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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마라

[도서] 타마라

에바 킬피 저/성귀수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당혹스럽다. 이 소설 『타마라』는 독자들을 당황하게 하는 데 충분하다. 에로티시즘(eroticism)이라고 하기엔 수위가 강하고, 그렇다고 포르노그래피(pornography)라고 하기엔 성애(性愛)를 드러내기 위한 책이 아니란 점에서 못 미친다고 보기 때문이다. 지금은 이 정도 책을 판매금지나 필화로 확산시킬 위험은 없어 보이기 때문에 당혹스럽다는 말이다. 이 작품은 핀란드 여성 작가가 1972년에 쓴 작품이라고 보기에 무리가 있을 정도로 성(性) 장면이 구체적이다. 또 소설이기 때문에 '허구'임을 알면서도 허구로 받아들이고 싶지 않는 일부 독자들이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 조심스럽다. 1970년 대라면 우리 사회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작품이지만 지금의 독자들에게는 충격을 줄 정도의 묘사가 아니어서 사회적 문제로는 확산되지 않을 것이다.

사실 문학에서 에로티시즘의 묘사는 신화시대부터 지금까지 항상 문제가 되어 왔다. 법과 사회 정서로 보기에 받아들이기 어려운 점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더 근본적인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에 속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출판되었을 경우 다시 법적 심판대에 오르기도 한다. 우리도 장정일, 마광수 작가들에 의한 에로티시즘의 문제로 두 분 다 법적인 제재를 받았던 것으로 독자는 기억한다. 사실 성의 문제는 사회적 문제로 비화될 우려가 있음에도 끊임없이 제기되어 온 이유는 단순한 남녀 문제로 인식하기보다는 사회적 영향력을 먼저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두산백과에 따르면 에로티시즘(eroticism)은 육체적인 애욕에 얽매이는 지나친 기호, 혹은 작품의 관능적인 정욕을 유발하는 성질을 의미한다. 어원인 에로스는 그리스 신화에서 ‘연애의 신’으로 나오는데, 남녀간의 연애에 얽매이는 표현을 기본으로 한다. 고대와 미개민족에서 널리 볼 수 있는 다산과 풍요의 심벌인 여성의 나체와 생식기 표현과는 의도가 다르며, 또한 근래에 나타난 성행위의 직접적인 표현을 목적으로 하는 포르노그래피(pornography)와는 구별된다. 사티로스가 님프를 유괴하는 것과 같은 신화상의 애욕의 표현은 일찍부터 그리스 도기의 그림에 나타났으며 이것에 더하여 점점 세련되고 요염하게 전개되기 시작한다. 헬레니즘의 미술에 있어서 그 예가 많은 아프로디테 상의 풍만한 육체와 부끄러움을 머금은 자태에서 엿볼 수 있다. 16세기의 르네상스에 있어서 판, 다프네, 바쿠스 등 그리스·로마 신화에서 제재를 취하여 재차 에로티즘이 개화되나 18세기 프랑스 궁정문화 가운데서 이것이 사랑의 흥정인 것 같은 세속적인 제재와 혼용해서 고도로 세련된 표현을 낳았다.

에바 킬피의 이 소설 『타마라』. 타마라라는 여인이 사고로 성불구가 된 남자과 맺어나가는 남다른 애정관계를 다룬다. 화자인 ‘나’의 시선을 통해 성적 주체로서 묘사되는 ‘타마라’라는 등장인물은 그 자체로 핀란드에서 논란이 된 바 있다고 한다.

 

 

제목이자 주인공의 이름인 타마라는 성적으로 자유분방하고, 결혼한 남자와의 애정 전선에 뛰어드는 데 거리낌이 없으며, 결혼은 하지 않았지만 아들은 있는 여성이다. 육체적 사랑과 쾌락에 빠진 한 여자의 삶을 묘사하는 것이 목적인 듯 보이나, 독자들은 남자와 타마라가 나누는 대화를 통해, 이 책이 여성심리의 단호한 해방 의지를 표출하고 있음을 깨닫게 될 것으로 믿는다. 당시 핀란드 사회도 유럽에서도 꽤나 보수적이었던 듯하다. 이 소설은 성 문제를 포함하지만 여성 해방 차원에서 집필한 것으로 문단은 보았던 듯하다.

