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번 에세이를 읽고나서, 앞으로 롱런할지 그냥 쭈그러들지는 다음 작품으로 판가름이 날것이라 생각했는데...
그런면에서 이 작가는 한국 문학의 한 축을 담당하며 한 획을 그을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박상영 작가의 장점인데, 책이 잘 읽힌다. 그러면서도 너무 저렴해 보이지도 않고...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오밀 조밀 잘 섞여 있다.
이 책도 그랬다. 긴 이야기를 끌고가는데 지루함이 전혀 없었다. 미스터리 기법(?)을 차용하여 글을 끌고나가는 것도 좋았다. 하지만, 이런 구성은..어디서 많이 본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였다.
무엇보다도 책을 다 읽고나니, 너무 마음이 아팠다.
그러한 날들에 대해서..등장인물의 악착같은 의지보다는...그냥 시간이나 세월이 약이되지 않았었나 싶기도 했다. 이걸 해피엔딩으로 봐야할지도 의문이고...또 그만큼의 시간이 지나야 잊혀지고 옅어지겠지.
사실, 이 책은 뭐 하나 제대로 해결해주지 못한 것 같다.
비밀을 간직한 소년들의 사건들은 그냥 시간이 기억으로 남는다. 태리와 관련한 학폭은 너무 가볍게 그려진 것 같기도 하고... 윤도도 그냥 독자의 시선에서 사라지고 만다. 해리도 잘 살고 있는건지...나는 모르겠다. 그래서 쓸쓸하고 안타깝고 그렇다.
작가의 말 중에,
'사실 나는 구원의 서사를 쓰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서로가 서로에게 몸을 기댄 채 그저 옆에 있어주는 것만으로 위안이 되는 관계를, 그 시절 내 삶에 주어지지 않았떤 구원의 존재를 가상의 세계속에서나마 찾아내고 싶었다'라는 구절에 줄을 그었다.
나도 그랬다...나를 구원해줄 사람이 있었으면...그렇게 생각했던 시절도 있었지.
뭐, 이젠 필요없지만.
누구는 이 책이 성장소설이라고 하던데...
이제는 '새의 선물'이나 '봉순이 언니'와는 다른 형태로 전개되는 성장소설의 시대인가보다. 글의 품격이나 고급진 면은 별로 없어서...그런 부분은 아쉽지만...뭐 또 그게 요즘의 트렌드라면 이제는 나도 받아들여야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또 박상영 작가의 행보를 보면 작가가 아니라 연예인 같기도 하다. 흉보는 것은 아니고...그냥 이런 시대가 도래했음에 대해서 나도 너그럽게 생각해야겠다는 생각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