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블로그 전체검색
편의점 인간

[도서] 편의점 인간

무라타 사야카 저/김석희 역

내용 평점 3점

구성 평점 5점

소설은 편의점의 소리들에 대한 묘사로 시작된다. 마치 영화에서 각각의 서로 다른 소리들이 모여 장대한 오케스트라 같은 음악을 이루는 장면처럼 시각적인 도입부다. 그런 하나하나의 소리에 맞춰 편의점 점원다운 자동반사와도 같은 판단과 행동을 보이며 분주히 움직이는 주인공. 작가의 섬세한 시각으로 포착해낸 편의점이라는 익숙한 장소의 색다른 얼굴과 상징성, 아무리 '근로'를 할지라도 어엿한 사회인으로 인정하지 않는 아르바이트에 대한 인식 등을 참 매력적으로 풀어낼 수 있겠다고 믿음을 주기에 충분한 필력이다.

그런데 이 친숙할 정도로 일상적이면서도 사회성을 띤 배경이 무색하게, 주인공은 비현실적인 걸 넘어 너무 극단적이다. 한마디로 사이코패스인데, 어린 시절 주위 반응에서 학습한 이후 공격성을 분출하지는 않으나 감정은 전무하며 당연히 공감능력도 없다. 동생이 우는 아기를 달래는 모습을 보며 눈앞의 칼을 사용하면 간단할 텐데 고생하는구나 생각하고, 표정이나 말투 및 옷차림은 주위 사람들을 참고해 지어내며, 연애나 취직을 하지 않는 자신에 대한 주변인들의 우려를 잠재울 수 있겠다며 말도 안 되는 선택을 한다. 보는 사람에게나 말도 안 될 뿐 그녀 자신에겐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이긴 하지만.

소설의 결말(딱히 스포랄 것 없이, 타의에 의해 잠시 떠났던 편의점에서만 존재할 수 있는 자신을 깨닫고 다시 돌아가기로 하는)을 읽고 어떤 의미에선 작가의 뚝심이랄까 자신감이 느껴져 좋았다. 자기 글에 조금이라도 불안한 마음이 있었다면, 편의점에서 강제로 분리된 주인공이 폭력성을 발휘하는 충격적인 결말로 전개했을 법도 하고 또 그래도 딱히 무리수라고 느껴지지 않았을 것 같기에. 그와 달리 작가가 택한 문학적 마무리가 과연 저 극단적인 캐릭터의 주인공에게 어울리는 걸까 하는 의문이 든다. 차라리 평범하게 감정을 느낄 줄 아는, 그저 남들과 조금 다르고 사회의 소위 기준이라는 것에 살짝 모자라거나 다른 인식을 가졌을 뿐인 주인공이었다면, 결국 그녀가 '편의점 인간'으로서만 존재할 수 있는 자신을 받아들인다는 결말이 더 깊은 울림을 주지 않았을지. 반면 이 책에선 합리적인 행동이기만 하다면 길 가다 차분히 벽돌 하나 집어 들고 사람 뒤통수 갈기고도 아무렇지 않을 주인공이라선지 마무리가 다소 맥빠지게도 느껴진다. 

점장도, 점원도, 나무젓가락도, 숟가락도, 제복도, 동전도, 바코드가 찍힌 우유와 달걀도, 그것을 넣는 비닐봉지도, 가게를 오픈했을 당시의 것은 이제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줄곧 있긴 하지만 조금씩 교체되고 있다.

그것이 '변함없다'는 것인지도 모른다.

 
취소

댓글쓰기

저장
덧글 작성
0/1,000

댓글 수 0

댓글쓰기
첫 댓글을 작성해주세요.

PRID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