앞선 두 명의 여성 작가 마리아 요투니와 아이노 칼라스의 여성의 성적 생활에 대한 여성의 권리를 주장하기 위한 여성권자들의 뒤를 이은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어떻든 핀란드 최초의 에로티시즘 소설임에는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는 조금 늦은 나이인 31세 때에 처음 작품을 발표한 이후 엄청난 양의 소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고 한다. 1928년 생이니 우리로서는 한국전쟁이 끝나고 자유당 정권 말기로 치달을 무렵이다. 이 작품의 발표연도는 1972년이니 자유연애 붐을 일으킨 정비석 작가의 『자유부인』(1954)과는 20년 가까운 차이가 있다. 연애나 성적 문제를 다루는 소설은 당시 그 사회적 관념의 잣대를 들이밀기 때문에 보수적인 사회에서는 필화 사건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에로티시즘은 문학에서뿐만 아니라 다른 예술 장르에서도 늘 같은 문제 같은 잣대를 사용하기 때문에 앞서가는 작가들이 필화나 에로티시즘 논쟁에 휘말리기 십상이다.

 


 

이 소설은 타마라라는 여인이 사고로 성불구가 된 남자과 맺어나가는 남다른 애정관계를 다룬다. 남자는 ‘체크무늬 사내’ ‘공산주의자’ ‘자본가’ 등의 별명으로 불리는 타마라의 숱한 애인들과 자기 자신을 동일시하며 만족을 얻는다. 그렇기에 남자는 타마라에게 최대한 자세히, 상세하게 각종 행위를 묘사해달라고 요구한다. 비록 육체의 움직임이 불편할지언정 남자의 정신은 누구보다 민감하고 섬세하다. 그는 타마라에 대한 사랑과 질투, 욕망과 신체적 제약 사이에서 갈등하며 내면을 넓혀나간다. 그가 최종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다름 아닌 ‘영속성’이다. 그렇기에 타마라는 그에게 유일한 여자이며, 타마라에게도 그 자신이 최종적인 남자이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타마라 또한 남자에게, 사실은 무조건적인 사랑, 영속적인 것을 찾아 헤매고 있다고 고백한다. 그렇다면 이들은, 서로 같은 것을 찾고 있는 것일까?

언뜻 이 책은 육체적 사랑과 쾌락에 빠진 한 여자의 삶을 묘사하는 것이 목적인 듯 보이나, 독자는 남자와 타마라가 나누는 대화를 통해, 이 책이 여성심리의 단호한 해방 의지를 표출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작가인 에바 킬피는 이 책에서 편견, 위선, 우리 인생을 죄스럽고 고통스럽게 만드는 온갖 족쇄들에 공격을 가한다. 최종적으로는 모든 여성, 핀란드뿐 아니라 전 세계의 모든 여성이 성(性)과 애정생활에서 주체가 되어야 함을 주장하고 있다. 이 작품의 마지막 부분에 "그럼, 정녕 꿈에 불과했단 말인가? 다른 모든 것과 마찬가지로...?"(p.389)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는 「옮긴이의 말」이 실려 있다. "(주인공) 둘은 연인 사이다. 적어도 서로 알몸을 보듬고 사랑에 '관련한' 담론을 주고받으니, 연인 사이로 보이기는 한다. 다만 하반신 마비에 따른 성기능장애로 남자는 정상적인 성행위가 불가능하고, 여자는 툭하면 다른 남자들과 몸을 섞은 뒤 애인에게 그 모든 얘기를 상세히 들려준다는 점에서 보통의 연인 사이가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이어 "여자는 그런 애인(남자 주인공인 '나')에게 등 떠밀리다시피 다른 남자들을 만나 결핍된 욕구를 채우는 것 같지만 항상 머릿속에선 '영속적 관계'에 대한 꿈을 버리지 못한다. 둘 다 진정으로 원하는 것에 가 닿을 수 없어 몸부림치고 있으니, 남자도 여자도 어찌 보면 불구인 건 마찬가지다..."고 말한다.

독자가 앞서 지적한 작품의 마지막 장면을 강조한다. 저자는 이에 따라 "어쩌면 이 소설은, 사랑이란 무한히 '근접'할 수 있을 뿐 결정적으로 '점유'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이야기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화끈한 정사라 할 것도, 달콤한 로맨스로 내세울 것도 찾아보기 어렵지만, 분명 또 다른 차원의 진지한 러브스토리를 작가는 펼쳐 보이고 있는 셈이다."며 "이렇게 해서, 사랑이란 화두를 놓고 두 주인공이 서로 주고받는 무수한 담론과 제스처는 어느 한쪽 성(性)의 입장에 치우치지 않고 보편적, 형이상학적 차원으로까지 뻗어나가는 게 가능해진다. 소설의 마지막 줄이 암시하듯."이라고 덧붙인다.

