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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널 페인팅 : Final Painting

[도서] 파이널 페인팅 : Final Painting

파트릭 데 링크 저/장주미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미술에 관한 책은 늘 독자의 관심을 끈다. 독자가 그림을 좋아하는 이유도 있지만 그림을 보는 관점이 저자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저자들의 안내에 따라 그림이 달리 보이고, 감상법도 배우는 재미가 컸다. 같은 그림도 달리 보이는 이유는 명화이어서 다양한 저자가 시각을 달리 해서 쓰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저자의 시선이라고 해도 역사적 사실이나 사실로 판명된 일까지도 시각을 바꿀 수는 없다. 그래서인지 '서양미술사'를 다룬 책들은 조금 지루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자꾸 보면 익히게 되고, 다음부터 그 그림에 대해서는 조금씩 지식이 쌓인다는 즐거움까지 지루함이 상쇄시키지는 못한다. 독자의 그림 사랑은 어쩌면 어렸을 때 화가가 되겠다는 꿈을 엉겹결에 말한 적이 있는 데서 비롯됐을지도 모르겠다. 초등하교 때 "그림 잘 그린다."는 선생님의 말에 따라 당황해서 화가가 될 것이라고 답했던 기억. 쉽게 지워지지 않았지만 한때 고민을 했다. 정말 내가 그림을 잘 그리나? 하는 어린 마음에 화가를 꿈이라고 답했던 행복한 시절의 이야기다. 물론 이후에 곧 바뀌었지만.

그래도 그림에 관한 좋은 느낌은 그대로 유지하고, 전시회도 쫓아다니고 국내 미술관에서 세계 유명 화가전을 할 때는 열심히 관람을 하기도 했다. 그런 인연은 지금까지 독자가 미술에 관심을 갖는 이유로 이어졌다. 미술에 관한 책도 최근 몇 권 읽었었다. 모두 한 번 이상은 본 그림이 대부분이었다. 눈에 띄는 새로운 작품이 없을 경우에는 저자의 그림 감상법에 주력해 읽는다. 독자의 미술 지식이 조금씩이라도 늘어나는 느낌이 좋다. 이 책 『파이널 페인팅』을 읽게 된 이유도 같다.

 


 

새로움이 느껴졌다. '마지막 그림'이니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이지 않을까 하는 기대는 깨졌지만 매우 즐거운 해석을 얻게 됐기 때문이다. 이 책은 다른 책에 비해 크다. 보통 책의 두 배 크기다. 독자는 평소 책의 크기를 별로 신경 쓰지 않아서인지 책의 판형에 대해서는 무지한 편이다. 책 소개글을 찾아보니 '규격외 변형'으로 나와 있다. 지인에게 물었더니 '200x280mm'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가로 20cm, 세로 28cm를 말하는 것 같다. 큰 책이라 그림을 보기에는 몇 배 더 좋은 것 같다. 원화로는 보기 힘든 대부분의 경우 수치로 표기해야 일반 사람들이 이해하기 쉽다. 이 책은 제목처럼 '화가의 마지막 작품'을 주로 해석해준다.

