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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

[도서] 파도

토드 스트라써 저/김재희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1967, 미국 캘리포니아주 팔로알토의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역사 실험이 이루어졌다. 미국 내에서도 가장 부유하고 교육열 높기로 알려진 지역에서 실행된 이 실험은 학교 전체를 발칵 뒤집어놓았을 뿐만 아니라, 실험이 끝난 후 3년간 누구도 이에 대해 입을 열지 않을 정도로 큰 충격을 불러 일으켰다.

당시 실험을 주도한 역사 교사 존 론스는 수업 시간에 제2차 세계대전에 관한 다큐멘터리 영화를 학생들에게 보여준다. 그 참상을 접하고 충격 받은 학생들은 존 론스에게 독일 전체 인구의 10퍼센트도 안 되는 나치가 벌이는 일을 나머지 사람들이 어째서 막지 못했느냐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 대한 대답을 찾던 존 론스는 나치 시대 독일인이 느꼈던 공포를 학생들이 직접 느낄 수 있는 참신한실험을 계획하게 된다.

위 사건을 각색한 이 소설에서는 벤 로스가 역사 교사로 등장한다교실 안에서 바른 자세로 호흡을 가다듬는 일로 시작된 실험은 삽시간에 학교 곳곳으로 퍼졌고, 마침내 학생들 스스로가 파도라는 거대한 조직을 구성하기에 이른다. 파도의 구성원들은 훈련을 통한 힘의 집결! 공동체를 통한 힘의 집결! 실천을 통한 힘의 집결!”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조직 안에서는 모두가 평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처음에는 학교 내에 만연하던 집단 따돌림이 사라지고 불가촉천민이라고 불리던 왕따 학생조차 소속감을 가지고 조직 활동에 참가하는 순기능도 나타났다. 그러나 조직을 거스르는 유대인 학생을 파도 구성원이 구타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이에 거부감을 느끼는 학생도 생기게 된다예상치 못한 상황에 벤 로스는 당황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자신이 명령을 내려주기만을 기다리는 학생들을 보며 지도자로서의 의무감과 사명감을 느낀다.

이 실험은 어떤 집단의 힘이 커지면 거기에 속한 개인들은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을 잃어버린 채 자신의 권리를 포기하기 쉽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하물며 아직 성숙하지 않은 아이들은 어떻겠는가. 난생 처음 어딘가에 소속되었다는 느낌과 함께규칙과 질서 속에서 명령에 복종했을 때 따르는 쾌감을 맛보았다면 무언가가 잘못되었음을 깨닫더라도 쉽게 벗어날 수 없었을 것이다.

학교신문 편집부 포도나무의 편집장이자 모범생인 로리는 일찍부터 파도라는 조직에 위화감을 느끼고 학교신문을 통해 파도의 실태를 알리려다가 남자친구 데이비드와 갈등을 빚는다. 만년 꼴찌팀이던 축구부의 간판스타 데이비드는 이미 공동체가 주는 특별함에 사로잡혀파도의 일원이 되기를 거부하는 로리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나서야 자신이 권위의식에 빠져 권력을 휘두르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실험을 멈추려 애쓴다.

모든 학생이 스스로 깨닫는 결말이 아니라 지도자에 의해 충격을 받은 채 실험이 끝났다는 점은 아쉽다. 하지만 직접 조직 구성원이 되어 체험하고 얻은 교훈은 교과서를 백 번 읽는 것보다 값지고 소중한 경험이었을 것이다.

우리 민족에게도 잊어서는 안 될 뼈아픈 역사가 있다. 바로 일제 강점기이다. 독일이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언제라도 되풀이된다는 말을 가슴에 새기며 과거사 청산에 앞서는 반면, 일본은 역사 교과서를 왜곡하거나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는 등 전쟁에 대한 책임을 부정하는 모습을 보인다. 우리가 평등을 이룬다는 명목 하에 스스로 생각할 자유를 포기한다면, 언제 같은 비극이 되풀이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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