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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만드는 아이들

 

 

 

2002년 4월, 일본에서 방송 활동을 할 때였습니다. 우연히 <소학관>이라는 아동 잡지에서 ‘아프가니스탄 어린이들에게 학용품을 보낸 일본 아이들’이라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일본의 한 초등학교 아이들이 모아서 보낸 학용품이 파키스탄에 있는 아프간 난민촌으로 가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학용품을 보낸 일본 아이들과 아프간 아이들이 만난다면 어떤 이야기를 할까 궁금해졌습니다. 보통은 모금을 해도 그 돈이 실제로는 어떻게 전달되는지 잘 모르기 마련입니다. 나는 학용품을 따라 가는 로드다큐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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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 후, 나는 <소학관> 관계자와 함께 난민촌의 초등학교로 학용품을 전달하러 갔습니다. 학교 안에는 300여 명의 아이들이 책상도 의자도 없이 맨바닥에서 책을 읽고 있었습니다.

 

사실 이곳에 전달될 학용품은 그리 많은 양도 값비싼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런데도 선생님들과 아이들은 무척 기뻐했습니다. 교장 선생님은 학교 마당에 전교생을 모이게 하고는 얼마 안 되는 학용품을 공평하게 나누어 주었습니다. 한 다스 연필을 한 자루씩, 24색 크레용도 한 색깔씩 나누는 것이었습니다.

 

아이들 얼굴에는 이내 함박 웃음꽃이 피었습니다. 그저 종이 한 장이라도 들고 와서 공부할 수 있는 것만도 다행인 아이들에게 알록달록한 크레용이나 길고 매끈한 연필은 큰 선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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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살 먹은 여자아이 루비나는 노란색 장갑과 도날드 덕 저금통을 받았습니다. 학용품도 아니고 일 년 내내 더운 편인 이곳에서 장갑이라니. 게다가 돈이 없으니 저금통도 무용지물이었습니다. 그런데도 루비나는 그 선물들을 낡은 천가방에 소중하게 넣었습니다.

 

나는 루비나에게 연필이나 공책이 더 좋지 않냐고 물었습니다.

 

“상관없어요. 태어나서 처음 받는 선물이거든요. 나도 선물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기뻐요. 이 선물을 보내 준 일본 아이가 누구인지 궁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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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비나네는 정말 가난했습니다. 아버지는 5년 전 병으로 돌아가셨고 홀어머니와 오빠 두 명, 남동생 그리고 큰오빠의 아내가 있었습니다. 하루에 한 끼밖에 먹지 못하는 형편인데다, 큰오빠의 아내가 아이들을 줄줄이 낳아 식구가 계속 불어나고 있었습니다.

 

루비나는 올케 언니와 함께 대식구의 살림을 해야 했습니다. 올케 언니는 루비나가 학교에 가면 혼자 일해야 해서 불만이 많았습니다. 루비나는 이렇게 눈칫밥 먹으며 학교에 다니고 집에 와서도 죽어라 일해야 하는 가엾은 아이였습니다. 뼈만 남은 아이의 다리를 보니 가슴이 아팠습니다.

 

+ + +

 

2주 뒤 나는 작별 인사를 하러 루비나 집에 갔습니다. 루비나는 일본에 가면 자기한테 선물을 준 친구에게 전해달라며 편지를 주었습니다.


       일본 친구들, 안녕.
       나는 파키스탄 페샤와르의 아프가니스탄 난민촌에 사는
       루비나라고 해.
       보내 준 장갑과 도날드 덕 저금통 잘 받았어.
       무척이나 예뻐서 매일 보며 행복해.
       나는 돈이 없어 너희에게 선물을 해 줄 수가 없어.
       그래서 이 편지라도 써서 주고 싶었어.
       선물 정말 고마워.
       알라의 은총이 너희와 함께하길 빌게.
       그럼 안녕.

 

+ + +

 

일본으로 돌아와서 나는 파키스탄에서 촬영한 영상을 아이들에게 보여 주었습니다.

 

“어? 저 필통은 내가 선물한 건데? 저 애가 내 선물을 가져갔구나. 신난다!”
“저 크레용은 내 건데?”

 

아프간 아이들이 학용품을 받고 좋아하던 모습 그대로, 일본 아이들도 자기가 보낸 학용품을 들고 좋아하는 아프간 아이들을 보고 흥분하며 연신 행복해했습니다.

