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레르기
- 디아스포라 디아볼로 3
달걀 한 알이 날아왔다
내 엉덩이에 맞고 터졌다
고우 홈 차이니즈
고함 소리가 이어 터져 나왔다
끈적한 달걀 폭탄이
똥 싼 것처럼 바지에 흘러내렸다
낄낄거리는 웃음소리가 뒤따르고
젊은 백인 녀석 둘이
가운뎃손가락을 세워 보였다
뭐라고 대꾸할 겨를도 없이
그들을 태운 차는
쏜살같이 나를 스쳐 지나갔다
아임 낫 차이니즈
유 노우, 아임 코리언
앤 나우 디스 이즈 마이 홈컨트리 투
얼빠진 바보처럼 속으로 중얼대다가
문득 가슴 속에 치받는 열기가 너무 뜨거워
야, 이 개새끼들아
목청껏 소리쳐 보지만 이미 너무 늦었다
산책을 그만두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너희가 던진 달걀에도
흰자와 노른자가 함께 들어 있지 않느냐
들어줄 리 없는 내 하소연은
속으로만 들끓다가 곪아 버려서
이른 봄 며칠 동안
그들의 알레르기를 대신 앓았다
항히스타민제 몇 알 먹고 견디다가
오랜만에 다시 나선 산책길,
아시안들이 많이 사는 동네 길거리에는
언제 건너왔는지 알 수 없는
일본 벚꽃들이 활짝 피었다
<시작 노트>
뉴질랜드에 와서 지금껏 살아오면서
‘고우 홈 차이니즈’ 고함을 다섯 차례 이상 들었다.
승용차에서 던지고 달아나는 달걀 투척 봉변도 두 번이나 당했다.
아주 드문 일이기는 하지만
젊은 백인 놈들이 아시안들을 대상으로
그렇게 비겁한 방식으로 표출하는 인종차별 알레르기가
뉴질랜드에서 새로 얻은 알레르기성 비염보다도
내게는 더 견디기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