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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잭슨의 디스 이즈 잇 (디지털)

[영화] 마이클 잭슨의 디스 이즈 잇 (디지털)

개봉일 : 2009년 10월

케니 오르테가

미국 / 다큐멘터리 / 전체관람가

2009제작 / 20091028 개봉

출연 : 마이클 잭슨

내용 평점 3점

지난 금요일 밤, 마이클을 만났다. 우리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시립 공설운동장 잔디밭에서 열린 야외영화상영회 자리에서였다. <This is it>. 뒤에 서 있는 나무 그림자가 언뜻 얼룩져 나타나기도 하는 대형 스크린에 비친 그는 노래하고 춤추고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약 1 6개월 전쯤의 그의 모습은 바짝 마르기는 했지만 활력이 넘쳐났다. 온갖 표정을 목소리에 담아내는 그의 비트 강한 노래 실력도 여전했지만, 나를 사로잡은 것은 쉰이 넘은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유연한 몸놀림을 보여주는 그의 경이로운 춤이었다.

 

 

그의 온몸 근육의 구석구석에는 아마도 내가 알지 못하는 어떤 미세한 수신 장치들이 이식되어 내장되어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래서 그 장치가 음악의 리듬과 비트를 받아들이는 즉시 자동적으로 그에 가장 잘 어울리는 몸 동작으로 변환시켜서, 그 어떤 가수도 흉내내지 못하는 독특한 그의 춤을 만들어내는 것이리라는 엉뚱한 생각 말이다. 하지만 그가 수십 차례에 걸친 성형 수술을 통해서 데뷔 초기의 귀여운 흑인 꼬마 얼굴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신을 거듭해 왔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내 생각이 그리 엉뚱한 것만도 아니리라.

 

 

아무튼 눈으로 보는 영화였기에, 또한 음악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었기에(영화 상영 도중 굉음을 내며 비행기가 바로 위를 날아가기도 했다), 우리가 만난 마이클은 노래하는 마이클이 아니라 춤추는 마이클에 더 집중되어 있을 수밖에 없었지만, 그래도 우리가 한창 시절이었던 무렵 들었던 노래들이 흘러나올 때는 저절로 따라 부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Billie Jean이나 Beat It 같은 노래들 말이다. 내가 좋아하거나 즐겨 부른 노래들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멜로디와 가사의 일부를 지금도 여전히 기억하고 있음은, 젊은 시절 한때 즐겨 다녔던 디스코텍에서 열광적으로 춤추며 노래했던 내 몸의 기억력에 힘입은 것이겠다.

 

<This is it>을 보면서 마이클을 만나는 것은 이처럼 우리의 젊은 시절을 만나는 것이기도 했다. 하지만 마이클이 이미 죽은 사람이 되었듯이, 우리의 젊은 시절도 이미 지나간 시간 저 너머에 있는 죽은 세월일 뿐이라는 사실이 우리를 조금은 쓸쓸하게 했다. 그리고 명성이란 얼마나 덧없는 것인가, 라는 사실도 새삼 깨닫게 해주었다. 누구는 팝의 황제라고 부르며 마이클을 오래 기억하겠지만, 이제 그 명성을 누릴 수도 없는 처지가 된 그에게는 그게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아니, 어쩌면 마이클은 살아 있을 때도 자신의 명성을 기꺼운 마음으로 누려본 적이 거의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에게는 자신의 명성(fame)이 사람들의 시기심이나 아니면 그 자신의 아주 조그마한 실수에 의해서도 쉽게 수치(shame)로 변질되고 마는 족쇄가 되었을 테니까. 그가 말년에 경험한 여러 가지 부끄럽고 유쾌하지 못한 사건들은 바로 그의 명성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었던가! 또한 그에게 있어 명성은 자신의 진정한 이름(name)을 가려버리는 가짜 이름이며, 일상적인 삶을 질식시키는 파괴적인 이미지이기도 했으리라. 그가 수십 차례에 걸쳐 자신의 얼굴을 뜯어 고친 이유도 사실은, 자신의 얼굴에 덧씌워져 있는 그 끈적끈적한 명성의 가면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고통스런 몸부림이었을지도 모른다. 영어식으로 발음하면 마이클과 동일한 이름으로 불리는 프랑스 작가 미셸 투르니에(Michel Tournier)초상화현상이라는 용어를 사용해서 이를 설명하고 있다.

 

잡지, 영화, 텔레비전의 스타들은 이미지에 의해 속속들이 파괴된다. 그들은 빠른 속도로 살도 뼈도 없는 존재로 변하고 만다. 스크린 속이나 우리들의 눈앞에서 계속 살아 움직이는 것은 외부원형질일 뿐이다. 그러나 그들은 인간답게 살지도 즐기지도 괴로워하지도 못한다. 가끔 그들 중 어떤 존재는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 기계에 의해 다시 토해내어진다. 그렇게 되면 그는 본의 아니게 주어진 그 반쪽짜리 삶을 고통스럽게 감내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이 바로 흘러간 시절의 스타가 겪는 지옥이다.