 

그러나 루비나에게 장갑과 저금통을 선물한 주인공은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포스터를 만들어 교내에 붙이고 일주일 후, 드디어 고대하던 주인공이 나타났습니다.

 

노란 장갑을 보낸 2학년 남자아이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남쪽 나라는 밤에 춥다고 생각해서 장갑을 보냈어요.”

 

저금통을 보낸 4학년 남자아이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귀여운 저금통을 보면 슬프지 않을 것 같아서요.”

 

나는 루비나가 그들의 선물을 받는 장면과 루비나의 집을 보여 주었습니다. 아이들은 루비나의 모습을 보고 놀라움에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나는 루비나의 편지도 읽어 주었습니다. 예상치 못한 루비나의 선물에 아이들도 선생님들도 무척 감동받은 모습이었습니다.

 

+ + +

 

멀리 떨어진 두 나라를 연결한 것은 친구를 생각하는 아이들의 마음이었습니다. 이 아이들이 이 마음 그대로 큰다면 미래에 전쟁은 나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이 다큐멘터리가 방송된 후 방송국으로 학용품이 몇 트럭이나 도착했습니다. 나는 이 학용품들을 일본 시민 단체에 위탁해 아프간 난민촌으로 보냈습니다. 아마도 더 많은 루비나가 학용품을 받고 행복해하며 꿈을 꿀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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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아프다> 연재를 읽어 주신 여러분,

10회의 연재가 모두 끝났습니다. 짝짝짝.(;;)

책의 프롤로그로 시작해서 에필로그의 희망을 만드는 아이들 이야기로 끝을 맺었네요.

책에는 여기에 소개한 내용 말고도 더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으니

<사람이, 아프다> 책에도 많은 관심 가져 주세요.^^

벌써 책을 보셨다는 분도 계셔서 뿌듯하고 기뻤습니다.

 

연재 글을 스크랩하고 댓글을 남겨 주신 모든 분들, 다시 한 번 정말 감사합니다.

되도록이면 매주 화요일, 금요일 오전에 글을 올리려고 했지만,

다른 일이 많을 때는 오늘처럼 저녁 늦게야 포스팅을 하게 되어서 무척 죄송했습니다.

혹시라도 기다리셨던 분이 계시다면 사과의 말씀 올립니다.(__)

 

당첨자 발표는 처음 공지드린 대로 3월 14일입니다.

두근두근하는 마음으로 기다려주세요.ㅎㅎ

 

김영미 피디님에 대해 궁금해하시는 분들을 위해 최신 인터뷰 기사를 링크합니다.

저자 인터뷰 <--- 클릭!!

 

그럼 여러분 모두 아프지 말고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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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수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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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나

    http://blog.yes24.com/document/6174270

    처음 받은 선물이라니 가슴이 짠하네요... ㅠ 어렸을때부터 몇백만원씩 주고 생일파티를 하는 요즘이다보니.. 어린시절 그 소중한 마음을... 자신의 학용품을 나눠 선물을 하고 또 그 선물을 소중히 간직하는 그 마음을 그대로 간직하고 자란다면 전쟁이 없는 세상이 오지 않을까요..

    2012.03.09 22:58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북리더

    [스크랩완료] http://blog.yes24.com/document/6174356
    지금 내가 가진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새삼스레 생각해 보게 되는 글인 것 같습니다. 쓰지도 못할 물건들을 사서 결국은 못쓰게 만들어 버린 것이 한둘이 아닌데, 아이들에게 보내줄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 봅니다. 물건 귀한 걸 모르는 요즘 아이들에겐 루비나의 이야기가 정말 딴 세상 이야기일테지만 어느 한편에서는 많은 아이들을 생각해서 물건을 보내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세상이 참 따뜻하기도 한 것 같습니다.
    오늘 글이 왜 안 올라오나 싶었습니다. 그래도 마지막은 너무 슬프지만은 않아서 좋습니다.

    2012.03.09 23:21 댓글쓰기
  • bijousy

    http://blog.yes24.com/document/6174404
    오늘도 잘 읽고 가요.
    나눔이란 단순히 무엇을 주는 그 이상인 것 같아요.

    2012.03.09 23:36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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