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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랑 숙제하기

 

야근 끝나고 집에 오면 한숨 잡니다. 그리고 잠시 뒷산 넘어서 도서관에 들러 책을 보다가 집에 와서는 아이랑 다시 책을 봅니다. 아이는 주로 만화책을 보고 저는 이런저런 잡다한 것들을 둘러보지요. 그러다가 우리 그분의 과제가 떨어집니다. "오늘 석영이 숙제 좀 봐줘!"

석영이 숙제란 이런저런 것들이 많습니다. 학원에서 하는 것도 있고 학교에서 하는 것들도 있는데 학교에서 나오는 숙제들은 수행하기 어려운 미션이 많습니다. 아이의 능력에 비해서 상당히 높은 수준을 원한다는 생각이 들때가 많은데 가령 "사회 몇단원 읽고 내용 정리해오기" 하면 아직 글씨도 잘 읽어보지 못하게 쓰는 녀석의 수준에서는 쉽지 않은 일입니다. 한번은 숙제해!하고 내버려두니까 사회 책을 쭉 적고 있더군요. 노트에 쓴 글씨는 삐뚤어지게 써서 글씨를 쓴 자신도 알아보지도 못할 정도입니다. 그렇게 적어서 뭐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목차를 잡아주고 전과를 보여주면서 "이런 식으로 적어야 해" 하고 알려주었더니 그동안 쓴 것이 아까웠던지 그냥 그렇게 한답니다. 귀차니즘의 극치를 보여주는 녀석은 이것저것 생각해서 하는 것을 싫어합니다. 단순하고 재미있는 것을 좋아하지요. 하기는 요즘 아이들이 다 그럴 법도 합니다.

학원에서는 주로 "기탄수학"같은 문제지를 풀어오라고 하기 때문에 비교적 간단합니다. 아빠 입장에서는 그냥 "풀어!"하고 기다렸다가 채점해주고 다시 "틀린 거 풀어!"하고 다시 봐주면 되지요. 저도 단순하고 재미있는 게 좋습니다. 이런저런 복잡한 것들, 재활용품 이용해서 만들기나 인터넷 검색해서 찾아보고 프린트해오기 같은 것들은 그 과정에서 배울 것이 많겠지만 아이가 하기에는 버겁습니다. 지난 번에는 달의 변화를 그려오라는데 나침반으로 달의 위치를 찾으라 하니 나침반을 평평하게 놓는 것이 아니라 수직으로 세워서 북쪽을 찾고 있더군요. 정말 아이 혼자 할 수 있는 숙제를 내 줄 수는 없는 것일까요? 아님 우리 아이가 아직 많이 부족한 것일까요? 아이 숙제를 봐주는 부모 입장에서는 차라리 저 어릴 적처럼 "몇번 써오기"같은 숙제가 더 나을 듯도 싶습니다.  

 

과자로 숙제하게 만들기

 

숙제를 하도 안하기에 뭐라고 했더니 녀석이 또 울먹울먹 합니다. 고 놈 참! "그렇게 울보여서 세상 어떻게 살아갈래!" 하고 한 소리 하려다가 아이한테 소리쳐 봤자 그냥 공허한 메아리 일 듯 싶어서 일단 그냥 놔두었습니다. 그러다가 "이따 숙제 다하면 몽쉘줄게"하고 말했습니다. 마침 낮에 사 온 몽쉘 과자가 한 상자 있었습니다.

울먹울먹하던 그 표정이 금세 환해집니다. 단순한 녀석! ^^ 그런 면에서는 참 다루기 좋습니다. 속이 환히 보이거든요. 아빠의 꾀임에 넘어가서 기탄 수학을 순식간에 풀어냅니다. 물론 틀린 문제가 더 많습니다^^:; 다시 풀게 하고 다시 풀게 해서 다 맞고 나서는 그래 이제 먹어도 돼 하려는 데 우리 그분이 왔습니다. "그거 먹으면 어떻게 해. 이제 자야하는 데, 그거 열량 많아서 안 돼!"

아무래도 다이어트에 민감한 여자 입장이라서 그런가요. 우선 "열량"이란 말이 저로서는 좀 생소합니다. 어쨌든 약속을 한 아빠도 중간에서 난처해지고 아이의 표정도 금새 비가 내릴 듯 합니다. '음, 그래도 말한 건데 먹으라고 하지 그래'라는 말은 속에서만 씹습니다. 한 마디 괜히 뱉었다가 뒷감당을 못할 수도 있거든요^^;;

결국 먹구름이 낀 상태로 아이는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다음날 보니 몽쉘이 아직 남았습니다. 야근하러 가는데 그 "몽쉘"이 생각나서 수퍼에서 하나 사갖고 들어갔습니다. 일하면서 출출할 때 먹어야지. 그런대로 씹히는 달달한 맛이 먹을만 하네요 ㅋㅋ

 

 

초코파이와 더불어 달달한 맛에 종종 먹던 과자입니다. 겉면에 입힌 딱딱한 초콜릿 면이 초코파이와 다른 맛을 주더군요. 네이버에서 검색어로 "몽쉘"을 쳐보면 "mon cher"이란 단어가 같이 나오는데 부부간의 애칭으로 "당신"이라는 뜻이랍니다. 이 둘이 같은 의미로 쓴 것인지는 좀 봐야겠네요. [사진: 롯데제과 홈페이지에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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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블루

    중학생인 아들녀석이랑 지난 주에 장보러 갔었는데 몽쉘을 사더군요.
    누나랑 먹다보니 몇일이 지나니까 다 사라져 버립니다.
    저녁 늦게 잠자기 전에 먹으면 이에도 문제 있고, 살도 찔것 같아 먹지 못하게 해도 기어코 먹고 자는 녀석들입니다. 엄마들은 비슷하군요. ㅋㅋㅋ

    2013.04.04 10:42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아이가 벌써 중학생이 되었군요. 누나도 있으니 그동안 키우느라 고생 많이 하셨겠어요.
      초코파이 못지 않게 몽쉘도 은근히 손이 많이 가는 과자입니다. 그런 군것질을 하면서 아이들이 지내왔겠지요. 그런 군것질을 못하게 하면서 엄마들이 지냈을터이구요^^

      2013.04.06 22:24

PRID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