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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여왕

[도서] 붉은 여왕

후안 고메스 후라도 저/김유경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후안 고메스 후라도, 김유경 역, [붉은 여왕], 시월이일, 2022.

Juan Gomez Jurado, [REINA ROJA], 2018.

 

  처음으로 읽은 스페인 소설이다. 제목이 주는 기대감이 있는데, 말 그대로 현대적이면서 여초적인(?) 스릴러이다. 예전의 범죄 소설이 남성적이고 폭력적이었다면, 최근에는 여성과 소수자를 앞세워 섬세한 묘사를 특징으로 한다. 여기에도 모든 것을 기억하는 여자와 덩치가 있는 게이 형사가 등장한다. [붉은 여왕](REINA ROJA)을 시작으로 [검은 늑대](LOBA NEGRA)[화이트 킹](REY BLANCO)로 이어지는 3부작 시리즈이다.

 

  안토니아 스콧은 하루에 3분만 자살을 생각할 수 있다. 다른 사람들에게 그 3분은 아주 짧은 시간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녀에겐 아니다. 사람들은 그녀의 머리가 엄청난 마력을 자랑한다고 말하지만, 그래도 스포츠카 엔진 정도는 아니다. , 처리 능력이 어마하다고 말하지만, 컴퓨터와 같지는 않다.(p.6)

 

  "하나 더 들어가기 전에 주의할 사항이 있습니다. 앞으로 당신이 보게 될 것, 이 조사, 나의 존재 또는 안토니아 스콧의 존재는 기밀입니다. 아마도 이상한 것들을 보고 들을 거고, 그 내용에 동의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당신은 착한 병사가 될 거죠?"

  "저는 고삐 잡히는 걸 별로 안 좋아합니다만."(p.55)

 

  안토니아 스콧은 모든 것을 기억한다. 한번 본 것을 토대로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는 재능이 있다. 데이비드 발다치의 소설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북로드, 2016.)에 나오는 에이머스 데커 형사가 떠오른다. 데커는 미식축구 유망주로 경기를 뛰다가 사고로 심정지 후 과잉기억증후군을 얻었다면, 스콧은 선천적인 천재성에 고도의 훈련과 약물 투여로 만들어진 능력이다. 공교롭게도 이들은 모두 가족하고 연관된 사건(사고)을 겪었고, 그날을 기억에서 지우지 못해 괴로워한다.

 

  존 구티에레스는 바스크(스페인 북부 도시, 어떤 지역색이 있는지 모르겠으나 이곳을 강조) 출신으로, 43세 경찰 경위이고, 어머니와 함께 살고 그리고 게이이다. 어떤 심리적 동질감 때문이었을까? 매춘부를 구하기 위해 사건을 조작했다가 발각되어 궁지에 몰린 상태이다. 이런 그에게 멘토르라고 불리는 남자가 접근해 거래를 제안한다.

 

  "이 모든 계획은 5년 전에 브뤼셀에서 나왔습니다. 피셔 연구소에서, 혹시 그곳을 아시나요?"

  "제 관심사가 아니라서요."

  "유럽 연합의 싱크 탱크입니다."

  "싱크 탱크는 압니다. 세상에서 가장 좋은 것이 무엇인지 잘 안다고 생각하는 부유한 대학생 멍청이들이죠."(p.76)

 

  "이 연구소에서는 공격이 있기 전에 여러 경찰에서 자료들을 입수해서 조사했었습니다. 지역 경찰, 카나리아 자치단체, 시민 경비대, 경찰. 그들은 모두 각자 퍼즐 조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무도 그것들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지 않았죠."

  ...

  "블랙 스완. 예측할 수 없는 사건들."(p.76-77)

 

  "아무튼 그 연구의 결론은 유럽에서 우리가 새로운 세계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국경도, 관세도 없어요. 그 악당들은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5백만 제곱킬로미터. 그리고 서로 경쟁하는 수백 개의 경찰 기관. 그때 '붉은 여왕(Red Queen)' 프로젝트가 등장했습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그 여왕 말인가요? 그 머리를 자르는?"

  "거기에서 나온 이름은 맞아요. 오래된 진화론입니다."

  ...

