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YES24 블로그 - 내 삶의 쉼표

포스트 지금은 아직 촛불을 끄지 말아야 할 때

지금은 아직 촛불을 끄지 말아야 할 때 - 세밑에 시집을 읽다, 아니 시국을 읽다 외국에 살고 있는 처지라서 오랫동안 인터넷 서점의 내 카트에 그냥 쌓아두고만 있던 스무 권이 넘는 시집들을 주문한 게 지난 10월 23일이었다. 미르 재단과 K스포츠 재단의 설립과 운영을 둘러싸고 불거진 최순실 게이트가 이미 몇몇 언론에 보도되어 그 비밀의 문이 조금씩 열리기 시작하던 때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이 사건을 역대 정권 말기마다 고질적으로 반복되곤 했던 대통령 측근의 권력형 비리 스캔들쯤으로 여겼다. 진부하고 식상한 ...

2016.12.14 공감 횟수 6 댓글 수 4

포스트 다시 시작을 위한 세밑 시집 읽기

한 해의 끝자락이다. 송년의 분주함과 성탄의 소란함으로 떠들썩한 한길에서 문득 옆길로 새어 잠시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다, 갖고 싶다, 갖는다. 어둡다. 그러나 거기 골목길 끝에 환히 불 밝힌 책방이 있어 나는 안심한다. 문학동네. 책방의 문을 열고 들어가 가지런하게 정리된 시집 서가에서 몇 권을 고른다. 올해 내가 읽었던 문학동네 시집들이다. 그때 어둠이 짙어지는 9시 방향쯤에서 나랑 눈길이 충돌한 책방 주인이 살짝 미소를 지어 어색한 사고현장을 수습하려 한다. 익숙한 저 미소. 혹시 그는 전생의 내가 아니었을까. 어설픈 짐작이...

2015.12.13 공감 횟수 5 댓글 수 6

포스트 시가 위로가 될 수 있을까?

세끼 밥을 먹듯이 시집들을 읽은 한 해였다. 기댈 데라곤 시집밖에는 없어서 그랬을 터인데, 그 허기는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막 오십 줄에 들어선 사내의 반평생, 그 허술한 삶의 등뼈에 숭숭 뚫려 있는 어두운 구멍들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가만히 있어도 이곳까지 들려오는 고국의 어이없고 비통한 소식을 접하고 함께 침몰해가는 무력한 마음 때문이었을까? 분명 둘 다 그 이유가 되었겠지만, 세월호 사고 아니 사건을 분기점으로 해서 서로 바통을 주고받지 않았나 싶다. 그래서 내 마음의 항로는 내 생일이 있는 6월이 가고 7∙8월...

2014.12.15 공감 횟수 3 댓글 수 4

포스트 문학동네에 지은 시의 집 다섯 채 방문기

1. 시인에게도 집이 있다 시인은 소설家나 수필家와는 달라서 집이 없는 사람이라고, 그래서 그냥 ‘시 쓰는 사람’일 뿐이라고 어느 시인은 말했지만, 따져보자면 시인에게도 집이 있다. 바로 시집이다. 시집에는 수십 편의 시들이 꽉 들어차 붐비기 마련인데, 그 많은 식구들에도 불구하고 시집은 대체로 소설집이나 수필집보다 작고 보잘것없고 누추하다. 시집의 명가들에서 간행된 시집들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시인은 자신처럼 풍찬노숙의 운명을 타고난 자신의 가여운 시들에게 비바람 피하고 고단한 몸 누일 집 한 칸 마련해주었...