그러나 가장 흔한 운명은 이미지에 의한 죽음, 즉 초상화현상(肖像畵現像, Iconisation)이다. 이것은 동물이 박제로 만들어지는 것과 매우 유사한 현상이다. 앞에서 언급했던 마이클 잭슨 이야기로 다시 돌아와보자. 그 역시 여러 번 경련하듯이 꿈틀거려본다. 그는 추문도 생기고, 파란만장하여 뜨거운 사랑도 있는 사생활을 가져보려고 무진 애를 쓴다. 우리는 단말마의 고통과도 같은 그런 무용한 시도들을 한두 번 목격한 것이 아니다. 마릴린 먼로(서른여섯 살에 죽었다)가 그랬고 그에 앞서 루돌프 발렌티노(서른한 살에 죽었다)가 그랬다. 마이클 잭슨은 아직도 경련하듯 몸을 파닥거리고 있지만 사실은 밀랍 얼굴을 가진 속이 텅 빈 인형에 불과하다. 이제 머지않아 그는 쓰러질 것이고 사람들은 그를 꺼져버린 별들을 안치하는 신전에 갖다놓을 것이다. 이미지에 의해 속이 파먹히고 가루가 되어 흩어지고 흡수되고 마는 것 그것이 바로 초상화현상이다. 

                                                     - 365~366, 『예찬』

 

 

미셸 투르니에의 이 불길한 예언은 그로부터 10년도 훨씬 더 지나고 나서야 실현이 되기는 했지만, 그 사이에 마이클 잭슨에게 있었던 일들과 예기치 못했던 그의 갑작스런 죽음을 생각해 본다면 정말 놀랄 만큼 정확한 것이 아닐 수 없다. 마릴린 먼로나 루돌프 발렌티노보다는 좀더 오래 살았지만 마이클 잭슨 역시 그렇게 자신이 만든 명성에 의해서 결국 때이른 죽음을 맞이하고 말았다. 텅 빈 삶과 때이른 죽음, 그게 바로 명성의 대가이다. This is it. Good-bye, Micha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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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구두

    매일매일 어린 가수들이 부와 명성을 위해 꿈꾸는 가수가 얻을 수 있는 것이 많은 많큼 잃어버릴게 많다는 것을 그것이 인생에서 얼마나 큰 것인지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초등학생이 가장 선호하는 장래희망이 연예인이라니...좀 잘생기고 예쁘다싶으면 장래희망이 연예인이라니...매일 매일 스캔들이 터지는 연예계가 좋은 곳은 아니련만....

    2011.01.18 20:26 댓글쓰기
    • 은이후니

      연예인이 되어 부와 명성을 얻는 것이 꼭 나쁘다고 할 수만은 없지요. 개중에는 연예인으로 활동하거나 또는 나중에 은퇴해서도 자신의 노력으로 성취한 그런 부와 명성을 올바로 사용하는 이들도 제법 있으니 말이에요. 하지만 그런 가능성을 가장 적게 가지고 있는 분야가 연예계라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겠지요. 그들이 하는 일 자체가 환상을 창조하고 쾌락에 봉사하는 일이다 보니, 그들 스스로가 먼저 그런 환상에 쾌락에 넘어가지 않을 수 없으니까요. 누구보다도 뛰어난 재능으로 누구보다도 큰 성공을 거둔 마이클 잭슨도 그런 점에서는 예외가 되지 못했죠. 그의 때이른 죽음이 참으로 마음 아프면서도 아쉬운 이유입니다.

      2011.01.19 04:33
  • 파란장미

    저는 가끔 사람들이 유명인을 이렇쿵 저러쿵 할 때마다 그냥 보고 즐기라는 말을 하곤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것 또한 초상화현상이 아닐런지요... 어쩜 더 잔인한...
    어쨋거나 세상은 하나를 얻으면 다른 하나를 잃게 되는가봐요...

    근데 이 글은 영어로 쓰시고 싶으셨겠어요....
    저를 위해선 지금이 훠~~~~얼씬 좋지만... ^^;;;

    2011.01.20 08:03 댓글쓰기
    • 은이후니

      맞아요. 말씀하신대로 유명인을 완전히 대상화해서 바라보는 태도가 어쩌면 그들에게는 그 무엇보다도 잔인한 일이 될 수도 있겠네요. 그 즐김의 시선 속에 들어 있는 것은 애정도 증오도 아닌 무관심일 테니까요.

      2011.01.20 09:05
  • 스피드끙

    은이후니님~마이클잭슨의 영화를 인상깊게 보셨다니 너무 기쁘네요.
    전 마이클잭슨의 팬 이정윤이라고 합니다.
    다름이 아니라 마이클잭슨의 성형에 관해 많은 사람들이 잘못알고 있어서 블로그 주소하나 입력하고 가요.
    그는 수십차례 성형을 하지 않았답니다.^^
    부디꼭읽어보시고 마이클잭슨의 억울함과 그의 선행과 업적을 더 기억해주셨음 좋겠어요.그가 흑인이란 이유로 겪었던 인종차별 그는 인종차별을 위해 열심히 싸워왔어요.그는 자신이 흑인임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구요.
    http://blog.naver.com/ghosts13/70094991998
    제 블로그는 아니지만 마이클잭슨의 모든 루머에대한 진실이 나와있는 블로그입니다.
    꼭 꼭 읽어봐주셨음 좋겠어요~제가 넘 주제넘었을수도 있지만 오해가 풀리시길바랍니다.그럼 좋은하루 보내시구요^^

    2011.01.20 11:24 댓글쓰기
    • 은이후니

      그랬었군요. 가서 잘 읽고 왔습니다. 그가 백반증을 앓고 있었다는 사실은 처음 알았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왜 유명한 사람들을 그냥 놔두지 않는지... 알려주신 블로그의 글들을 몇편 읽어보니 명성에 대한 대가를 톡톡히 치른 그의 삶과 죽음이 더욱 안타깝네요.

      2011.01.20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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