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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밟기

[도서] 그림자밟기

요코야마 히데오 저/ 최고은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요코야마 히데오, 최고은 역, [그림자밟기], 검은숲, 2015.

Yokoyama Hideo, [KAGEFUMI], 2003.

 

  최근에 읽다가 중간에서 멈춘 책이 몇 권 있어서 쉽게 읽을 수 있는, 끝을 볼 수 있는 일본소설을 찾았다. 오랜만에 만난 요코야마 히데오의 소설은 진중한데, 빠르게 읽을 수 있어서 매우 만족이다. 신문기자 출신으로 경찰 소설의 대가라는 수식어는 늘 기대하게 한다. 그런데 여기서는 밤털이 도둑을 주인공으로 (물론 경찰 세계를 풍자)하는 7개의 단편 모음이다. 범죄, 추리의 옷을 입고 사람 사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소식, 각인, 포옹, 업화, 사도, 유언, 행방

 

  과거의 사건은 현재를 지배하고 있다. 마카베 슈이치는 '철벽의 마카베'로 불리는 밤털이 전문이다. 교육자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한때 법학을 전공하며 사법시험을 노릴 정도로 똑똑했다. 하지만 쌍둥이 동생 게이지가 빈집털이를 하다가 경찰에 쫓기고, 이것을 비관한 어머니는 집에 불을 질러 가족 모두가 죽는다. 홀로 남은 마카베는 남의 집에 들어가 물건을 훔치고, 경찰에 체포되어 감옥에 가는 생활을 한다.

 

  그럴 법도 했다. 게이지가 세상을 떠난 지 이제 곧 15년이다. 친어머니의 손에 타 죽은 영혼에게 갈 곳은 없었던 것인지, 게이지는 달리 길을 찾지 못하고 하나의 생명을 나누어 가진 형제에게 되돌아왔다......(p.22)

 

  혼자가 되었다는 건 외톨이가 되었다는 것이다. 자신의 그림자를 잃는 일이나 마찬가지였다.

  이승에 미련이 남은 게이지가 마카베의 마음에서 떠나지 못하는 게 아니었다. 마카베가 불러들인 것이다. 동생을 아무 데도 보내고 싶지 않아서, 그림자가 없는 어둠에서 도망치고 싶어서, 그래서 게이지의 영혼을 불러들여 자기 안에 붙잡아둔 것이다. 그날부터 지금까지......(p.135)

 

  특이한 것은, 이것이 실제로 일어난 일인지 아니면 정신적인 문제인지 명확하지는 않지만... 마카베에게 게이지의 목소리가 들린다. 미드 <덱스터> 시리즈에서 주인공의 곁에 죽은 아버지와 여동생이 나타나듯이, 마카베의 마음에는 게이지가 함께하고 있다. 게이지는 마카베의 내면을 반영하는 거울이고, 반사된 그림자이다.

 

  도시의 이면에는 평범하지 않은 삶이 있다. 기구한 팔자의 여인, 부패한 형사, 친구의 질투, 비정한 야쿠자, 부모를 잃은 소녀, 아들을 기다리는 노인 그리고 사랑하지만 함께하지 못한 연인이다. 마카베는 음지에서 해결사 역할을 하는데... 2년 전 자신이 감옥에 가게 된 과정을 알아내고, 형사의 죽임을 파헤치고, 소중한 사람의 누명을 벗겨내고, 도둑 사냥에 나선 야쿠자와 담판을 짓고, 산타클로스의 역할을 대행하고, 잠시 스친 인연으로 유언을 전달하고, 사랑하는 이를 보호한다.

 

  죽은 쌍둥이 동생의 영혼이 붙어있는 밤털이 도둑의 활약은 아주 매력 있다. 때로는 냉혹하고 때로는 자비롭게, 번뜩이는 재치와 뛰어난 통찰력, 사랑하는 여인을 두고 동생과의 갈등 심리, 경찰과 관료 사회의 불신... 안타까운 가족사는 방황하는 인생을 노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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