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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 고복희와 원더랜드

[도서] 춤추는 고복희와 원더랜드

문은강 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문은강, [춤추는 고복희와 원더랜드], 다산책방, 2019.

 

1. 진보가 패션이고, 페미니즘을 옹호해야 깨어있는 시민으로 여겨지는 세상이다. 나 역시 그런 시절이 있었는데, 내가 아는 여성주의는 그들(?)이 주장하는 것에 1%도 못 미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최근에서이다. 여성, 페미니즘이 돈 되는 시대라서 출판사에서도 이것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듯하다. 문은강 작가의 [춤추는 고복희와 원더랜드]는 아무런 정보 없이 읽은 국내소설이다. 일본소설 특유의 가벼움과 유쾌함 그리고 서정성을 좋아하는데, 비슷하다. 아니, 스웨덴소설 [오베라는 남자](다산책방, 2015.)하고 비교해야 할까... 어쨌든, 시작은 아주 좋다. 웹툰을 보는 것처럼 등장하는 인물의 성격과 사연을 하나씩 펼쳐내는 방식은 익숙하면서 흥미롭다.

 

2. 고복희는 50세 중년으로 지난 25년간 중학교 영어 교사였다. 지금은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여섯 개의 객실을 가진 호텔(민박에 가까운) 원더랜드의 주인이다. 괴팍한 성격... 그녀는 철저한 원칙주의자이다. 성격이 반영되어서인지 호텔에는 손님이 없다. 직원 린의 제안으로 한 달 동안 호텔에 머무르는 상품을 판매하기 시작한다.

 

  고복희는 이해할 수 없다.(p.7)

 

  지금 고복희는 남쪽 나라에 있다. 태평양과 인도양이 만나는 적도 부근의 이 나라는 연중무휴 후끈후끈한 열대기후를 자랑한다. 인생이란 도무지 예측할 수 없는 것이라 그녀 자신도 이런 곳에서 살게 되리라 예상하지 못했다.(p.13)

 

  "타깃을 확실히 해야 해요. 한국인으로요."

  린이 이렇게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가 있다. 원더랜드는 한국인이 쓰기 적합하게 만들어졌다. 서양인들은 한국인에게 당연한 것, 예를 들면 객실에 들어갈 때 신발을 벗고 맨발로 객실 바닥을 밟아야 하는, 사소한 것들에 불편을 느꼈다. 소통의 문제도 있었다. 이십오 년간 중학교 영어 선생으로 근무했던 고복희는 너무도 정확한 한국식 영어를 구사한다. 특유의 딱딱한 말투까지 더해진 영어 발음은 외국인 손님에게 오해를 사기 딱 좋았다.(p.20-21)

 

3. 박지우는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 부모를 잘 만나 카페를 차리고, 외국으로 여행하며 SNS에 사진을 올리는 친구를 보며 충동적으로 원더랜드의 결재 버튼을 눌렀다. 처음으로 해보는 외국 여행이다.

 

  은근한 마음으론 이렇게 그냥저냥 살고 싶다. 소비 활동이 없으니까 생산 활동에 필요를 느끼지 못하겠다. 제로의 상태로 살면 되잖아. 하지만 부모님이 용납하지 않는다. 사소한 불만이라도 내뱉으면 "그래, 그럼 제발 독립해서 네 맘대로 하고 살어." 하고 핀잔을 준다. 친구들마저 한심하게 여기는 게 느껴진다. 대학 동기는 자격증이라도 따는 게 어떠냐고 채근한다. 같이 스터디 모임을 하는 언니는 취업의 열정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p.24)

 

4. 이야기는 고복희와 박지우 외에 프놈펜의 교민 모임 만복회를 중심으로 다양한 성격의 인물이 등장한다. 각각의 사연으로 우리의 1970~80년대에 머무는 사회에 정착한 이들은 나름의 고뇌와 갈등이 있다. 무엇보다 호텔 원더랜드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사람들... 그들은 늘 고복희를 무시하고, 호텔이 망하거나 다른 곳으로 이전하기를 원한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뭔가 이루고 싶으면 죽도록 하라고 하는데. 제가 봤을 때 죽도록 하는 사람들은 진짜 죽어요. 살기 위해 죽도록 하라니. 대체 그게 무슨 말이에요."

  시장 사람들은 왁자지껄 떠들고 있었다. 하지만 무슨 대화를 나누는지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다. 그들의 대화도 그럴 것이었다. 아무리 바보 같은 말을 해도 누군가 훔쳐 듣고 비웃을 수 없었다. 이방의 언어를 가졌다는 게 처음으로 편안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불행해지는 노동을 하면서 살고 싶지 않아요. 멋지게 살고 싶다고요."(p.93-94)

 

5. 주변 인물보다 줄거리와 사건에 더 집중하면 어땠을까? 각자의 입장에서 내는 소리를 진솔하게 담았더라면... 공권력이 무력한 사회에서 주먹을 휘두르며 행패 부리는 남자와 당하는 여자의 대결보다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오해와 화해로 전개했더라면... 고복희와 박지우의 케미가 더 빛났더라면... 그리고 박지우의 성장이 드라마처럼 구성되었더라면... 현재 우리와 동떨어진 장소에서 남자와 여자의 다툼은 비현실적이다. 단지, 고복희의 개성 있는 성격만 돋보인다.

 

  고복희는 이영식을 이해한다. 그는 그의 방식이 옳다고 생각할 뿐이다. 낯선 나라에서 이방인으로 산다는 건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혼자는 약하다. 힘을 합치면 강해진다. 교민들은 대열을 정비하고 발맞춰 걸어야 했다. 한마음으로 나아가야 했다. 그 속에서 고복희는 리듬을 깨는, 이기적인 이탈자였다. 고복희에게 중요한 건 따로 있었다. 원더랜드가 먼지투성이인 공간이 돼선 안 된다. 린의 월급이 밀려서 안 된다. 스스로 부끄럽지 않은 하루의 삶을 살아내야 한다. 사람들은 고복희를 두고 이기적이라고 비난했다. 그럴지도 모른다. 세계의 질서가 그런 것이라면, 언제나 그랬듯 혼자 남게 될 것이다. 그것은 고복희의 선택이었고 기꺼이 감당해야 할 자신의 몫이었다.(p.229)

 

6. 고복희는 춤을 추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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