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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새벽 12시에 열이 난다

 

항상 아이들은 3일 연이은 공휴일의 가운데 있는 날 새벽 12시에 열이 나면서 아프다.

무슨 명제 같은데 그동안 아이를 키우면서 느낀 점이다. 한동안 괜찮았었는데 이틀 전에 갑자기 열이 났다. 무슨 일인지 일찍 잔다고 눕길래 잘 됐다 싶었는데 끙끙 대는 소리가 나기에 들여다보니 열이 꽤 높은데 손으로 느낌이 전해져왔다. 오랫동안 쓰지 않은 온도계를 대보니 체온이 꽤 높다. 혹시나 잘못 재었나 싶어서 내 체온을 재어보니 정상이다. 녀석이 오랜만에 열이 나는 모양이다. 우리 그분은 일 있다고 나가버렸다. "애 열이 높아"하고 문자를 보내니 바쁘다고 약 먹이고 재우라고 답이 왔다. 일하는 시간도 아닌데...

혹시나 하고 예전에 상비약으로 사두었던 약들은 한동안 아이가 아프지 않아서 쓰지 않고 갈지도 않고 두었더니 유통기한조차 지나버렸다. 우선은 수건에 물을 적셔서 이마에 대주고 보리차를 끓었다. 혹시나 해서 편의점에 가보았는데 상비약은 11월 이후에나 들어올 거란다. 지금은 없다는 소리다. 간단한 감기약이나 해열제 소화제 정도는 편의점에서 팔아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참! 지금 현재 시간은 새벽 12시. 예전부터 알고 있던 명제가 그대로 들어맞는 순간이다. 애는 끙끙거린다.

 

어릴 적 아프다고 열이나고 하면 어머니는 화부터 내셨다. 아마도 자식이 아픈 것이 속상했겠지만 나로서는 아프다고 표내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어서 그냥 혼자서 이마에 수건대고 이불 뒤집어 쓰고 누워있고는 했었다. 텔레비전 드라마에서 아픈 아이를 간호하는 부모의 모습은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그 시절에는 부모님들이 그렇게 간호할 여력이 없을 터였다.

그런데 요 녀석은 그때의 나와 다르게 세상 모든 열은 다 짊어진 듯 끙끙 소리를 내면서 죽어가는 목소리를 낸다. 아프니까 그러겠거니 하고 걱정도 되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티나게 그러고 있으니 은근히 좀 짜증도 난다. 그래도 일단 물수건으로 계속 몸을 적셔주면서 체온을 낮추려고 움직였다. 왜 애들은 꼭 이런 시간에 아픈 걸까. 내일 아침에 출근도 해야하는데... 잠시 애 옆에 누었다가 다시 일어나서 물수건 갈아주고 보리차 끓인 것 먹이고 다시 눕혀서 옆에서 지켜보다가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서 좀 누워서 자다가 걱정되서 다시 일어나 수건 갈아주고...

어디갔다 온 건지 우리 그분이 뒤늦게 들어오더니 "체온이 별로 안 높네"한다. 옆에서 듣는 아빠 속터지는 소리. '아이고. 그게 다 지금까지 물수건으로 계속 적셔줘서 내려간 거랍니다' 좀 체온이 내려간 듯 싶어서 잠을 청했다.

 

낮에 아이가 엄마 말을 잘 듣지 않은 모양이다. 엄마한테 많이 혼나고 울기도 했던 모양인데 - 요 녀석은 작은 일에도 쉽게 울어버린다^^;;- 환절기여서 계절이 바뀌는 떄라 그런 것일수도 있을테고 혹은 학원다니고 운동하느라 피곤해서도 그랬겠지만 내 생각에는 마치 무슨 성장통처럼 많이 혼나서 몸이 놀란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어쨌든 아침에 출근 전에 살짝 가서 이마를 만져보니 열이 많이 내렸다. 하룻밤 자고 열 내린 것을 보니 내 생각이 맞을 듯도 하다. 출근하고 일하다가 전화를 걸어보니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몇마디 말한다. 다시 집에와서 보니 여전히 웅얼웅얼한다. 그러다가 "아파서 컴퓨터 보면 안되겠네" 하니까 큰 소리로 변한다. ㅋㅋ 너무 티나게 솔직한 녀석...

그렇게 아프면서 커가는 거겠지. 그렇게 크면 다음날에 출근해야하는데 잠도 못자고 물수건 얹어주며 옆에서 지켜보던 아빠 마음을 기억이나 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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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maru

    낮에는 괜찮던 아이들이 갑자기 밤에 아프면 당황하게 되지요. 하룻밤을 아들 옆에서 노심초사하신 아빠의 마음을 이 다음에 커서 아이가 아빠가 되면 느낄 수 있겠지요.
    아픈만큼 성숙한다고 하는데, 아픈 만큼 자라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캡님의 글은 언제나 가슴을 뭉클하게 하네요.
    아빠 맘을 느낄 수가 있어요.

    2012.10.14 08:59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참 신기하게 아이들은 꼭 약국이나 병원이 문닫는 시간에 자주 아프더군요. 아프면서 크는 거겠죠. / 전에도 그랬지만 maru님 댓글이 더 제 가슴을 뭉클하게 합니다^^

      2012.10.15 20:41
  • 스타블로거 파란토끼13호

    정말 신기하게도 밤늦게 아프거나 주말에 아퍼서 애태우는 경우가 많더라구요.낮에는 노느라고 아픈줄 모르다가 밤에만 긍끙 앓아 애간장을 태우죠.캡님의 마음이 아련합니다.

    2012.10.14 20:11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딱히 방법이 없는 것이 안타깝죠. 약도 없고. 하긴 병은 결국 자신이 이겨내는 것이긴 하지만... 왜 애들은 꼭 밤늦게나 쉬는 날이 아픈 건지...^^;;

      2012.10.15 20:42
  • 스타블로거 아름다운그녀

    첫 구절부터 끄덕끄덕 공감이 갑니다.
    저는 주로 야간 일요일 애매한 저녁에 아이들이 아파서 응급실을 가곤 했었지요.
    정말 그러면서 아이들은 커 나가는 것이라 생각되기도 하고 어쩔 수 없는 한계상황도 찾아오곤 합니다. 특히 한참 바쁠 때, 신경을 못 쓸 때 아이가 아프면 더 속이 타곤 하더군요. 그러면서 제 시간들을 뒤돌아보고 무엇이 소중한지 다시 생각해 보곤 했었답니다.
    더 건강하게 자랄 것이라 생각됩니다. 여전히 섬세한 글을 따뜻하게 잘 쓰시네요.

    2012.10.16 18:36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아이들을 키울 때 느끼는 감정은 부모라면 아마도 비슷비슷하겠지요. 문득 새벽 12시에 아이가 아파서 응급실에 데리고 가야하나 하는 고민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인생을 논하기 힘들다는 생각이 떠오릅니다^^ 댓글 감사드립니다. 정말 오랜만에 오셨네요. 그동안 잘 지내셨는지...^^

      2012.10.16 21:56

PRID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