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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가, 나의 악마

[도서] 나의 아가, 나의 악마

조예 스테이지 저/이수영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조예 스테이지, 이수영 역, [나의 아가, 나의 악마], RHK, 2021.

Zoje Stage, [BABY TEETH], 2018.

 

  미스터리는 좋아하지만, 공포와 호러는 좋아하지 않는다. 어린아이가 연관되어 있다면 더더욱 그렇다. 조예 스테이지의 소설 [나의 아가, 나의 악마]는 어느 정도 예상하고 읽었는데, 감정의 소모가 지나쳐서 견디기 어려웠다. 기분 나쁜, 소름 돋는 경험이다. 우리 속담에 "미운 일곱 살"이라는 말이 있다. 일곱 살을 전후로 제일 말썽을 많이 일으키는 때를 뜻한다고 하는데, 여기에 등장하는 일곱 살 소녀는 영악함을 넘어서 사악함을 드러낸다. 눈에 띄는 것은, 모든 갈등을 심리적으로 서술한다.

 

  작가는 영화와 관련된 일을 하고, 가정 내에서 공포에 압도당한 여자에 관한 시나리오를 썼다고 한다. 이 책은 그 연장선이라고 해야 하나... 영화를 보는 것처럼 생생하다. 미국 문화에서 가정, 가족애는 중요한 화두이다. 아빠에게는 천사이고, 엄마 앞에서는 악마인 딸은 가족을 서서히 파괴한다. 부모는 사랑하는 딸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쉽지 않은 문제이다. 언제부터?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결국 부모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시작부터 결말이 궁금하다.

 

  그들은 체벌을 하지 않았다. 알렉스는 고함조차 지르지 않았다. 해나 앞에서 욕설을 할 때는 스웨덴어로만 했다. 하지만 아이는 이제 밀어붙이고 있었다. 수제트는 잠갔던 문을 확 잡아당겼다.

  "대체, 빌어먹을, ! 해나, 내 말을 왜 이렇게 안 듣는 거야?"

  소녀는 팔을 늘어뜨리고 서서 자신의 엄마를 찬찬히 보았다. 그러더니 눈이 뒤집어지며 흰자만 남았다. 눈동자가 있던 곳에 죽음과도 같은 허무만이 남았다.

  "왜냐하면 나는 해나가 아니니까." 소녀가 속삭였다.(p.58-59)

 

  해나는 말을 하지 않는다. 언어 치료사와 청각 전문가를 만나 검사했을 때, 아무런 이상은 없었다. 지능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아니 오히려 또래 다른 아이보다 똑똑하다. 해나는 늘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있는데, 아빠 알렉스는 유일하게 자기를 이해하는 사람이다. 엄마는 아빠와의 사이를 갈라놓는 마녀이고, 아빠는 마녀의 주문에 걸려 있다. 그래서 엄마를 죽이고, 아빠를 구해 둘이서만 행복하게 살고 싶다.

 

  수제트는 어린 시절에 아빠가 죽고, 우울증에 걸린 엄마로부터 방치되었다. 건강이 좋지 않았는데, 크론병으로 수술을 하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다. 남편 알렉스를 만나 가정을 이루고 드디어 제대로 된 삶이 되었다. 그래서 그녀는 가족을 소중히 여기고, 누구보다 좋은 엄마가 되기를 원한다.

 

  욕실에 들어가 문을 잠그고 있었지만 벌거벗고 있으니 무방비 상태가 된 기분이었다. 샤워하고 있을 때 해나가 커다란 가위를 휘두르며 들어와 찔러 죽일 것 같은 생각을 멈출 수가 없었다. 끔찍하도록 신파적인 근심이었다. 더구나 마리앤 뒤포세는 지나간 역사 속의 아주 사소한 인물에 지나지 않는데 말이다. 위키피디아에 의하면 1679년 열여덟 살 때 프랑스에서 마녀로 화형 당한 마지막 여성이었다. 10대 소녀가 조금이라도 마녀 비슷한 일을 했는가 하는 점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해나가 이 여성을 알뿐 아니라 웬일인지 존경하게 되었다는 게, 아이의 정신을 일깨웠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문제였다.(p.98)

 

  해나는 엄마의 보석을 숨기고, 베이비시터를 괴롭히고, 마트에서 다른 아이를 때리고, 학교에 가기를 거부하며 으르렁거린다. 심지어 프랑스에서 마녀사냥으로 화형 당한 마리앤 뒤포세를 흉내 내어 괴기스러운 말을 하고... 점점 수제트를 위협한다. 답답한 것은 알렉스의 태도인데, 그의 눈에 딸은 그저 착하고 사랑스러운 아이일 뿐이다. 문제가 있을 때마다 "정말 똑똑한 아이야"라고 말한다. 역대급 고구마이다.

 

  "빌어먹을. 왜 나는 정상적인 딸을 가질 수 없는 거야?"(p.227)

 

  첫 주가 가장 힘들었다. 마시즈에서 작별을 고한 후 발작적으로 터져 나오는 킥킥거림을 그럭저럭 혼자 있을 때만 할 수 있게 됐다. 안도감과 믿기지 않음, 수치심이 때로 터져 나왔다. '정말 이런 일이 내게?'라는 행복하고도 슬픈 감정이 북받쳤다. 둘째 주가 되지 부모로서의 번민이 많이 누그러졌다. 그래서 시간이 초현실적으로, 해나의 부재로 인한 간헐적 비탄의 기진맥진한 박자가 아닌, 정상적인 속도대로 흘러갔다.(p.407)

 

  동양적 사고에서는 효()를 강조하며 부모가 우선인 경우가 많다. 얼마 전에 읽은 야쿠마루 가쿠의 [돌이킬 수 없는 약속](북플라자, 2017.)에서는, 태어날 때부터 얼굴을 크게 뒤덮은 멍 때문에 버림받고 보육원에서 자라난 주인공이 등장한다. 그러나 여기에서는 좋은 부모, 사랑하는 가족, 특별한 아이를 강조하며 회복과 치료를 갈망한다. 하지만 이것이 올무가 되어 숨통을 조여온다. 자녀를 포기할 수 없는 현실적인 부모의 심리를 아주 잘 묘사하고, 사이코패스의 성장 과정을 지켜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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