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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먹을 밥을 준비합니다

 

야근한 다음날 피곤한 비번날입니다. 지하철 타고 오는 동안 창문에 머리를 여러번 찧고 왔네요^^;; 야근하고 돌아온 날하고 다음날까지는 쉬어주어야 머리가 제대로 돌아오는 기분인데 요즘 제대로 쉬지 못해 피곤이 쌓인 느낌이 드네요.  어쨌든 비번날은 집에서 씻고 자고 해도 멍~한 기분이 쉬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이런 날에 아이는 보통 외가에서 있다가 데려오는데요 우리 그분이 아이만 데려다놓고 바쁘다고 어디론가 가버렸습니다. 일요일 오후라 "아빠 어디가"부터 시작해서 "런닝맨"까지 그럭저럭 재미있는 예능 프로그램을 할 시간입니다. 이 시간대에 밥을 먹여놓아야지 끝나고 나서 책 좀 보고 숙제도 시키고 할 시간이 나겠지요. 이 시간을 놓치고 늦게 밥을 해주면 아이는 좋아하는 텔레비전은 다 보려고 할테고 숙제는 하기 싫어하니 그냥 자려고 할겁니다. 이래저래 신경쓸 게 많습니다.

아이 아빠가 밥을 차린다고 해서 별거 있을까요?^^;; 냉장고를 뒤져보는데 예전에 사 놓았던 "바지락해물순두부 찌개 양념"이 눈에 보입니다. 오늘 저녁은 이 녀석으로 끝을 보아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순두부가 없어서 순두부를 사러 갑니다. 장마철이라 하늘은 흐리고 날은 눅눅합니다. 다행히 동네 가게에 다녀오는 동안 비는 내리지 않았습니다. 아이는 텔레비전을 보느라 정신없고 아빠는 저녁을 준비합니다.

쌀을 씻어 놓고 좀 불리기 위해서 놔둡니다. 찌개 양념과 순두부가 준비되었으나 뭔가 허전합니다. 냉장고에 먹다가 조금만 남아 있는 묵은 김치가 눈에 보입니다. 오래 전에 먹었던지 몇가닥만 있길래 좀 있어 보이게 하려고 여러 조각으로 다시 나눕니다. 그럭저럭 한 뚝배기에 찰 듯이 보이네요. 계란 하나도 준비해둡니다. 혼자서 먹거나 어른만 먹는다면 김치랑 이런저런 밑반찬만 있어도 밥만 해 놓으면 그럭저럭 먹을만 한데, 요녀석은 가리는 게 많아서 손이 많이 갑니다. 그렇다고 입맛에만 맞게 해주면 몸에는 안 좋을 듯 싶고 밥을 해줄때마다 고민입니다.

[바지락해물순두부찌개양념 사진(광고 아님!)- 순두부 찌개 양념을 아예 이렇게 포장해서 나왔습니다. 여기에 순두부하고 바지락이나 고추 등의 야채를 넣으면 즉석에서 찌개가 완성됩니다. 즉석국보다는 나은 듯 싶은데 그래도 어머니 손맛을 느끼기에는 어렵겠지요. 그래도 그런대로 먹을 만 합니다. 요즘 바쁜 가정에서는 그럭저럭 쓸만할 듯 하네요.]

 

그렇다고 아빠가 무슨 요리사도 아니구요. 그래도 밖에서 사먹는 것보다는 사서 하는 양념이라도 집에서 쌀 씻어서 밥 해주는 게 어디냐 하는 생각으로 식탁을 준비합니다.

전에 사 둔 비엔나 소시지가 냉동실에 보입니다. "칼집"을 내어두었다네요. "찌개 양념"도 그렇고 요즘은 즉석에서 바로 조리해서 먹을 수 있게 먹을거리 파는 회사에서도 신경을 많이 쓰는 모양입니다. 하긴 요즘 예전처럼 어머니 손맛이 담긴 밥을 집에서 해 먹는 사람들이 드물 법도 합니다. 다들 맞벌이에 바쁘고 정성들여 밥하기는 귀찮고 할테지요.

 

"라면국물맛"나는 찌개를 만들었습니다

 

아이랑 같이 "아빠 어디가"를 보다가 전기밥솥의 밥이 된 것을 확인하고 찌개를 준비합니다. 아무리 전기밥솥의 밥이라도 뜸이 좀 들어야 맛있습니다. 찌개 끓일 시간이면 적당히 뜸이 들겠지요. 찌개 물이 좀 끓을 때에 소시지를 데울 프라이팬도 올려놓습니다. 대충 이 정도하면 둘 다 완성되는 시간이 맞아떨어집니다. "아빠 어디가"에서는 아빠와 아이들과 경치좋은 숲속으로 캠핑을 갔습니다. 아이와 함께 가보고 싶은데 아이는 고생스럽다고 가기 싫어합니다. 오로지 집에서 컴퓨터 게임과 텔레비전 보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 누굴 닮아서 그런건지^^;; 아빠 어릴 적에는 밖에 나가서 놀지 않으면 큰일 나는 줄 알았는데요.

