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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야멘타 하인학교

[도서] 벤야멘타 하인학교

로베르트 발저 저/홍길표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벤야멘타 원장과 그의 누이 동생 리자 벤야멘타양이 함께 운영하는 벤야멘타 하인 학원. 하인을 양성하는 사설학원이다. 이곳에 어느 날 몰락한 귀족의 자제인 야콥 폰 군텐이 입학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사실 굴곡있는 스토리는 전혀 없다. 주인공 야콥이 학원에서 살아가면서 보고 느끼고 경험하는 일상에 관한 이야기이다. 엄밀히 말하면 이야기는 아니고 인물과 사물에 대한 야콥의 관찰과 사색의 표현이다. 쉽게 말하면 야콥의 아무렇지도 않은 일상의 설(說)이다.

 

이야기의 구조는 아주 평이하다. 짧게 짧게 이루어진 수많은 단락만이 쉬어가는 구간이다. 앞 단락과 다음 단락은 연결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건너뛰며 읽어도 무방하다. 앞에서 말했지만 이야기 구조가 아니기 때문이다. 주인공 야콥이 일상과 인물에 대하여 사색한 편린들이 모여서 이루어진 글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처음부터 순서대로 읽으면 술술 잘 넘어가는 독특한 이야기이다.

 

벤야멘타 원장에 대한 이야기. 원장의 누이동생 벤야멘타양과 야콥 자신과 동료 학원생들과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그의 동료 학원생들에 대한 이야기. 이들 모두에 대하여 야콥 자신이 느끼는 그들의 성격, 그들의 행동, 그들과 자신과의 관계들에 대한 고찰. 주인공 야콥은 소소한 성격분석을 좋아한다.

 

이런한 평이한 흐름에서 가끔 사건이 발생하기도 하는데, 사건에 대한 전말이 없다. 사건은 그냥 일어났다가 또 하나의 사색의 대상이 되고 그러다가 그냥 사라진다. 수염 잔뜩 난 40대의 벤야멘타 원장이 10대로 추측되는 주인공 야콥애 대하여 야릇한 감정을 표출하고 이를 감지한 주인공 야콥의 모호한 태도는 잠깐 스쳐가는 사건 정도로 여겨지고 이야기 어느 부분에도 영향을 주지 않는다. 또 벤야멘타양의 죽음은 느닷없다. 물론 사랑 때문에 죽을 거라는 벤야멘타양의 얘기가 미리 나오지만 어느 날 마루에 누워 있는 영혼 잃은 벤야멘타양의 시신은 생뚱맞기도 하다. 죽음의 원인도 없다. 더욱 혼란스러운 것은 주변 사람들의 행동이다. 아무렇지도 않은 듯 그들은 벤야멘타양의 시신을 둘러싸고 애도의 노래를 부른다. 이것도 그냥 스쳐가는 한 사건일 뿐이다. 다만 다른 것은 이것이 이 이야기의 끝을 향해 있다는 것. 야콥이 벤야멘타 원장을 따라서 떠나는 것으로 막을 내리는 이야기의 끝을 암시한다는 점이다.

 

주변의 인물과 인물들의 내면과 행동에 대한 치밀한 사색이 돋보인다. 광기로 치부되기도 하는 저자 발저의 천재성은, 등장인물들과 그 인물들에 대한 성격묘사. 그리고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형이상학적 관찰에 잘 드러난다. 이 이야기는 전혀 픽션이 아니다. 저자 발저의 생애를 살짝 비트러 놓은 것일 수 있다. 그래서   세밀한 사색의  주인공 야콥은 바로 저자 로베르트 발저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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