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어둠이 물러가기 시작한 자리에 안개가 차오르고 있었다. 바람이 멈춘 강으로부터 꾸물꾸물 일어난 안개는 온 거리를 삼킬 듯 밀려들었다.
청나라로 가기 전 긴 세월을 살았던 한양인데 이 안개만은 적응할 수가 없었다. 청나라라고 안개가 없는 것이 아니었다. 그곳은 안개가 흐르는 것이 아니라 하늘이 통째로 움직이는 것 같았다. 대륙은 바람도, 눈도, 안개도 달랐다.
한강의 안개는 어지럽고 사람을 쉬 지치게 했다. 안개 속에서 걸어다니는 반쯤 동강난 형상, 비슷비슷한 형상들이 종종 이신을 놀라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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