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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외 서커스

[도서] 인외 서커스

고바야시 야스미 저/민경욱 역

내용 평점 3점

구성 평점 4점

고바야시 야스미, 민경욱 역, [인외 서커스], 하빌리스, 2020.

Kobayashi Yasumi, [JINGAI CIRCUS], 2018.

 

  보라색이 잘 어울리는 전설의(?) 블로그 이웃님의 나눔으로 읽은 책이다. 한동안 책을 읽지 않아 작가의 이름이 생소했는데... 고바야시 야스미는 [앨리스 죽이기](검은숲, 2015.), [클라라 죽이기](검은숲, 2017.), [도로시 죽이기](검은숲, 2018.) 등으로 나름 유명한 작가이다. 소설 [인외 서커스]는 서커스단으로 위장한 사냥꾼과 인간의 피를 빨아먹는 흡혈귀의 대결을 그린 호러 판타지이다. 정확한 시대는 알 수 없으나, 사냥꾼은 갑옷을 입고 현대적인 무기 체계를 갖춘 흡혈귀 사냥 컨소시엄이다. 시작부터 화끈한 전투가 벌어진다.

 

  "너희들 속도를 따라잡긴 힘들지. 하지만 그 육체는 어디까지나 인간이 바탕이야. 강력한 전류가 흐르면 근육이 마비되지." 남자는 좌석 밑에서 산탄총을 꺼냈다. "처음부터 가지고 있으면 알아차릴 수도 있어서 말이야. 미안하지만 이걸로 머리를 날려줄게."(p.16)

 

  흡혈귀의 힘은 보통 인간의 20배에서 50배에 달한다고 했다.(p.16)

 

  흡혈귀에게 상처를 입혀 움직임을 막는 일은 불가능하다. 녀석들을 이기는 방법은 죽이는 것밖에 없다. 녀석들은 인간이 아니다. 손발을 절단하든 내장을 갈기갈기 찢든 그렇다고 절명하는 건 아니다. 녀석들은 경이로울 정도의 엄청난 회복 능력을 지니고 있어서, 몇 초에서 수십 초 만에 아무리 중상이더라도 치유되고 말았다. 하지만 거기에도 한계는 있다. 흡혈귀가 지닌 초능력의 원천은 혈액이다. 그래서 녀석들은 항상 대량의 혈액을 필요로 했다. 엄청난 회복 능력의 원천 역시 혈액이다. 즉 심장을 파괴하면 혈액 공급이 중단되어 그대로 죽고 만다. 또 머리를 분쇄하거나 절단해도 움직이지 못하게 되어 그대로 죽는다. 어디까지나 녀석들의 토대는 인간이므로 온몸의 뇌가 분산해 잇는 건 아니다.(p.20)

 

  어떻게 세상에 존재하게 되었는지 알 수 없지만, 흡혈귀는 인간이 바탕이다. 그들은 고통을 느끼고, 인간으로 모습을 감추고 있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야수로 돌변한다. 빠른 회복과 신체 재생 능력, 초월적인 감각을 지니고 있다. 심장에서 머리로 이어지는 혈액의 공급, 이것이 흡혈귀의 생명력이다. 흡혈만 할 수 있다면 그 생명은 영원하다.

 

  란도 고타로는 랜디라고 불리는데, 전설의 흡혈귀 사냥꾼 랜돌프가 있었다서커스단의 사냥꾼은 폭발 반응 갑옷, 산탄총, 기관총, 화염방사기, 유탄발사기, 열압력 폭탄, 전기톱... 등으로 무장하고 있다. 그들은 레이더와 첨단 기술로 흡혈귀를 감시한다. 흡혈귀는 집단으로, 또는 단독으로 행동하는데... 우두머리가 무리를 이끌어 서커스단을 습격한다.

 

  흡혈귀는 인간보다 훨씬 수명이 길다. 요즘 인간의 수명은 길어야 백 년 전후에 불과하다. 그러나 흡혈귀는 살해당하지 않는 한 일단 죽을 일은 없다. 실수만 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몇 세기는 살 수 있다. 즉 인간은 살해당한다고 해도 앞으로 수십 년 혹은 백 년 정도의 시간을 잃는 데 불과하나 흡혈귀는 수백 년, 수천 년의 시간을 잃는 것이다. 인간의 생명보다 흡혈귀의 생명이 훨씬 귀중하다. 흡혈귀는 자신의 생명을 최대한 소중히 여겨야 한다.(p.77-78)

 

  "물론 실패를 너무 두려워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지. 하지만 실패를 두려워하는 일과 실패할 때의 대책을 만들어두는 일은 별개 문제야. 화재보험은 만일의 경우, 화재가 일어났을 때를 대비해 들지. 하지만 불조심을 게을리 하진 않아. 반대로 불조심하고 있다고 화재보험에 들지 않는 살마도 어리석어. 아무리 주의해도 화재는 일어나려면 일어나지. 그 남자는 자신을 과신했어. 자신은 실패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지. 그건 교만에 불과해. 인간은 모든 걸 예상할 수 없어. 그러므로 모든 최악의 사태를 상정하고 그에 대비할 필요가 있지. 그래도 실패해. 하지만 현명한 자는 실패의 위험 부담을 최소한으로 할 수 있지."(p.166)

 

  "이제 실패하지 않는 완벽한 무대는 안 만들어?"

  "물론 완벽한 무대를 목표로 하지. 하지만 실패했을 때도 생각해야지."(p.217)

 

  인크레더블 서커스단은 단장이 도망가 버렸다. 그래서 단원 중 나이가 제일 많은 피에로가 단장을 하고 있다. 자금 사정이 넉넉지 않아 임금이 체불되자 대부분의 단원은 태업을 하고, 서커스단을 떠났다. 이제 남은 단원은 고작 열 명 남짓이다. 공중그네, 오토바이 묘기, 아크로바트, 동물 조련 그리고 실패한 마술사는 천막을 세우고 공연을 준비한다. 이들은 서커스단으로 위장한 흡혈귀 사냥 컨소시엄이 아니라 실제 서커스단이다. 문제는 흡혈귀 무리가 이들을 사냥꾼으로 오해하고 쳐들어온다는 것. 난생처음 보는 흡혈귀 무리와 서커스 단원의 대결은 아주 흥미진진하다.

 

  가슴에 박힌 화살은 심장을 관통한 것 같았다. 아마도 심장의 움직임에 방해가 되었으리라. 어쩌면 파열되었을지도 모른다. 심장이 멈추면 혈액 순환도 중단되어 온몸의 산소 공급이 불가능해진다. 이 괴물의 심장이 인간과 같은 기능을 하고 있다면, 이 녀석들을 죽이려면 심장을 파괴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는 소리다.(p.263)

 

  흡혈귀의 처치 방법은 심장과 머리이다. 심장을 파괴하여 혈액의 순환과 공급을 막을 수 있고, 머리를 절단하여 뇌의 지시를 차단할 수 있다. 서커스단의 단원이 아무리 단련되었다고는 하지만 인간의 힘을 초월한 야수와의 싸움은 처음부터 상대가 되지 않는다인간의 모습을 한 괴물의 속임수에 빠진 서커스단의 고군분투 활약... 이야기 중심으로 구성된 소설은 잔혹하고 처절하다. 현재와 과거, 장면과 장면을 오가는 구성은 단순한 이야기를 입체적으로 보이게 한다.

 

  가끔은 이런 오락성 위주의 독서가 생활의 활력을 주기도 한다처음부터 끝까지 휘리릭~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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