세계적 거장으로 꼽히는 화가들(르네상스와 그 이후의 화가들이 많다)의 작품들이 대부분이다. 마지막 작품이니만큼 아직 완성되지 않은 채로의 그림도 있다. 저자의 설명이 없었다면 영원히 모를 사실이었다. 독자는 본 기억이 없지만 저자는 "지난 몇 년간 위대한 작가들의 말기 작품에 대해 새로운 연구결과와 통찰, 평가가 더해진 수많은 전시회 간행물이 나왔다."고 말한다. 이 때문에 그들의 말년에 대한 관심은 매우 뜨거워지고 있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아마 저자의 이 책도 그 점을 토대로 쓰여진 것을 암시하고 있는 듯하다. 저자는 고전학자이며 작가로도 활동한 파트릭 데 링크다. 저자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주요 화가들의 말기 작품을 두고 대부분 부정적으로 표현하거나 폄하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제는 여론의 평가가 반대 방향으로 옮겨갔다. 적어도 특정 작가에 대해서는 인간의 삶이 가차 없이 한 방향으로만 흘러간다는 생각을 버린 것 같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저자에 따르면 '말기' 작품이 많은 관심과 인정을 받게 된 현시대에, 혹시 모든 '말기' 것들을 과잉 보상하여 칭송하고, 정반대 극단으로 치달은 것은 아닐까? 또는 상업적 속셈을 가지고 작가의 말년을 성공적으로 미화하고 각색하고 심할 경우 신격화시키는 것은 아닐까? 의심해 본다. 베스트 셀러 작가인 마이클 폴리는 이처럼 과열된 현상을 자신의 저서 『행복할 권리』에서 "삶은 짧고 유한하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경우에만 소멸에 대한 생각이 불러일으키는 고유의 찬란함과 불타오름을 느낄 수 있다. 일례가 말년의 양식이라는 현상인데 화가, 작곡가, 저술가들의 생애 마지막 단계에서 공통적으로 보이는 왕성함이다. (...) 이들의 작품이 유치하고, 조잡하고, 단편적이고, 미완성이고, 반복적이며, 쇠퇴하는 정신의 산물이라고 일축해 버리는 동시대인에게 충격으로 다가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많은 시간이 지난 뒤에야 그들의 짜릿한 활력이 인정받고는 하는데, 평론가 바바라 헤른스타인 스미스는 이를 '노망든 숭고함'이라고 정의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말기 작품들이야말로 작가가 속해 있는 사회로부터 몸부리쳐 얻은 자유로움이다. 작품과 그 창조자 모두 그 어떤 진부한 가치나 기준에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으며, 사회에서 전통적으로 일정한 나이에 도달한 그들(주로 남성)에게 기대하는 원숙함, 지혜, 사려 깊은 같은 따분한 자질에 관심이 없다. 예술 분야에서 폴리의 논지가 들어맞는 예를 분명 찾을 수 있다. 일례로 철학자 테오드로 아도르노가 만년의 베토벤 작품을 그런 식으로 해석했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경우도 허다하며 특히 회화를 역사적으로 살펴볼 때 찾아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책에서는 인생의 끝자락에 다다른 30명의 서로 다르고 독특한 작가들의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그들이 모두 '연로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렘브란트: 말기 작품들』에서 저자 조나단 비커와 그레고르 J.M. 웨버는 보다 현실적인 어조로 서술하고 있다고 실례(實例)를 내세운다. 두 공동저자는 "노령 작가들이 어떤 사회적 환경과 건강 상태에 처했으며 자기표현, 작품 판매를 위해서 사용한 전략 등의 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것. 틴토레토의 말기 작품에 대해 로버트 에콜스와 프레데릭 일크만은 다음과 같이 냉정하게 지적했다고 저자는 전한다.

"작가들이 성공적인 기업가로 변신하여 말년에 사업을 확장하고 성공한 자기 브랜드를 이용하는 이야기에 우리는 별 흥미를 못 느낀다." 그러나 그런 이야기들은 분명히 존재하며 사실 경제적인 요인이 많은 화가의 생애 마지막 몇 년, 몇 달에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임을 강조한다. 예를 들어 '일상' 생활의 책임에서 벗어날 기회를 준다거나, 작가가 고객들과의 거래나 미술 시장에서 (경제적이든 아니든) 더 큰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상황을 점차 만들어 나갈 수도 있다는 것. 이런 면에서 페테르 파울 루벤스가 좋은 예라고 저자는 지목한다. 그러나 이것으로 알터스틸이 존재한다고 논할 수 있는 충분한 근거가 되지는 않는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사람의 일생에서 전통적으로 단계마다 사회적으로 다른 기대가 부여된다는 건 사실이며 작가들도 예외가 아니다.

이와는 별도로 저자는 이 책에 라파엘로, 애곤 실레, 프리다 칼로와 같이 젊어서 세상을 떠난 몇몇 작가들도 함께 언급했음을 강조한다. 그들을 모든 호모사피엔스에게 경고하는 메멘토 모리(죽음의 상징)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말기 작품ㅁ'이란 매우 상대적인 개념이란 말이다.

 


 

화가의 말기 작품을 찾아보면 그 안에는 정말 온갖 요소가 다 존재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쇠퇴와 반복, 폭발적인 혁신, 성숙함, 경험과 기술적 기교, 새로운 매체의 사용, 체념과 반발 그리고 눈에 띄는 병약함과 극복하는 힘 등이다. 이에 저자는 이 책에서는 최근 몇 년 동안 등장한 화가의 마지막 작품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다루면서 관음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침착하게 조명했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런 의미에 참고문헌에는 주로 최신 간행물이 실려 있다는 것. 작가마다 3점의 작품을 언급했는데 대부분 마지막 작품이라는 사실(또는 추정) 때문에 강한 감동을 주는 작품들이다. 물론 어느 작품이 정말로 작가의 마지막 작품이었는지는 논란의 대상으로 자주 떠오른다.

