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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거짓말

[도서] 오늘의 거짓말

정이현 저

내용 평점 3점

구성 평점 3점

[서평] 오늘의 거짓말- 정이현

 

시니컬한 여자 주인공과 심심하면 여성성을 강조하기 위해 등장하는 브래지어와 팬티와 생리혈. 그리고 결혼제도에 대한 끝없는 부정적 의문. 독서 경험이 일천한 까닭인지는 몰라도, 이는 내가 지금껏 읽어 본 한국의 여성주의 문학으로부터 받은 단편적인 인상이다. 한마디로 부정적인 인상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이현의 소설집 오늘의 거짓말은 위에 언급한 것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았다. 하지만 내가 이 소설집을 읽으면서 주목한 것은 그런 부분이 아니라 소설집을 관통하는 두 가지의 테마, 거짓말시대였다.

 

10개의 단편소설로 구성되어 있는 이 소설집에는 각각의 소설 마다 등장인물들이 품고 있는 거짓말들이 있다. 당사자의 시각으로 보면 대부분 불가피한 거짓말들이다. 소설 속의 등장인물들은 아들의 원조교제를 숨기기 위해, 돈을 벌기 위해, 독재에 맞서 시위하기 위해, 남자친구를 지키기 위해, 거짓말을 한다. 물론 이런 적극적인 거짓말뿐이 아니라 불륜이나 비밀과외같은 다소 수동적인 거짓말도 있다. 이렇게 외부인의 시각으로 보면 새빨간 거짓말들이지만 당사자의 시각으로는 하얀 거짓말이라고 우기고 싶은 소설 속의 거짓말들은 뻔히 보이는 파국을 봉합하기 위한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거짓말을 택하는 현대인들의 습성을 낱낱이 드러낸다.

 

그러나 이러한 거짓말들은 결코 현대가 되어 느닷없이 튀어나온 것은 아니다. 소설집의 배경이 70년대부터 2000년대라는 시대를 넘나드는 데에서 볼 수 있듯이, 거짓말은 축적되어 온 것이고 또 배운 것이다. 부실시공의 대명사로 알려진 삼풍백화점이 단편의 제목으로 쓰이거나, “박모씨를 닮은 노인의 등장이나, 혹은 미제 아줌마인 정아의 어머니 등이 모두 이미 존재하던거짓말들의 상징이다. 그것들은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물론 그것들을 핑계로 현대에 거짓말을 되풀이하는 것도 결코 옳은 행동이 되지는 못한다.

 

작고 불완전한 은색 열쇠를 책상 서랍 맨 아래 칸에 넣어둔 채, 십 년을 보냈다. 스카치테이프나 물파스 같은 것을 급히 찾을 때 무심코 나는 그 서랍을 열곤 했다. R에게서는 한 번도 연락이 오지 않았다. R과 나의 삐삐번호는 이미 지상에서 사라졌다. 사람들은 호출기에서 핸드폰으로, 아이러브스쿨에서 미니홈피로 자주 장난감을 바꾸었다. p.66

 

작가 정이현은 1972년생으로, 90년생인 나보다 한두 세대 위 사람이다. 내가 어렸을 때 신문기사에서 그렇게 떠들어대던 X세대다. 내가 유년기의 텔레비전 화면으로 어렴풋하게 기억하는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를 그녀는 사회 초년생으로서 겪었을 것이고, 나의 아버지가 들고 다니던 삐삐를 그녀도 들고 다녔을 것이다. (나도 사실상 그런 것을 기억하는 마지막 세대이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X세대 작가의 시대관이 반영된 소설을 읽는 것은 충분히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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