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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학교에서 돌아옵니다.

 

요즘은 낮이 짧아져서 학교 수업을 마치고 영어 수학 학원을 돌고 온 아이의 귀가는 아빠의 퇴근 시간보다 늦을 때도 있습니다. 아이가 집에 들어오면 거의 기계적으로 "손발 씻고 옷 갈아입어"라고 말하고 아이는 너무도 당연하게 아빠의 이런 말을 잠시 제껴두고 좋아하는 만화책을 보거나 혹은 아빠에게 간절한 눈빛으로 컴퓨터를 하고 싶다고 신호를 보냅니다. 아마도 좋아하는 게임이나 게임 동영상을 보고 싶은 것이겠지요. 그러면 아빠는 그런 모습에 "버럭!"하고 화를 냅니다. 그러면 아이는 시무룩한 얼굴로 화장실로 들어가 손발을 씻겠지요.

 

급하게 퇴근하느라 저녁을 먹지 못한 아빠는 라면 생각이 납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저녁을 라면으로 때우는 것이 건강에 좋지 않고 따뜻한 밥을 자기가 알아서 해주는 전기 밥솥이 눈앞에 있지만 이런저런 국을 비롯한 반찬을 만드는 것도 무척 귀찮기만 하고 "그냥 라면이나 먹자"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남자들만 있을 때 흔히 마주칠 수 있는 아주 간단한 메뉴이기도 합니다. 요즘 들어 식사량이 부쩍 줄어든 아빠는 아들에게 묻습니다. "라면 같이 먹을래?"

 

 

아주 오래전 영화 "파송송 계란탁"의 한 장면입니다. 영화를 제대로 다 보지는 못했지만 밥을 제대로 준비할 줄 모르는 남자 둘, 아들과 아빠가 같이 있는 모습을 생각할 때마다 이 장면이 떠오르곤 합니다. 아빠와 아들, 그리고 라면. 어쩌면 참 어울리는 조합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이도 라면을 좋아합니다.

 

문득 아이에게 라면 끓이는 것을 가르쳐 주어야 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빠는 말이지~ 너보다 어릴 때 혼자서 집에서 라면 끓여 먹었단다" 아이는 별 반응이 없습니다. 우선 냄비에 물을 넣는 것을 보여줍니다. "라면 봉지의 설명서에는 몇 컵이라고 적혀있는데 이렇게 대충 짐작해서 물을 넣으면 돼"

그리고 물이 끓습니다. 끓는 물에 스프를 넣습니다. "스프는 건더기 스프를 먼저 넣고 매운 분말 스프는 나중에 넣어야 해. 이렇게 확 올라오거든" 마치 무슨 마법처럼 붉은 스프를 물에 넣으면 물이 보글보글 하면서 확 매운 맛의 증기가 올라오는 것을 아들에게 보여줍니다. 아들이 옆에서 화들짝 놀랍니다. 아마도 이러면 스프라는 게 어떤 건지는 대충 감을 잡았겠지요.

 

아빠는 아주 고전적으로 라면에 이것저것 넣는 것을 좋아합니다. 군대 있을 때 - 군대에서 라면 먹었던 기억은 빼 놓을 수 없겠지요- 만두, 라면, 소세지 등등 이런 잡탕들을 넣고서 훈련 끝에 끓여 먹었던 라면은 참 맛있었습니다. 반면에 아직 군대를 다녀오지 못한 탓인지, 아들은 쿨하게 계란, 소세지 등등 다른 재료를 라면에 넣는 것을 싫어합니다. 오로지 라~면!!만 먹습니다. 그런 아들에게 아빠가 한마디 합니다. "라면이란 말이지~~ 계란 풀어서 끓여서 이렇게 김치를 얹어서 먹어야 제맛인게야"

 

아빠와 아들이 라면 하나를 후루룩 다 먹습니다. 그렇게 라면 하나를 먹고서는 다시 저녁 일과에 들어갑니다. 어쩌면 아들이 나중에 커서 그 누군가에게 "우리 집에서 라면 먹고 갈래?"하고 물어볼지도 모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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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이후니

    한국 사람들이 세계에서 가장 라면을 많이 먹는 사람이라는 기사가 보이더군요.
    안 좋은 걸 잘 알면서도 값 싸고 간편하기 때문에 자주 먹게 되는 라면...
    아이에게 라면 끓이는 걸 가르쳐주기보다는 밥 지어먹는 법을 가르쳐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봅니다. 라면보다 왜 밥인지, 맛보다 왜 영양이 중요한지도 함께 가르쳐주면 더 좋을 테지요.^^

    2014.12.19 07:41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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