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블로그 전체검색
마왕

[도서] 마왕

이사카 코타로 저/김소영 역

내용 평점 3점

구성 평점 3점

이사카 고타로, 김소영 역, [마왕], 웅진지식하우스, 2006.

Isaka Kotaro, [MAOU], 2005.

 

  이사카 월드 3부작 [사신 치바](웅진지식하우스, 2006.)[골든 슬럼버](웅진지식하우스, 2008.)에 이어서 [마왕]을 읽었다. 번역 출간한 곳에서 판매를 목적으로 정한 시리즈겠지만,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작가는 이전의 소설하고는 다르게 독자가 원하는 통쾌한 반전을 버리고, 작가로서 좋아하는 것을 썼다고 한다. 그런데 기대가 너무 컸던 것일까? 무엇을 말하고 싶었는지는 알겠으나 갈등의 구조가 약하고, 오픈된 결말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어느 날 갑자기 초능력을 소유하게 된 두 형제라는 흥미로운 캐릭터의 설정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활약은 없다. 싱거운 맛! , 자극이 필요하다!

 

  내가 노인의 몸속으로 파고드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지금 내가 있는 곳은 지하철의 좌석이 아니라 앞에 있는 저 손잡이 옆이라고 암시하면서 노인의 육체를, 모피라도 뒤집어쓰는 듯한 감각으로 나의 몸과 포갠다. 뺨이 가늘게 떨린다. 솜털이 흔들리는 듯한 바람을 느끼고, 전기가 통하기라도 한 것처럼 살갗이 부르르 떨렸다.(p.22)

 

  어린 시절에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은 형제는 서로를 의지하며 한 집에서 살고 있다. 형 안도는 30보 이내의 거리에서 남의 말을 조종할 수 있다. 동생 준야는 1/10 확률 내에서는 무조건 이긴다. 마왕-형 안도의 이야기와 호흡-동생 준야의 이야기는 다른 관점에서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을 제공한다. 이사카 고타로의 특징일까? 한 소설 내에 다양한 장르와 다른 이야기가 섞인 모습을 여기에서도 보이는데... 초능력을 지닌 형제라는 판타지, 일본의 파시즘과 우경화를 비판하는 사회파, 의문스러운 형의 죽음을 파헤치는 미스터리... 많은 것을 한 번에 이야기하고 있다.

 

  "사실 인간이란 금지된 것들을 부수면서 성장해 왔잖아. 금지된 것일수록 에로틱하게 느껴지는 법이지. 인간을 충동질하기에 가장 손쉽고 빠르고 강력한 건 성욕이고. 다시 말해서 인간이 진화해 올 수 있었던 최강의 무기는"하고 나는 말한다.

  "무기는?" 시오리가 몸을 앞으로 쭉 뺀다.

  "호기심이야"하고 나는 대답한다.(p.35)

 

  "우리에게......" 이누카이는 홀로 침착하게 손가락을 세웠다. "정치를 맡긴다면, 5년 안에 경기를 회복시키겠습니다. 5년 안에 노후생활까지 보장하죠."

  다른 의원들이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웃었지만 이누카이는 꿋꿋하기만 했다. 손바닥을 펼친다. "5년입니다. 만약 실패한다면, 내 목을 날려도 좋습니다."(p.46)

 

  우리와 마찬가지로(아니, 이것 또한 일제의 잔재라는 생각) 일본에서는 정치를 향한 불신과 혐오가 팽배하다. 구태의연한 정책으로 자기 잇속만 챙기는 집단... 그런데 야당인 미래당에서 이누카이라는 의원이 나와 파격적인 행보를 보인다. 모든 것을 뜯어고치겠다는 공약, 집권 5년 안에 경기를 회복하지 못하면 목을 날려도 좋다는 강경한 발언으로 대중의 지지를 얻는다. 여기에는 미국과 중국을 향한 외교 정책의 변화와 평화헌법의 개정을 포함하고 있어 논란이 된다. 안도는 그의 당선을 우려하여 선거 유세장으로 간다.

 

  파시즘이란 무엇인가, 하는 질문에 명확한 대답은 없다. 적어도 나는 잘 모른다. 20세기에 탄생한 독자적인, 반지성적이며 본능적인 정치체계라고 풀이해 봤자 결국 그것은 아무것도 뜻하지 않는 것이나 다름없다. 굳이 말하자면 파시즘이란 바로 '통일되어 있는 것'이라는 의미이다. 애당초 파시즘의 프랑스어 어원인 'faisceau''몇 개의 총부리를 다발로 묶어서 세우는 일'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즉 갖다 붙이자면 이 '수박씨의 줄'이 나닐까?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생리적으로나 본능적으로나 저항감을 느끼게 하는 이 섬뜩함은 파시즘이 갖는 공포와 닮지 않았을까? 생각해. 생각해.(p.53)

 

  그것을, 하고 나는 입을 열 뻔했다. 그것을 실현하려고 하는 자가 바로 이누카이가 아닌가. 무솔리니와 꼭 닮은 경력을 가진 남자가 피 끓는 젊은이처럼 용맹과 힘을 떨치며 "5년 안에 안 되면 목을 날리라"는 말로 젊은이들을 선동하고 있다. 이 남자라면 '자유의 나라''인구 13억의 나라'한테도 단호한 태도로 맞서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게 한다.(p.100)

