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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목욕탕에 갑니다

 

아빠와 아들만이 같이 할 수 있는 일들이 몇가지 있습니다. 어떤 소설에서는 아빠가 자전거를 타고 그 뒤에 아들이 앉아서 자전거를 타고 가는 모습을 말하기도 했는데요 정말 아빠와 아들이라는 남자끼리만 가능한 것이 목욕탕에 같이 가는 거죠. 일단 들어서기만 해도 습한 기운과 더운 기운이 느껴지는 목욕탕이라 추운 겨울도 아닌 더운 여름날에는 탕 안에는 사람들이 별로 없습니다. 더위에 매일 샤워하고 그러니까 굳이 갈 필요는 없겠지만 중간에 때도 한번 밀어야 할 듯 싶고 아이랑 같이 가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어 데려갔습니다. 군대에 있을 때는 부대 밖에 나오기만 하면 목욕탕에 갔었는데요. 따뜻한 물에 몸을 좀 담가야지 다음 군생활을 버틸 수 있을 것만 같았습니다. 그 당시 군부대 근처에 괜찮은 목욕탕이 많았던 듯 싶습니다. 일단 규모가 좀 있어야 하고 탕도 냉탕 온탕만 있는 것이 아니라 무슨 아로마 탕을 비롯해서 이런저런 색이 담긴 다양한 종류의 탕이 한두개 더 있으면 좀 있어보이지요. 사우나도 건식 습식 종류별로 몇 개 더 있구요. 그때는 한창 찜질방이 유행하던 때라 그랬던지 규모있는 목욕탕이 많지 않았나 싶지만 요즘에는 동네에서도 목욕탕 보기가 어렵습니다. 집에서 샤워시설이 잘 갖춰져 있기 때문이겠지요. 어릴 적에는 집에서 더운 물이 나오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는데 요즘은 시설이 좋아서 그런지 온수가 안나오는 집은 없을 정도이니 굳이 일주일 혹은 한달에 한번 주기적으로 목욕탕가서 때밀 이유는 없을 듯도 합니다. 

어쨌든 아이를 데리고 목욕탕에 갔습니다. 

 

구운계란과 바나나맛 우유

 

아빠랑 아들이랑 나란히 앉아서 등 때도 밀어주고 사우나도 같이 들어가고 하면 좋을텐데 요녀석은 할 줄 아는 것이 없습니다. 아직 팔힘도 약하구요. 아빠가 비누칠도 해주고 때도 밀어주고 머리도 감겨주고 해야합니다. 머리를 감으라고 혼자 놔두면 머리에 삼푸만 묻히고는 대충 행구어서 한창 뛰놀때 나는 땀냄새가 퀴퀴해져서 그대로 납니다. 아빠 손이 가야지 좀 나아지지요. 곧 있으면 중학생이 될 녀석인데 하는 것을 보면 영 시원치 않습니다. 뭐 나름대로는 열심히 하고 있는 거겠지요. 조금 크면 이제 혼자서 하겠다고 아빠 손을 뿌리칠 때도 올 듯 싶습니다. 아빠가 온탕에 몸을 담그고 있는 동안 녀석도 같이 있다가 곧 일어서서는 여기저기 돌아다닙니다. 냉탕에는 춥다고 못가고 사우나는 더워서 겁나서 못가고 막상 같이 목욕탕에 가도 갈 곳이 없습니다. 아마도 머리속에는 목욕탕에서만 먹을 수 있는 구운 계란 등등만 가득할 듯 힙니다. 좀 진득하니 온탕에도 몸을 담그고 싶고 사우나도 같이 앉아 있고 싶은데 아이를 챙기다 보면 그럴 시간이 없습니다. 아마도 좀 크면 달라지겠지요.

