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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센터

[도서] 콜센터

김의경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김의경, [콜센터], 광화문글방, 2018.

제6회 수림문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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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업은 신으로부터의 소명이라는 인식으로, 나는 직업으로 사람을 가리거나 판단하지 않는다. 직업의 의미는 돈을 버는 경제활동인 동시에 자아의 실현이고 봉사의 기회라고 한다. 모두 다 대통령일 수 없고, 또 모두가 청소부일 수 없듯이... 사회가 굴러가는 울타리 안에는 어느 하나 소홀한 것 없는 다양한 직업이 필요하다. 그런데 자기 일을 부정하고 하루라도 빨리 그곳에서 벗어나기를 희망하는 청춘이 있다. 1588 번호로 시작해서 전국 어디서나 주문할 수 있다는 유명 피자의 콜센터 직원들은 인격을 파괴하는 감정 노동에 시달린다. 작가의 경험에서 비롯한 소설 [콜센터]는 우리 시대 젊음의 생존 투쟁, 꿈과 사랑을 향한 처절한 도전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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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주리

  우용희

  최시현

  박형조

  하동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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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대의 반영이라는 현실감과 함께 독특한 구성이 매우 돋보이는데, 콜센터에서 일하는 이십 대 다섯 명의 남녀는 하나씩 자기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들은 신체 어디에 장애가 있거나 남이 다 가는 대학을 가지 못한 것이 아니다. 굳이 다른 점이 있다면, 졸업 후에도 취업 준비를 집에서 지원해 줄 수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이다. 강주리는 취업을 준비하며 그나마 앉아서 일하기에 육체 피로가 적을 것이라는 이유로 콜센터에 들어왔다. 그러나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절대 만만치 않다. 우용희는 밥벌이를 위해 주중에는 콜센터에서 일하고 주말에는 도서관을 찾는다. 집안의 도움으로 일주일 내내 도서관에서 살았던 남친은 대기업에 들어가고 둘의 관계는 조금씩 서먹해져 간다. 최시현은 아나운서를 꿈꾸고 있다. 콜센터에서 가장 빛나는 목소리를 가졌지만, 900대 1의 경쟁률을 뚫기에는 점점 한계가 느껴진다. 박형조는 두 해를 콜센터에서 일하고 나서 모은 돈으로 한 해를 공무원 시험에 집중할 예정이다. 그에게 연애 감정은 사치이고 낭비이다. 하동민은 콜센터에서 일하다가 지금은 피자 배달을 한다. 밀려드는 주문과 함께 오토바이를 타고 도로를 누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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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콜센터 구성원은 80퍼센트가 대학생과 휴학생 그리고 졸업한 지 얼마 안 되는 취업준비생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나머지를 서른 살 이상의 미혼 여성과 아줌마, 그리고 여고생이 차지하고 있었다. 여고생의 경우 부모동의서가 있어야 한다는데 엄마 도장을 슬쩍해 찍어 온다는 것을 알면서도 눈감아주는 눈치였다. 지금처럼 크리스마스를 앞둔 때에는 여고생까지 아쉬워할 만큼 콜센터는 인력 이탈이 잦았다.(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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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광판은 시간 단위로 카운트가 되는데 전화를 많이 받는 순서로 이름이 떴다. 한 시간 동안 14통의 전화를 받자 2등이었던 주리의 이름이 1등 자리로 올라섰다. 주리는 후름라이드를 타고 높은 곳에서 거침없이 빠르게 내려온 것처럼 짜릿했다. 1등이라니. 무언가에서 1등을 해보기는 정말 오랜만이었다. 하지만 금세 침울해졌다. 서류 통과도 못하고 있는 취준생 처지라 고작 이런 것에 기뻐하는 걸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어서였다.(p.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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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콜센터는 나름의 체계를 가지고 직원을 압박 관리한다는 것, 콜센터에 근무하는 대부분은 대학생과 휴학생 그리고 취업준비생으로 이루어졌다는 것, 연말에는 인력 이탈이 잦다는 것, 직원들은 쉬는 시간이면 옥상에 올라가 담배를 피운다는 것, 콜센터는 빨리 그만두고 싶으나 섣불리 그만둘 수 없는 직업이라는 것... 내가 소설을 읽는 이유 중의 하나는 다른 인생을 살아볼 수 있어서이다. 나의 이십 대는? 그 연장선에 서 있는 현재의 삶은? 소설 안에서의 나는 어디에서도 탈출구를 찾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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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내심이겠지."

