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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부살인, 하고 있습니다

[도서] 청부살인, 하고 있습니다

이시모치 아사미 저/민경욱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이시모치 아사미, 민경욱 역, [청부살인, 하고 있습니다], 노블마인, 2018.

Ishimochi Asami, [KOROSHI-YA, YATTEMASU], 2017.

 

  책 읽기 좋은 계절이다. 하지만 개인적인 바쁨과 복잡함으로 심오한 메시지의 글보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일본소설을 찾았다. 소설 [청부살인, 하고 있습니다]는 블랙 유머, 심리 서스펜스, 휴머니즘이 담긴 일상의 미스터리로 작가만의 특별한 색채를 구현하고 있다. 7개의 연작 단편 모음인데... 가능한 경우의 수를 이야기로 펼쳐놓아 짜임새가 있고, 상상력을 자극하는 논리적 서술이 돋보인다. 그리고 등장하는 주요 인물의 성격은 명확하다.

 

  검은 물통의 여자

  종이기저귀를 사는 남자

  동반자

  우유부단한 의뢰인

  흡혈귀가 노리고 있다

  표적은 어느 쪽

  표적이 된 살인청부업자

 

  인물의 성격과 청부살인의 규칙이 매우 흥미롭다. 도미자와 마쓰루는 중소기업을 상대로 경영 컨설팅 연구소를 운영하지만, 부업(주업?)으로 청부살인을 한다. 의뢰가 들어오면 사흘 이내로 답을 하고, 계약이 성사되면 2주 안에 일을 처리해야 한다. 선수금으로 300만 엔, 완료하면 잔금으로 350만 엔을 받는다. 옵션-특별한 주문을 요청하면 수수료가 붙는다. 일에 실패하면 선수금 반환과 함께 거액의 위약금을 물어줘야 한다. 위법한 일이나 신용은 절대적이다.

 

  선수금과 잔금을 합쳐 650만 엔이라는 금액 설정에는 이유가 있다. 도쿄 증시 일부상장기업의 사원 평균 연봉이 대체로 그 정도이다. 일본을 대표하는 기업 사원이 1년간 열심히 벌어야 겨우 얻을 수 있는 돈을 지불하면서까지 상대를 망자로 만들고 싶은가. 의뢰인에게 그 각오를 묻는 것이다.

  어쩌면 의뢰인은 대부호라 650만 엔 정도는 아이 용돈 정도로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그것을 확인할 수 없다. 왜냐면 나는 의뢰인이 누군지 모르기 때문이다.(p.13)

 

  쓰카하라 슈운스케는 구청에서 일하는 지방공무원이다. 어린 시절부터 친구이고, 청부살인의 연락책이다. 이세도노 아쿠타가와는 잘나가는 치과 병원장이다. 도미자와하고 접점은 없고, 비밀 의뢰를 받는다. 일의 절차는 의뢰인의 보험증으로 신원을 확인하고, 살해 대상을 쓰카하라에게 전달한다. 이때 의뢰인의 정보와 살해 동기는 알려주지 않는다. 쓰카하라는 이것을 도미자와에게 전달하고... 그래서 의뢰인과 청부업자는 서로를 알지 못한다. 이들은 건당 50만 엔의 수수료를 받는다. 이와이 유키나는 만화가이고, 도미자와의 연인으로 가끔 청부살인의 조력자 역할을 한다.

 

  ". 사람은 왜 청부살인업자에게 살해를 의뢰할까?"

  ...

  "나는 의뢰인과 접촉하지 않아. 동기도 모르지. 그래도 여러 명을 죽이다 보면 그냥 알게 되는 게 있어. 인간은 원한이나 증오만으로는 청부살인업자를 고용하지 않아. 그런 동기라면 직접 손을 대지. 청부살인업자를 고용하기 위한 조건은 내 생각으로는 상대가 살아 있으면 명확하고 구체적인 불이익이 생기는 경우야... 원한이나 증오는 상대가 살아 있는 동안에는 결코 없어지지 않아. 어떻게 해서든 상대를 죽이려고 들겠지. 이 경우는 죽이는 것 자체가 목적이니까. 하지만 청부살인업자를 고용하는 이유는 달라. 명확하고 구체적인 불이익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면 죽일 필요가 없지."(p.132-133)

 

  청부살인은 철저한 비즈니스이다. 따라서 선과 악의 구별은 무의미하고, 살해 동기는 자칫 감정을 개입시켜 일을 그르칠 수 있으므로 비밀이다. 살해 동기와 이유, 도대체 누가? ? 이것은 독자의 호기심을 유발해서 이야기를 끌고 가는 힘으로 작용한다. 퇴근하고 매일 밤 놀이터 수돗가에서 검은 물통을 비우는 여자가 있다. 주말이면 마트에서 종이기저귀를 사는 독신남이 있다. 이들은 표적이 되어 쓰러지는데... 검은 물통의 정체와 종이기저귀를 사는 이유가 궁금하다.

 

  모자(母子) 사이라고 밝힌 중년 여자와 젊은 남자는 결혼 사기를 당했다고 하면서 일을 의뢰하지만, 정작 둘의 관계가 의심스럽다. 청부업자는 일하는 도중에 갑작스러운 중지 명령을 받고, 한 달이 지나서 재의뢰를 받는다. 목덜미에 바늘을 찔러 흡혈귀의 이빨 자국을 남겨 달라는 옵션 의뢰가 들어오고, 표적을 따라가 보니 한 집에 같은 이름으로 두 여자가 살고 있다. 하나하나 세세한 내막이 궁금하다. 그리고 의뢰인과 청부업자는 서로를 알지 못하기에 벌어진 뜻밖의 상황... 도미자와에게 도미자와를 죽이라는 의뢰가 들어온다. 살인 청부의 규칙 안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가능한 경우의 수를 펼쳐놓고, 논리적으로 하나하나 따지며 살해 동기와 이유를 유추하는 과정은 아주 기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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