 많아서 이번에는 책을 읽지 않았습니다. 미리보기로 얼핏 보았는데 책도 상당히 흡인력있고 재미있을 듯 싶어요. 책과 영화가 많이 다르다던데 그 느낌이 어떨지 봐야겠습니다.

      2012.05.21 16:25

PRID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