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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 MBC PD로 있었던 권성민 의 이야기 서울방하나 . 잔잔하게 다가오는 그의 이야기들이 책장을 덮고 난 지금도 여운이 남아 있다.

'자취하는 사람입니다. 인생의 자취를 결심한 당신에게 들려주는 의연한 날들의 기록'이라는 표지의 문구 자체로는 이질감이 느껴져서 거리감이 들었지만 권성민에세이 를 읽어갈수록 느껴지는 저자의 글과 느낌들이 "어떤 사람일까?"라는 느낌을 "이런 사람이구나"하는 생각이 들게 할 정도다.

현재 경제적으로, 심리적으로 홀로서기 를 준비하고 있다면 일독을 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권성민 에세이에서는 자립의 순간은 문득 / 문밖으로 나가면 / 단단한 홀로서기를 위한 도구들 / 손이 더 멀리 닿을 수 있도록 으로 차근 이야기를 해준다.

'손 닿는 만큼 어른이 되어가는 순간들'이라는 부제가 달린 <서울에 내 방 하나>는 저자가 자취를 하면서 겪은 에피소드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심리학 용어 중에 '시간 수척 효과(Time Compression Effect)는 말이 있다. 같은 시간도 나이가 들수록 더 빨리 흐른다고 느끼는 현상을 말한다. 어릴 때는 특별하지 않은 일상도 낯설고 새롭기 때문에 그 시간이 고스란히 느껴지지만, 나이가 들수록 밥을 먹고 자는 일상적인 일들은 익숙해지는 만큼 무의미한 것이 된다. 시간의 감각은 이러한 순간들을 생략해 버리고 그만큼 더 빠르게 흘러간다.(p.34)


사람들이 가장 보편적으로 느끼는 '어른의 순간'은 뭘까. 두 가지 정도인 거 같다. 부모에게서 독립해 자신의 생활을 꾸려나갈 때가 하나. 결혼해서 자녀를 낳아 그 자신이 부모가 되는 순간이 둘.(p.67)

나는 부모도 그렇게 반신반의하며 청춘을 떠나왔을까. 반신반의하는 사이에 그 아이는 이미 청춘을 지나와 혼자 삶을 꾸리고 있는 걸까. 그렇게 홀로 선 그도 스스로 어른이 되었다고 깨닫지 못한 채 어느새 늙어보리는 걸까. 역시 자기 눈에 자기가 안 보이는 게 문제다. 내가 어른이 되는 건 아마 내가 가장 늦게 알 거 같다.(p.70)

나는 현재 양쪽의 입장에 다 서 있다. 부모님의 자녀로써 지금 내 나이 때 어떻게 살아오셨나, 꿈은 있으셨을까, 그 시절 나를 키우며 어떤 생각을 하셨을까 궁금하다. 반대로는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 부모의 입장으로 살고 있는 나의 모습이다. 제대로 어른임을 인식하지 못한 채 아이 앞에서 어른인 척하며 살아가는 나를 보면서 생각이 많다. 자립의 순간 문득 생각했던 이야기를 적은 1장에 대한 이야기는 홀로서기를 위해 어른이 되었다고 느끼는 순간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서울에 내 방 하나> 2장 문밖으로 나가면에서는 어려 보이지 않았던 모습이 현재는 동안이시네로 바뀐 에피소드, MBC PD 합격수기를 적은 블로글에 대한 이야기, PD로서의 경험 속에서의 생각을 차분히 적었다.

권영민은 긴 머리의 소유자다. 얼굴을 몰랐기에 저자 소개 부분에 사진을 대충 보고 내용을 보았는데 매치가 되지 않아서 몇 번을 앞뒤 확인을 했다. 나의 편견으로 생각한 것에 대한 반성을 했다. 천안에 살던 그가 서울에서 자취를 시작하면서 겪은 방에 대한 이야기들이 나오고, 부모님의 집에 가는 마음을 보여준다. 홀로서기를 시작한 후 이젠 나도 어른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이쯤~일까..


권성민 에세이 <서울에 내 방 하나> 중간중간 들어있는 삽화가 마음을 더 차분하게 해주는 느낌이 든다.

어떻게 저자와 이렇게 어울리는 그림들이 들어있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잔잔함 그 자체다.