 


 

물론 그녀의 암묵적인 동의 없이는 내가 절대 그렇게 할 수 없다는 걸 철저하게 의식하고서 하는 행위다. 급기야 몸 전체가 활처럼 휘어지면서, 두 눈을 꼭 감은 그녀의 이마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힌다. 그녀는 마치 벗어나려는 것처럼 몸을 뒤채면서도 샤워기 앞을 떠나지 않는다. 드디어 한 번, 두 번, 세 번, 네 번의 경련이 전신을 훑고 나서야 그녀는 죽은 사람처럼 욕조 바닥에 맥없이 뻗어버린다.(p.40)

 

"그럼, 이번에도 그자가 제대로 섰단 말이야?"

"물론 내가 사전에 세워줬지. 쿠키 반죽을 하듯 열심히 주물러줬다니까. 여자한테 그 일이 얼마나 신기한 건지 당신이 안다면! 그 창조적 환희 없이는 난 도저히 못 살 것 같다니까. 그건 마치 온전한 인간을 하나 만들어내는 느낌이야. 사람 모양의 빵을 빚어낸다고나 할까. 열심히 주물러주면 죽어 있던 물건이 문득 살아나기 시작하고, 결국 엄청난 크기로 성장하는 거지. 삶에 필수적인 강도와 유연성 모두를 갖춘 기관인 셈이야. 자고로 변신능력이라는 것은 무척 드문 자질이거니와, 아마 생명이 가진 모든 능력 중 가장 중요한 것일지도 몰라. 근데 남자의 성기가 바로 그 살아 있는 상징이나 마찬가지거든. 이제부터라도 나는 그 놀라운 현상을 항상 기적을 대하듯 경건한 마음으로 받아들일 거야."(p.206)

 


 

저자 : 에바 킬피(Eeva Kilpi)

에바 킬피는 1928년 핀란드 카렐리아 지방에서 태어났다. 시인이자 소설가이며, 모국인 핀란드보다 외국에서 더 유명하다. 뒤늦은 나이에 작가의 길로 접어든 그녀는 서른한 살 때부터 엄청난 양의 중편소설을 써내면서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19세기 말에 태어난 두 명의 핀란드 여성작가, 마리아 요투니(Maria Jotuni)와 아이노 칼라스(Aino Kallas)가 걸어간 길을 따라, 그녀 역시 주로 성(性)과 애정생활에 관한 여성의 권리를 주장한다. 핀란드 최초의 에로티시즘 소설로 유명한 『타마라』(1972)는 그의 작품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완성미를 자랑하며 11개 언어(프랑스어, 영어, 일본어 등)로 번역되었다. 한국어판은 전 세계에서 열두 번째, 아시아에서는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출간된다.

 

역자 : 성귀수

역자 성귀수는 시인, 번역가. 연세대학교 불어불문학과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시집 『정신의 무거운 실험과 무한히 가벼운 실험정신』, ‘내면일기’ 『숭고한 노이로제』를 펴냈다. 폴 발레리의 『바람이 일어난다! 살아야겠다!』, 니콜라 위르토의 『방귀의 예술』, 코뵐라르트의 『빛의 집』, 앙리 코뱅의 『막시밀리앙 헬러』, 디누아르 신부의 『침묵의 기술』, 알렉상드르 졸리앙의 『왜냐고 묻지 않는 삶』, 아폴리네르의 『내 사랑의 그림자(루에게 바치는 시)』, 래그나 레드비어드의 『힘이 정의다』, 가스통 르루의 『오페라의 유령』, 아멜리노통브의 『적의 화장법』, 장 ?레의 『자살가게』, 모리스 르블랑의 『아르센 뤼팽 전집』(전20권), 수베스트르와 알랭의 『팡토마스』(전5권), 조르주 바타유의 『불가능』 등 백여 권을 우리말로 옮겼다. 2014년부터 사드 전집(제1권 『사제와 죽어가는 자의 대화』)을 기획, 번역해오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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