암튼 캠핑가서 아빠들이 이런저런 요리를 해 놓는군요. 저렇게 하고 다닐 정도면 직장도 적장히 쉬어주는 곳이어야 할테고 돈도 좀 버는 곳이어어야 할거란 생각이 듭니다. 캠핑 가기전에 준비할 것도 많겠지요. 매일 교대근무에 야근으로 피곤에 쩔어 사는 처지에는 어려울 듯 합니다. 뭐 부지런 떨면 가능하겠지만^^;; 암튼 부럽기만 합니다.

찌개와 프라이팬이 동시다발적으로 달아오릅니다. 별것도 아닌데, 다 사서 데우기만 하는 것인데도 손이 많이 갑니다. 찌개냄비에 물이 끓자 준비해 둔 "잘게 썰어 놓은" 묵은지를 넣고 냉동실에 있던 마늘 빻은 것도 좀 넣어둡니다. 동시에 옆에 프라이팬에 소시지를 올려놓습니다. "칼집"을 X자 모양으로 잘 해두었네요. 찌개가 팔팔 끓을 때에 계란으로 대미를 장식합니다. 탁자를 닦고 아빠가 준비한 밥과 찌개와 소시지 반찬을 놓아둡니다. 아이는 찌개 양념에서 "라면국물맛"난다고 말을 합니다. 그 맛을 참 좋아하더군요. "고향의 어머니의 손맛"보다 "라면 국물맛"을 더 좋아하는 아이가 걱정스럽기도 하지만 아빠가 어릴 때 라면을 좋아했고 지금은 어머니가 해준 밥을 좋아하는 것처럼 자라게 되면 아이도 바뀌리라 긍정적으로 생각해봅니다. 앞으로 시간되는 대로 음식에도 좀 발전을 주어야겠다고도 생각해봅니다. 잘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라면국물맛"나는 찌개양념이 들어간 순두부 찌개를 아이는 참 잘 먹습니다. "쩝쩝"소리내며 마치 "라면" 먹듯이 먹는군요. 그래도 갓 해놓은 쌀밥이랑 밥을 먹인다는 데에 위안을 삼습니다. "런닝맨"의 출연자들은 열심히 축구를 하면서 뛰어다니는군요. 아이가 방방 뛰면서 보는데 같이 보다보니 재미있어졌습니다. 그렇게 일요일 저녁 예능 프로그램과 "라면국물맛 나는 찌개 양념"으로 장마철 아이와 함께 하는 저녁식사를 마무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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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타블로거 아름다운그녀

    디테일한 마이크로 묘사, 같은 글이시네요. 캡 님은 이렇게 세세한 부분까지 짚으시는 글을 잘 쓰시는 분이시라 읽으면서 상황들이 자연스럽게 머리 속에 그려지곤 한답니다.
    저 같은 경우는 순두부가 없으면 집에 있는 두부를 넣어서 끓이기도 해요.
    라면국물맛이 내성이 강하지요. ^^ 요즘 우리 아이들은 탄산음료에 빠져서는 물보다 더 좋아라 하네요. 지하철 타고 오다 머리를 찧으셨다는 말씀에 안타까운 마음이 ^^;
    한 주도 건강하시구요. 요리도 하는 아빠 아이에게 점수 많이 받으셨을 듯. 보기 좋네요. ^^

    2013.07.15 14:25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댓글 표현이 참 멋집니다. 세나님 댓글 보면 좀 적어서 나중에 써먹어야 겠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암튼 감사합니다.
      아이들한테 이런저런 요리를 많이 해주실 듯 합니다. 신경도 많이 쓰시고. 우리 아이를 보면 그런 면에서는 부모의 손이 덜 가서 - 아이야 편하다 생각할지 모르지만 - 아쉽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합니다. 요리는 ~ 조금씩 배워가야죠. 이제 즉석국에서는 벗어나야할텐데 쉽지 않을 듯 합니다^^;;

      2013.07.16 12:01
  • 파워블로그 샨티샨티

    집에서도 캠핑 음식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을 캡 님 글에서 알 수 있네요. 전통 음식에 길들여진 입맛을 버리지 못해 늘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을 즐기지만 때로는 간편하게 먹는 음식에 눈이 갈 때가 많습니다. 자상한 아버지의 일면을 느끼며 캡 님 글에서 따스함을 발견하고 갑니다.

    2013.09.09 14:16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집에서 캠핑 음식을 먹는다는 것이 좋은 건 아닌데 부끄럽습니다^^;; 좀 더 음식에 손이 가야하는데 직장다니고 하다보면 귀찮기만 하지요. 그렇게 자상하지는 않지만 나름 노력하고 있습니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2013.09.12 23:29

PRID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