그리고 작가가 숨을 거두었을 때 어느 작품이 이젤 위에 놓여 있었냐는 재미난 질문에 대한 답은 금전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는 점을 알려준다. 그러나 많은 경우 실제로 확실하게 알 수가 없다는 것이 저자의 말이다. 때로는 논란이 타당한 경우도 있는데, 예를 들어 특정 작품이 미완성인 채로 남아있었는지, 다른 작가에 의해 완성되었는지와 같은 문제를 지적한다. 또다른 문제는 얼마만큼 '거장이 직접' 마지막 작품에 관여했고 어느 정도까지 작업실이나 개별 조수에게 맡겼느냐는 것이다. 이 또한 '낭만적이지 못한' 논란이지만 마땅하게 최근의 미술사 연구에서 주목받고 있으므로 이 책에서도 다룬다고 밝힌다.

 


 

이와 함께 이런 연구는 (작가에 대해) 사실적으로 서술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작가의 마지막 작품을 이야기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이 책에 포함된 각 작가의 작품 세 점을 선택하면서 그것이 엄밀하게 최후 작품의 범주에 들지는 않더라도 작가의 '마지막 자화상(그런 작품이 존재하는 한)'을 최대한 많이 선보이려고 일관되게 노력했다고 한다. 저자에 따르면 작가가 자신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는지, 또 작품이 이런 최종 '마감 시간'에 영향을 받았는지 같은 흥밋거리를 다루지 않는다. 그 이유는 의사가 환자에게 남은 시간을 예측할 수 있게 된 것이 비교적 최근에야 가능해진 일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출판하기 어려울 정도로 양이 방대해질 수 있었으므로 인물과 작품을 선택하는 것이 어려웠다는 게 저자의 전언이다. 화가도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뻔한 이야기인데 여기서는 5세기에 걸친 회화사에서 주요 화가 30명을 택했는데 여러 가지 이유로 그들의 마지막 작품이 의미 있고, 저마다 빠져들게 만드는 요소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는 것. 가장 먼저 살펴본 작가는 얀 반 에이크로 그의 말년에 대해 알려진 것이 거의 없다. 그런 사실 자체도 '초기' 회화를 논할 때 직면하는 현실적인 문제로 여기서 다루고 싶었다고 저자는 밝힌다. 책의 마지막은 적절하게도 파블로 피카소로 마무리된다. 그의 생애에 대해서는 엄청난 양의 사실이 알려져 있으며 그는 매우 노령까지 지칠 줄 모르고 계속 드로잉과 회화 작품을 제작했다. 1988년에 존 버거는 이 스페인 출신 작가의 마지막 작품과 그 반응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피카소의 말기 작품을 어떻게 평가할 수 있는가? 아직 너무 이르다. 그것들이 피카소 미술의 정점을 이룬다고 주장하는 자들은 주변에서 항상 그를 성인처럼 떠받들던 자들만큼이나 터무니없다. 이를 노인의 반복된 호통 소리로 치부하는 자들은 사랑이나 인간의 역경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이다."

 


 

반 고흐가 외톨이라고 지속적으로 반복되고 있는 이야기는 사실이 아니다. 미술계의 많은 사람들이 반 고흐의 작품에 진심으로 관심을 가졌으며 감동을 받았다.

- 「빈센트 반 고흐」 중에서

 

클림트는 말년에 35세의 요한나 슈타우데를 그렸으며, 이 반신 초상화는 미완성이다. 모델이 왜 그림을 완성하지 않느냐고 질문하자 작가는 “그러면 당신이 내 작업실에 다시 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 「구스타프 클림트의 〈요한나 슈타우데의 초상〉」 중에서

 

저자 : 파트릭 데 링크

고전학자이자 출판사와 신문사,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작가로도 활동했다. 『THE ART OF LOOKING』 시리즈 중 크게 호평받고 널리 번역된 책 두 권과 『한 권으로 읽는 명화와 현대 미술』을 집필했다. 그는 오랫동안 여러 미술관을 위해서 회화와 고대 그리스와 로마를 주제로 글을 썼으며 고대, 문화유산 그리고 회화에 대한 책을 30여 권 저술하고 번역했다.

 

역자 : 장주미

서울대학교에서 심리학과 영문학을 공부했으며, UC 버클리 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제일기획과 씨티은행에서 기획과 마케팅을 담당했고, 한국과 미국의 여러 갤러리에서 큐레이터로 활동했다. 옮긴 책으로는 『빈센트 반 고흐』, 『드로잉 마스터클래스』, 『디테일로 보는 현대미술』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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