찜질방도 그렇고 목욕탕에 가면 생각나는 것은 구운 계란입니다. 아이는 정작 목욕하는 것보다는 그런 것에 관심이 많습니다. 아직 어린 때라 당연한 걸까요? 온탕에 들어가는 둥 마는 둥,씻는 둥 마는 둥 목욕탕을 돌아다니다가 대충 씻고 얼릉 나가서 구운계란을 쳐다봅니다. 1000원에 두 개하는 것을 하나씩 나눠서 먹습니다. 검은 빛이 도는 계란이 겉보기에는 맛있어보이기는 하는데 막상 베어 물면 텁텁한 느낌입니다. 아이는 그래도 좋아라 하고 먹습니다. 그리고 잊어서는 안 될 것! 바나나우유^^

이곳 목욕탕은 웬일인지 바나나우유가 없습니다. 그래서 밖에 나가서 먹기로 합니다. 목욕탕에 가기 전부터 바나나우유 노래를 불렀었는데 길을 걷다가 근처 편의점에 들어갑니다. 둥그런 단지 모양의 바나나우유가 있습니다. 1974년부터 시작했다고 하니 정말 오래되었네요.

 

사실은 "빙그레 바나나맛 우유"가 아니라 매일유업의 "바나나는 원래 하얗다"를 마셨습니다. 아이가 그걸 고르더군요. 한때 그 광고도 뜬금없는 대사와 몰카 찍는 듯한 화면으로 화제를 몰고오기도 했었는데지금까지 죽 이어지기는 하는 모양입니다. 정작 목욕탕에서 때밀고 나오는 것보다는 구운계란 먹고 바나나맛 우유 마시는 것에 의미를 두는 아이지만 그런대로 아빠와 함께 갔던 기억은 남을 듯도 합니다.

[둥그런 단지 모양의 바나나맛 우유입니다. 막상 마실 것을 고르기 어려울 때 쉽게 고르는 음료 중 하나이기도 하지요. 1974년부터 시작되었다는군요.둥그런 단지 모양의 용기가 갖고 다니기엔 약하긴 하지만 장독을 연상시키는 그 모습이 넉넉해 보입니다.] 

 

모처럼 긴 장마에서 날이 갠 하루였습니다. 근처 공원에는 운동하러 나온 사람들이 많습니다. 조깅 트랙에는 사람들이 정말 바글바글합니다. 다들 무엇이 필요해서 그렇게 걸어다닐까요. 아이 어릴 적에 이 공원에서 자판기 음료수 빼먹던 기억이 있는데요. 아빠와 무언가 하던 기억보다는 아마도 무엇을 먹던 기억이 아이한테는 많이 남을 법합니다. 조금 크게 되면 무엇을 먹던 기억보다는 아빠와 무엇을 했던 기억이 더 강해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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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쟈파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취향, 아들애는 바나나맛 우유, 저는 커피 우유. 두 제품은 패키지도 변하지 않고 여전한게 정겨워요.

    2013.08.31 22:32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정말 오랜 세월동안 먹고 있는 우유지요. 삼각형 모양의 커피우유나 단지 모양의 바나나우유는 그 모양도 잊기 어려운 모습으로 되어 있네요. 오래된 것은 정겨운 모양입니다^^

      2013.09.12 23:34
  • 파워블로그 샨티샨티

    애증의 대상인 딸과 함께 목욕탕을 가서 묵은 각질을 벗겨내며 소통하던 시간이 그리움으로 남습니다. 아이가 자라 엄마 품을 벗어나 생활하니 목욕탕 가는 풍경도 그릴 수 없어 이제는 이웃에 사는 친구와 함께 갑니다.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목욕탕 가서 이야기 나누었던 게 오래 갈 것입니다. 제 남편도 중학생 아들과 함께 목욕탕을 갑니다.

    2013.09.09 14:13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목욕탕에 가는 것은 아빠와 아들, 엄마와 딸만 가능하기에 이런저런 이야기거리로 자주 등장하는 것이겠지요. 아직은 때도 밀지 못하고 그저 바나나우유만 찾지만 좀 더 크면 아이도 나름 추억거리가 생길거라 생각해 봅니다^^

      2013.09.12 23:35

PRID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