 

  한미일의 관계를 보면서 일본은 무조건 친미 성향이 강할 것으로 생각했다. 나의 착각! 여기에 등장하는 몇몇 인물은 일본이 미국에 종속되어 끌려가는 게 아니라 대등한 외교를 요구하고 있다. 중국과의 마찰에서도 군대가 없으니 무시당한다는 인식으로 일본은 바뀔 필요가 있다고 한다. 자유의 나라 미국과 13억 인구의 나라 중국에 좀 더 단호하게 맞설 수 있는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파시즘으로 이들의 목마름을 채워줄 선동가가 나타난 것이다.

 

  "사실은 조사를 하는데"하며 그는 모니터를 옮기고 있다.

  "조사?" 우리 회사에 그런 부서가 있었는지 없었는지 나는 생각이 나지 않았다.

  "답은 이미 정해져 있는데 굳이 조사를 해야 하는 것만큼 귀찮은 일도 없어"하고 그는 푸념하듯이 말했다. 그 옆얼굴은 예민하고 차가워 보였다. 나는 그를 관찰하고 있을 뿐이었는데도 으스스하니 하기가 돌고 좀처럼 그런 일이 없는데 닭살이 돋기에 흠칫 놀랐다.(p.145)

 

  더구나 며칠째 우중충한 날씨라 기분까지 우울했다. 기온도 습도도 높았고 끈적끈적한 날씨였다.

  재미있게도 잔업을 마치고 돌아가는 지하철에서 그 자재 관리부의 치바라는 남자와 이틀 연속으로 만났다.(p.152)

 

  사신 치바의 등장... 안도에게 자재 관리부의 치바가 접근한다. 사신은 곧 죽을 사람에게 다가가 일주일을 조사하고, 적합 여부를 보고한다. 소설 [사신 치바]하고의 연결점이다.

  안도의 이야기는 도쿄를 배경으로 하고준야의 이야기는 센다이를 배경으로 한다. 센다이는 소설 [골든 슬럼버]에서 폭탄 테러로 총리가 암살된 곳이다.

 

  슈베르트의 <마왕>에서는 마지막에 아이가 어떻게 됐지? 나는 이미 대답을 알고 있으면서도 캐묻는다. 스스로의 멱살을 잡아당기며 "어떻게 됐지?"하고 추궁한다.

  "죽었잖아"하고 나는 대답한다. 노래의 마지막, 아버지가 말을 몰아 집에 도착했을 때 품에 안겨 있던 아이는 이미 죽어 있었다. 아이일 수밖에 없는 나는 그 사실에 지독한 공포를 느꼈다. '양치기 소년'처럼 제 입으로 한 거짓말이 불러온 비극이라면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런 잘못도 없는 아이가 왜 죽어야만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마왕의 존재를 알아채고 아버지에게 호소했지만, 아이는 구원받지 못한 것이다.(p.167-168)

 

  [현행]

  9조 일본 국민은 정의와 질서를 기초로 하는 국제평화를 성실히 희구하고, 국권의 발동에 의거한 전쟁 및 무력에 의한 위협 또는 무력의 행사는 국제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으로서는 영구히 이를 포기한다.

  2. 전항의 목적을 성취하기 위하여 육해공군 및 그 이외의 어떠한 전력도 보유하지 않는다. 국가의 교전권 역시 인정하지 않는다.(p.244)

 

  "쓸데없는 일로 주민투표씩이나 하지 말라는 것?" 준야가 물었다.

  "반대파도 단단히 약속을 해두어야 된다는 것?" 나도 그녀를 빤히 본다.

  "잘난 놈들은 약아빠졌으니까 조심해야 된다는 것." 미쓰요 씨가 딱 잘라 말했다.(p.250)

 

  안도의 죽음 5년 후, 준야는 시오리와 결혼하고 센다이로 이사한다. 총리 이누카이의 집권 후 바뀐 세상, 평화헌법으로 불리는 헌법 제9조를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형의 죽음에 관한 의혹, 준야는 다음을 준비한다. 일본의 우경화 분위기에서 작가는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사람들이 날뛰고 소란 피우는 것까지는 막을 수 없겠지.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무섭기도 하고. 하지만 최소한 있지. 뒤집힌 치마 정도는 바로잡아줄 줄 아는, 뭐 그게 무리라면 치마를 바로잡아주고 싶다고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고 싶다고 생각해."

  ...

  "커다란 홍수는 막을 수 없다 해도, 그래도 그 속에서 소중한 것은 잊지 않을 것 같은 그런 두 사람으로 보였습니다요." 미쓰요 씨는 우스갯소린지 말꼬리에 높임말을 썼다.(p.287)

 

  바꿀 수 없는 대세의 흐름에서도 최소한의 이성, 양심, 소중한 것을 잊지 않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메시지...

 
취소

댓글쓰기

저장
덧글 작성
0/1,000

댓글 수 0

댓글쓰기
첫 댓글을 작성해주세요.

PRID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