습관이 되어버린 순간부터 내 마음대로 안되서 습관이다

그러다 이렇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순간이 오면 비로소 여백을 온전히 허락한다. 손을 쓸 수 없는 시간, 그저 기다리는 것 말고는 할 수 없는 순간이 되면 차라리 마음이 편해지는 것이다. (p.125)

우리는 모두 발 디딘 곳에서 분투하며 살아가고, 힘이 닿는 데까지는 앞으로 그럴 거다. 여기쯤이 내 자리구나, 깨닫는 것은 너무 일찍 다리가 풀려 주저앉지 않도록 적당히 오래오래 분투하기 위해 디딜 곳을 찾았다는 말일 것이다. 적당히.(p.144)

우리네 살아가는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는 그의 이야기 속에서 마음의 위로를 받는다. 손 닿을 만큼 어른이 되어 가는 순간들이라는 이야기가 딱이다. 그리 멀리 있는 것도 아니다. 우리가 닿을 수 있는 곳에 있는 평범하고 공감 가는 이야기가 많이 있었다.



나는 이런 사람이야, 규정할수록 삶은 작아진다. '원래 그래'는 내가 할 말은 아니다. 삶은 '해보니 별거 아니더라'의 연속이 된다.

이쯤 되면 '내가 아는 나'는 참고사항이다. '남들이 말하는 나'도 마찬가지. 내가 내 등을 볼 수 없으니, 혹시 내가 놓친 내 모습이 있는지 남들 눈을 빌려 가끔 확인해 주는 정도면 족하다.(p.152)


<서울에 내 방 하나> 단단한 홀로서기를 위한 도구들에 관한 그의 이야기다. 글쓰기를 좋아하고 잘하던 그, 객관식보다 주관식이 강했던 그의 이야기, 대학시절 조모임의 신이었던 이야기들.. 경험 속에서 담담히 자기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모습이 따뜻했다.

지식은 내가 얼마나 알고 있는지 확인하기 이전에 무엇을 모르고 있는지를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 모른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을 때 가장 위험하다.(p.160)

책임질 수 있는 말만 해야 한다. 쓸 거라면 정확히 알고 써야 한다.(p.171)

말과 글에 대한 중요성과 자신이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고 그것을 알기 위해 가져야 할 생각이 무엇인지..

살아가면 필요한 이야기들을 경험에 녹여 이야기한다. 나를 단단히 만들기 위해 무엇을 키울지 고민도 필요할 듯.


홀로서기를 하면서 손이 더 멀리 닿을 수 있도록 그가 한 생각들이 적혀있다. 좋아하는 계절, 색깔. 추위, 겸손, 행복 등.. 자신의 이야기를 적어나가면 누구나의 일상을 옮겨지게 했다. 그중에 칭찬도 마음껏 느끼지 못하고 살았던 그의 이야기가 공감됐다. 아마 나도 그런 부류였기에 더욱 그랬겠지.

진짜 겸손은 칭찬을 들었을 때 마음껏 기뻐하는 것이다. 그 순간을 누리는 것이다. 그 기쁜 칭찬을 한 번씩 떠올리며 이에 부끄럽지 않기 위해 애써보는 것이다. 깨닫긴 깨달았는데 지금도 잘 안된다. (...) 마음껏 기뻐하는 사람이고 싶다.(p.254)

진짜 자립은 내 의지로 불편을 감수하면서까지 누군가와 함께하기로 결정할 때 비로소 완성되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말하는 권성민 에세이.

책을 쓰며 가정을 꾸리게 된 그의 이야기에 미소가 지어졌다.

삶의 꽃 같은 순간마다 기억할 일이다. 싹도 틔울 수 없는 시린 날에도 조용히 뿌리를 떠올릴 수 있을 테니.(p.277)

<서울에 내 방 하나> 그가 겪은 이야기들을 통해 경제적 독립뿐 아니라 정신적인 독립까지 살펴볼 수 있는 시간을 만들 수 있을 거 같다. 잔잔함 속에 귀한 보물이 들어있는 느낌이었다고 할까.. 차가우면서도 따뜻함이 있는 에세이였다.


서울에 내 방 하나

권성민 저
해냄 | 2020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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