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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키상수상 한 장편소설. 시마모토 리오의 여름의 재단 을 만났다.

원래 일본소설은 즐겨 읽는 편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에 #해냄출판사 의 도서는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궁금하고 머릿속에 맴돌아 계속 읽을 수밖에 없었다. 이 하나의 물음을 가지고.."도대체 왜??"

<여름의 재단> 주인공은 치히로라는 여성이다. 그녀는 작가다. 그녀가 겪은 이야기를 여름, 가을, 겨울, 봄 이렇게 계절과 사건들로 엮어서 그녀가 자신에 대해 점점 이해하고 알아가는 이야기를 그렸다. 처음에는 왜 계절로 표현했을까 했는데 다 읽고 나니 이야기와 컨셉이 너무 잘 맞아떨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나오키상수상을 한 책인 걸까..

이야기는 시바타와의 사건으로 시작하지만 그 안에 과거의 내가 있었고 그리고 하나씩 풀어가며 겪는 그녀의 이야기다.

재단을 하면서 그녀는 다 잘라낼 수 있을까?하는 궁금증이 들기도 한다.

"나는 시바타 씨와 그런 관계가 아니라고요."

(...)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어떤 관계였는지, 오히려 내가 묻고 싶었다.(p.11)

처음에 나온 사건의 시작. 대체 둘은 무슨 일이 있었길래 구역질이 날 정도일까.

주인공 치히로와 시바타와의 이야기 중 그가 그녀에게 강압적으로 행동하는 장면들이 종종 나온다. 왜 그녀는 꼼짝할 수 없음을 느끼고 좋아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을까 너무 궁금했다. 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었을까. 과거의 어떤 사건이 더 있었던 건 아닐까..

카마쿠라에 살던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집을 정리하며 엄마는 그녀에게 할아버지의 책들의 재단을 부탁한다. 마침 시간이 있던 그녀는 그곳에서 여름을 보내며 재단을 시작한다. 작가였던 그녀가 책을 재단한다는 것은 내장이 울리고 조금은 자혜 같다고 생각을 할 정도로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그걸 시작하면서 그곳에서 그녀에게 많은 일이 일어난다.

책에 관한 인간 특유의 기묘한 사명감을 떠올린다. 하지만 세계는 변하지 않는다. 자기 옆에 있는 사람조차 변하지 않는다. 안이한 구원 따위는 우습게 여겼다. 그러나 트라우마를 지닌 주인공이 강아지를 키우는 영화를 보면서 눈물을 흘리는 게 왜 허접한 일인지, 지금은 모르겠다. 치유와 구원이라는 단어를 가벼이 여기는 인간이 인간이 스스로 뭘 얼마나 고쳐왔다는 말인가. 고상해질수록 읽는 이를 선별한다. 부모의 생활 수준이 높을수록 자식의 학력도 높다. 그러나 어려운 말은 하나도 가르쳐주지 않는 부모에게 얻어맞고, 강간당하고,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밤거리를 어슬렁대는 아이들을 구원하는 것은.(p.95)

작가 치히로. 그녀는 책을 써서 아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다 표현하지 못하는 거 같다. 왜??그녀는 그녀 자신과 그녀의 상처조차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 회색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이니까. 분명 선을 긋고 고정되지 않으면 불안하겠지."(p.217)


"관계를 정의하면, 그러면 사람이 떠나가지 않나요?"(p.226)

나오키상수상 장편소설 <여름의 재단> 그녀에게 남자들이 흐르듯 지나간다. 그들과의 관계를 정확하게 점점 시간이 흐르고 가을 여우비라는 표현과 함께 그가 온다. 세이노씨.

그와의 대화에서 '관계' '믿음'에 관한 이야기를 한 후 그는 더 이야기하지 못하고 그녀의 집을 나선다. 그리고 치히로는 펑펑 운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행복해지고 싶다고 생각하면서..

그녀는 13살 때 엄마의 가게에 온 남자에게서 몹쓸 짓을 당하고 입막음을 강요하는 위협을 받는다. 엄마에게 이야기했지만 마땅한 위로를 받지 못한다. 그렇게 그녀는 혼자 그 안에서 자란 듯싶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도저히 알지 못한다. 자신을 잃는다. 그렇게 그냥 흐른다.

그러다 침묵의 겨울을 지나 봄에 결론을 내린다. 자신의 어린 시절 상처인 그 사람을 찾아가 나에게 나쁜 행동을 했다고 이야기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타인과의 관계에서 언제든 자신의 잘못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온 그녀에게 아주 큰 변화의 시작이었다. 이제 그녀가 스스로 일어설 때다.


그녀는 도쿄로 돌아온다. 다시 출판사를 만나서 일도 시작한다.

세이노를 만난 후 조금씩 변화함을 느끼던 그녀, 그와 다시 한번 만나서 그 둘은 이야기를 하게 된다.

"나는 아무 구분이 없습니다. 혼자서 힘낼 때도 있고 누군가를 처절하게 원할 때도 있고, 어느 쪽이나 순수한 치히로 씨의 모습이라고 생각해요. 어느 쪽도 뛰어나거나 열등하지 않습니다. 한 그릇 안에 평등하게 떠 있으니까요."(p.248)

이 사람이 여기 있다. 내게 아무것도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그리고 나는 어디든 갈 수 있다. 자유롭게.(p.249)

그의 이야기가 그녀의 마음속에 꽁꽁 묶여 있던 응어리를 풀어주었을까? 치히로를 이렇게 대해주는 과거의 남자는 없었던 거 같다. 억압하거나 너무 조심하거나.. 그녀의 존재만으로 아무 편견 없이 대하는 사람. 그녀도 웃었으면 좋겠다.

나오키상수상을 했다고 하는 장편소설 <여름의 재단> 세상에 대한 생각이 좀 비슷했던 걸까. 왜 이렇게 뭉클한지 모르겠다.

자신을 너무 억압하고 살아온 그녀의 이야기를 읽고 길을 찾고 있는 많은 이들이 위로받고 진정한 나를 찾아가길 희망한다.


여름의 재단

시마모토 리오 저/김난주 역
해냄 | 2020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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