2013.12.10 공감 횟수 3 댓글 수 2

포스트 문화를 넘어서 인간적인 삶으로

올해로 뉴질랜드로 이민 온 지 9년째다. 이젠 익숙해져서 편안하고 느긋하게 이곳에서의 삶을 즐기고 있지만 처음 몇 년 동안은 제법 힘든 시기를 보내야 했다. 새롭고 낯선 환경에 적응하느라 아주 사소한 일에도 마음을 쓰고 신경을 곤두세워야 했으니 말이다. 직장에 얽매이지 않는 일상은 한가롭기 그지없었지만 마음 한 켠으로는 항상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긴장감과 불안감을 감출 수 없었다. 이민 초기에 늘 느껴야 했던 이러한 긴장과 불안의 배후에는 몇 개의 벽이 자리잡고 있었다. 뉴질랜드는 인종차별이 비교적 심하지 않은 나라...

2010.06.24 공감 횟수 3 댓글 수 8

포스트 꿈꾸는 삶이 이룬 위대한 성취

1. 미국 역사를 바꾸어 놓은 두 명의 여성이 있다. 한 명은 해리엇 비처 스토우인데,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이 그녀가 쓴 소설 <톰 아저씨의 오두막>을 읽고서 흑인 노예들을 해방시켜주기로 결심했다는 일화는 너무나 잘 알려져 있다. 감명을 받은 링컨 대통령이 그녀를 백악관에 초청하여 만난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우리는 이곳에 오신 당신을 환영합니다. 당신은 이 모든 것을 시작한 여성입니다. 이제 말씀해 주시지요.” 그로부터 약 1세기가 지나서, 그러나 이번에는 백...

2007.05.25 공감 횟수 2 댓글 수 2

포스트 '남자는 하늘, 여자는 땅'이라는 옛말의 진정한 의미

1. 부부(夫婦)는 한 가정을 이루는 두 기둥이다. 그래서 부부 사이에 문제가 생기면, 가정이라는 보금자리 전체가 흔들리게 된다. 흔들리는 것은 집의 두 기둥일 뿐이지만 그 집의 지붕 아래 함께 살고 있는 아이들은 민감하게 눈치를 채서 그들의 마음까지도 흔들리게 되는 것이다. 문제 아동의 배후에는 문제 부모가 있고 문제 부모는 대개 사이가 좋지 않은 부부라는 통념을 우리가 쉽게 부인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따라서 화목하고 행복한 가정을 이루려면 무엇보다도 부부 사이가 좋아야 한다는 결론에 우리는 자연스럽게...

2007.05.21 공감 횟수 2 댓글 수 2

포스트 ‘강변 여인숙’에서 시인의 그리움을 읽다

1. 한 권의 시집이란 수십 편 시들의 집이다. 시인이란 존재는, 글을 쓰기는 해도 소설家나 수필家나 평론家처럼 어엿한 집이 있는 사람은 아니어서, 한 시인이 몇 년을 두고 집 밖을 떠돌며 쓴 시들에게 드디어 지붕 하나를 얹어 쉴 자리를 마련해 주는 일이란 참으로 가슴 설레면서도 눈물겨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소설집이나 수필집이나 평론집과는 달리 거의 모든 시집들이, 시인의 말이니 자서(自序)니 후기(後記)니 하는 형식으로 시집을 묶어내는 시인의 술회를 담아내고 있는 소치가 바로 여기에 있을 터이다. ...

2007.05.14 공감 횟수 3 댓글 수 9

포스트 우리의 선택이 그들의 희망이다

1. 나는 지금 커피 한 잔을 마시면서 이 글을 쓰고 있다. 며칠 전만 하더라도 점심 식사 후에 내가 늘 마시는 커피는 네슬레사에서 만든 인스턴트 커피인 ‘클래식 네스 카페’ 브랜드였는데, 지금 내가 마시고 있는 커피는 그게 아니다. 트레이드 에이드(trade aid)사에서 만든 ‘공정 거래(fair trade)’라는 낯선 브랜드의 갈아놓은 커피이다. 언제인지 모르겠지만 우리 집 근처의 대형 쇼핑센터 내에 ‘트레이드 에이드’라는 간판을 내건 상점이 하나 생겼다. 그게 제3세계의 가난한 사람들을 돕기 위하여 그들이 ...