  용희 생각에 이곳에서 얻을 수 있는 건 그야말로 인내심 말고는 없었다.(p.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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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민이 사장에게 오만 정이 떨어져나간 것은 사실 한참 되었다. 사장이 돈밖에 모르는 인간이라는 사실이야 진즉에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심지어 헬멧은 운전하는 데 방해가 되니 눈비 오는 날에만 쓰라고 하는 인간이었다. 그래도 뭔가 배울 게 있다고 생각해서 지금껏 붙어 있었다. 사장의 피자는 전국 최고, 아니 세계 최고의 맛이었다. 언젠가는 베스트피자를 넘어서는 피자 체인점을 만들겠다는 포부가 우습지 않을 정도로 피자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 만들었다. 같은 체인점 피자인데도 사장이 만든 피자는 어딘가 달랐다. 동민은 그것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서 지금까지 버텼지만 그 무언가는 결국 아르바이트생들의 땀과 눈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p.96-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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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시 희망이라는 게 있었던 것일까? 아니 막연한 기대였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결국 청춘을 담보로 다른 누군가의 배를 불리고 있었다. 등장하는 다섯 인물은 자기의 일을 하고 싶어 한다. 인내심 하나로 귓가에 파고드는 감정의 배설물을 홀로 처리하는 게 아니라, 그러면서도 제대로 된 대우조차 받지 못하는 삶에서 벗어나 존중받기를 원한다. 가정에서 사회에서 주변 사람들로부터! 다가오는 크리스마스는 전쟁 같은 폭풍 주문을 예견하는데, 이들은 짜릿한 일탈을 계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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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전히 주리의 몸속에서 두 개의 마음이 충돌했다. 여기만큼 몸이 편안한 일자리도 없다는 마음과 지금 당장 그만둬버리고 싶다는 마음이. 하지만 주리가 선택한 것은 형조와 함께 바다를 보고 싶다는 마음이었다.(p.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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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리는 한숨을 길게 내쉰 후 말했다.

  "그냥 좀 멈추고 싶었어. 건전지처럼 기 빨리는 순간을. 콜센터에서 일하는 동안 내내 그랬거든. 이게 대체 뭔가. 돈을 받는다는 것 말고 여기서 얻을 수 있는 게 뭔가. 그저 돈을 벌려고 시간을 버리고 있다. 낭비하고 있다. 그러니까 내 청춘을 이곳에서 낭비하고 있다......"(p.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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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런 의미를 못 찾겠어. 콜센터에서 일하다 보면 나라는 존재가 깎여 나가는 것 같아. 그리고 다시는 깎여 나간 것들을 보충할 수 없을 것 같아. 아무리 애써도 의미를 부여할 수가 없어. 그래서 여기까지 따라온 거야. 어떻게든 막아보고 싶었어. 더 이상 깎여 나가지 못하게."(p.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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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몸도 마음도 멍투성이, 목소리 폭력으로 상처받은 영혼... 무엇보다 다른 대안은 보이지 않는다. 콜센터에서 일하는 청춘의 신음이 귓가를 울린다. 우리는 왜 콜센터에서 일하는 사람을 무시하게 된 것일까? 개인적으로 두세 가지가 떠오르는데... 하나는, 부동산 정보를 제공한다는 텔레마케터의 무차별적인 스팸 전화가 콜센터의 이미지를 깎아내렸다. 다른 하나는, 무한 서비스 경쟁으로 소비자의 목소리에 무조건 귀 기울여야 한다는 사업 방침 때문이다. 또 다른 하나는, 콜센터에 전화질하는 미친 변태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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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시대 청춘의 고뇌는 아련하고 애잔하다. 그들 모두 꿈을 이룰 수 있기를...

  앞으로 실생활에서 콜센터 직원의 사소한 실수는 그냥 넘어가는 것으로 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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