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이랑 학원에 갑니다

 

아이랑 같이 학원에 갑니다. 등록일이라고 결제 좀 해달라고 우리 그분한테 문자가 왔기 때문입니다. 학원에 전화를 해 본 뒤 사람이 있는 것을 확인하고 아이를 집에 데려가는 길에 같이 갑니다. 들어가니 제법 분위기가 심각합니다. 나이 좀 들어보이는 여자분 두 분이서 안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한분은 원장님일 것이고 다른 한 분은 담당 강사겠지요. 들어가면 보통 "안녕하세요"하고 시작하기 마련인데 "이쪽으로 오세요"하더니 아이보고 다른 곳에 앉아 있으라고 합니다. 음~ 대충 분위기가 짐작되는데 그래도 혹시나 해서 물어봅니다. "무슨 일이 있나요?"

 

학원에서 못 가르치겠다고 합니다

 

아이를 담당하는 수학 선생님이 아이를 못 가르치겠답니다. 아이가 진도를 따라오지 못한다나요. 아이에게는 "다른 교육 방법"을 찾아보는 것이 좋겠답니다. 아마도 과외를 말하는 것이겠지요. 혼자서 집중하지 못하고 딴 짓을 하고 있으니 가르치기 어려운 모양입니다.

이런저런 생각이 듭니다. 아이는 학교 갈 때부터 다른 아이들에 비해서 적응이 느린 편이었습니다. 엄마, 아빠가 맞벌이 하는 탓도 있겠지만 다른 부모들처럼 극성으로 교육시키고 싶지는 않아서 내버려둔 탓이 큰 모양입니다. 처음에는 교실에도 안 들어가겠다고 하고 그랬었는데 제법 커서 이제는 그런대로 학교는 다니고 있습니다. 그런데 "내 돈주고 보내는" 학원에서까지 문제라니...

가만 생각을 해봅니다. 담당 강사님 말대로라면 선생님이 앞에서 문제를 풀고 아이들에게 풀어보라고 하면 "알아서" 풀어본다는 이야기인데 - 그렇게 하지 않으면 진도 나가기 어렵겠지요- 그럼 그 아이들은 다들 영재나 천재인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도 지금 직장 들어가기 전에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쳐보았지만 진도를 열심히 따라가는, 그런 아이들은 보기 힘들었습니다. 대부분 학원에 놀러오는 아이들이 많았지요. 때로는 소리도 지르고, 때로는 떡볶이도 사 주면서 달래야지 겨우 수업 진도를 나갈까 말까 할 정도였지요. 그래도 붙잡아 놓고 문제풀이라도 시키면 성적은 조금씩 오르기도 했었는데요. 아마도 세상 돌아가는 걸 보면 아이들이 학원에서 공부하기 싫어하는 정도가 심해질 듯도 싶은데, 이 동네 아이들은 뭔가 다른 모양인지 수업시간에 조용히 하고 열심히 수업을 듣는 모양이지요. 초등학생들이...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님 그 아이들을 가르치는 학원 선생님이 행운아이던지...

학교는 아이가 수업을 못 따라 오면 "집으로"전화를 합니다. 좀 신경써서 가르쳐 오라는 것이겠지요. 이제는 학원도 그러는 모양입니다. 음~ 그럼 아이는 어디서 "선행학습"을 해야할까요?

 

무엇을 가르쳐야 할까요

 

기분이 별로 좋지 않습니다. 아이는 집에 가는 길에 동네 서점을 들렀다가자고 합니다. 그곳에 아이가 볼만한 만화책들이 있습니다. 괜히 아이에게 화낼 필요는 없습니다. 수업시간에 "잘" 따르는 것이 오히려 비정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는 아빠로서는 일단 아이한테는 화풀이하지 않기로 합니다. 그래도 기분이 나쁜 건 어쩔 수 없습니다. "너 땜에 이게 무슨 꼴이야!"하는 말을 좀 깊숙히 담아두고 아이와 동네 서점에 들렀다 갑니다. 서점에서 아이는 "어린이 과학동아"의 만화만! 읽고 아빠는 돈이 될만한 주식 관련 경제서적을 찾아봅니다. 옆에 취미란에서 사진 관련 책도 한번 둘러봅니다. 만화에 빠져 정신없는 아이를 데리고 다시 집으로 갑니다.

"이제는 아빠랑 매일 수학해야겠다"

아빠랑 수학 공부한다는 말에 아이는 시무룩해집니다. 아빠랑 수학하면 게임할 시간도 줄어들고 틀리면 아빠가 혼내는 것도 알고 있기 때문이겠지요. 학원 선생님은 아마도 부드럽게 해줬을 겁니다. 정말 자기 자식을 화내지 않고 가르치는 일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러니까 부모들이 학원을 보내는 것이겠지요.

나란히 탁자에 앉아 아빠는 일하는 데 관련된 책을 들여다봅니다. 아이는 수학문제를 풀어봅니다. 하나하나 가르쳐주어야하는 데 괜히 귀찮기만 하고 무엇부터 시작해야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냥 책보다가 자라고 합니다. 이러면 물론 학교나 학원에서 진도 나가는 데에는 뒤쳐지겠지요. 뭐 그러면 어떨까요.

 

아이들이 심심해야 호기심이 생긴다는 말을 어느 기사에서 읽은 기억이 납니다. 예전 저 어릴 적 학교는 시끌벅적 했었는데요. 요즘은 그런 분위기가 아닌 모양입니다. 아이는 공부만 하는 아이들이 있는 분위기에서는 적응하기 힘들겠죠. 그러면 그런 분위기에 잘 적응하는 아이들은 어떤 생각을 하며 지낼까요? 문득 궁금해집니다...

 

 

[얼마 전 읽고 리뷰를 썼던 "시간가게"책 내용의 일부입니다. 공부할 시간이 없어서 시간을 자신의 추억으로 산다는 내용입니다. 어린 나이에 엄마 마음에 들기 위해서 학원을 여러개 다니고 공부하는 아이들이 있을까 했는데 이번에 아이의 학원에 다녀와서 생각해보니까 실제로 있는 모양입니다. 우리 아이는 "시간가게"의 주인공과 달라서 불행일지, 다행일지...모르겠습니다. 그림에서 시계에 쫓겨다니고 꼭두각시처럼 살아가는 아이의 그림이 인상적입니다. 아이들을 어른들이 가르치고 다루기 쉽게, 어른들의 꼭두각시처럼 만들어 내는 것이 좋은지  한번 고민해봐야할 때가 아닌가 합니다.]



 
취소

댓글쓰기

저장
덧글 작성
0/1,000

댓글 수 2

댓글쓰기
  • 쟈파

    저희 아들애는 학교에 안다닌다고 뗑깡 부려 초등학교만 졸업하고 더이상 학교에 안다녀도 된다는 약속을 하고 겨우 보냈어요. 이제 대학생이 됐는데 뻥 좀 치는 녀석 말이 목숨 걸고 공부한답니다. 다 자기 걸음걸이와 속도가 있는걸요.

    2013.05.09 19:36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그러게요. 다 자기 걸음걸이와 속도가 있는데 왜들 그리 서두르는 것인지... 안타까운 일이지요...

      2013.05.12 10:36

PRID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