2007.05.11 공감 횟수 1 댓글 수 6

포스트 자력 강한 그의 산문에 다시 중독되다

P {margin-top:2px;margin-bottom:2px;} BLOCKQUOTE {margin-top:2px;margin-bottom:2px;} 자석처럼 책에도 극성(極性)이 있어서 책은 우리를 끌어당긴다. 하지만 자석과는 달리, 책이 지니고 있는 극성은 항상 유지되는 것도 아니고 또한 모든 책들이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어떤 책은 채 몇 쪽을 넘기기도 전에 잠이 쏟아지게 만들어서, 책의 기능보다는 수면제로서의 기능을 더 잘 발휘하는 것도 있다. 이런 책들의 종류는 사람에 따라 또한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언...

2007.01.07 공감 횟수 0 댓글 수 0

포스트 사람답게, 사람스럽게, 그리고 사람처럼 살고 싶다면(2)

P {margin-top:2px;margin-bottom:2px;} BLOCKQUOTE {margin-top:2px;margin-bottom:2px;} 나. 사람스럽게 딱정벌레목의 가뢰(tiger beetle, meloidae)라는 곤충은 동작이 어찌나 빠른지, 사냥을 하려고 냅다 달려 나가면, 아무것도 눈에 보이지를 않는다고 한다. 옆으로 지나치는 사물과 사냥감에 관한 시각적인 정보를 눈으로 포착하여 분석을 위해 두뇌까지 전달할...

2006.11.04 공감 횟수 0 댓글 수 1

포스트 사람답게, 사람스럽게, 그리고 사람처럼 살고 싶다면(1)

P {margin-top:2px;margin-bottom:2px;} BLOCKQUOTE {margin-top:2px;margin-bottom:2px;} 1. 마흔을 두 해나 넘기고도 그 동안 별로 나이를 의식하지 않고 살았는데 올해 들어서는 사정이 조금 달라졌다. 좀 더 많아졌다 싶은 흰 머리카락은 지금까지도 별로 신경이 쓰이지 않지만, 올해 초 면도할 때 발견한 흰 턱수염과 흰 코털은 사뭇 다른 느낌으로 내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아, 이제 나도 늙어가고 있는가! 욕실의 거울에 비친 사내를 ...

2006.11.04 공감 횟수 0 댓글 수 0

포스트 식목일에 읽는 천연기념물 나무 이야기

P {margin-top:2px;margin-bottom:2px;} BLOCKQUOTE {margin-top:2px;margin-bottom:2px;}1. 이제 꽃샘추위도 더 이상 넘보지 못하는 4월이 되었다. 겨우내 웅크렸던 어깨를 펴고 화사한 봄 햇살을 받으며 나들이에 나서기 좋을 때다. 자, 어디로 나설거나? 지도책을 펼쳐 놓고 여기저기 살펴보지만, "그래, 바로 여기다!" 싶은 곳이 언뜻 눈에 띄지 않는다. 고적함을 더 이상 즐길 수 없게 된 사찰, 반질반질 닳고닳아서 사람들 주머니만 노리는 관광지, 인파에 ...

2006.04.04 공감 횟수 0 댓글 수 0

포스트 장자의 숲에서 나무를 보다

P {margin-top:2px;margin-bottom:2px;} BLOCKQUOTE {margin-top:2px;margin-bottom:2px;}1. <이 아무개의 장자산책>을 읽었다. 여기서 '이 아무개'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듯이, 관옥(觀玉) 이현주 목사이다. 왜 그는 자신의 번듯한 이름 석자를 버리고, 어찌 보면 치기조차 엿보이는 엉뚱한 필명을 사용한 것일까? 책을 펼치기 전에 나는, 판화가 이철수의 솜씨가 인상적인 표지 그림과 글씨를 들여다보면서 고개를 갸우뚱거렸다.그러다가 문득 '느릿느...

2006.03.21 공감 횟수 0 댓글 수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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