  "붉은 여왕은 앨리스에게 자신의 나라에서 가만히 있으려면 달려야 한다고 말합니다. 진화론에 따르면 포식자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적응이 필요한 거죠."(p.78)

 

  붉은 여왕 프로젝트는 유럽 전역에서 일어나는 테러와 예측할 수 없는 사건에 대응하기 위해 자료를 공유하고 분석하는 시스템이다. 극비리에 움직이고, 각 기관에서 입수한 정보의 퍼즐을 맞추고, 조직의 경쟁과 반목을 조율한다. 무엇보다 아무도 모르게 보이지 않게 빠르게 움직이는 범인을 추적한다. 스콧은 스페인의 붉은 여왕이다. 그런데 그녀의 상태가 좋지 않다. 존은 숙련된 경찰관으로 선택된(발목 잡힌) 조력자이다. 이야기는 늘 그렇듯이 둘의 케미를 보는 재미가 있다.

 

  "주께서 내 원수의 목전에서 내게 상을 차려 주시고 기름을 내 머리에 부으셨으니 내 잔이 넘치나이다"(시편 23:5, 개역개정성경)

 

  "갈대아 땅 그발 강 가에서 여호와의 말씀이 부시의 아들 제사장 나 에스겔에게 특별히 임하고 여호와의 권능이 내 위에 있으니라"(에스겔 1:3, 개역개정성경)

 

  라 핀카(LA FINCA, 스페인어로 '농장'이라는 뜻), 철통 보안의 상류층 최고급 주택단지에서 소년의 죽임이 발견된다. 유명 은행가의 아이로, 학교에서 사라졌다가 며칠 뒤 부모 집 거실에 나타난 것이다. 온몸의 피를 뽑아 잔을 넘치게 채우고, 머리에는 기름 칠을... 성경 시편 23편의 한 구절이 생각나는 장면이다. 같은 시각 유명 사업가의 상속녀가 납치 감금된다. 자신을 에세키엘(에스겔의 스페인어 표기)이라고 밝힌 범인은 절대 들어줄 수 없는(불가능한) 요구를 한다.

 

  좀처럼 드러나지 않는 범인, '방법''이유'에 관한 궁금증은 소설을 처음부터 끝까지 끌고 가는 힘으로 작용한다. 가장 안전한 곳이라고 여겨지는 곳에서, 가장 보호될 것이라고 여겨지는 사람이 사라졌다. 시편 23편이 연상되는 메시지... 에제키엘 선지자의 사명... 개인의 심리 묘사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전개는 아주 흥미롭다. 기자와 경찰 조직의 방해를 극복하는 과정(적보다 더 피곤하게 하는 아군), 문학성의 경계를 오가는 서술은 하드보일드를 그립게 한다...;;

 

  "범죄하는 그 영혼은 죽을지라 아들은 아버지의 죄악을 담당하지 아니할 것이요 아버지는 아들의 죄악을 담당하지 아니하리니 의인의 공의도 자기에게로 돌아가고 악인의 악도 자기에게로 돌아가리라"(에스겔 18:20, 개역개정성경)(p.343)

 

  "그런데 벌써 말해줘야 하는 건가... 넌 모든 걸 기억하는데, 너에게 상처 준 사람은 기억 못 하는 거야? 악과의 싸움에서 무슨 결과가 남았지?"

  안토니아는 할 말이 없어서,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날 찾아냈어, 안토니아 스콧. 그는 나를 선택했고, 나를 더 좋게 만들었지. 그는 나에게 파하르도 조종하는 법을 가르쳐줬어. 그는 널 위해 에세키엘을 만들어낸 거야. 우리가 선지자의 이름을 선택한 건 우연이 아니라고. 선지자는 큰 권능으로 말하잖아. 예언자는 오실 분을 선포하는 거라고."(p.540)

 

  유명 은행가의 죄? 유명 사업가의 죄? 불가능한 요청, 자녀는 부모의 죄를 담당하지 않는다는 성경 말씀... 그런데 자신을 예언자 에세키엘이라고 밝힌 범인은 왜 부모의 죄를 가지고 자녀를 희생하게 했는지 의문이다. 그리고 붉은 여왕과 대립하는 악의 존재가 기대된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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