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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언 반스의 아주 사적인 미술 산책

[도서] 줄리언 반스의 아주 사적인 미술 산책

줄리언 반스 저/공진호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표지에 뚫린 구멍으로 얼굴이 보이는 사람은 누굴까. 책을 읽다 보니 팡탱-라투르가 그린 그림 속 시인 랭보다. 왜 랭보가 표지에 나왔는지는 모르갰다. 그런데 보면 볼 수록 잘 어울린다. 시인은 화면 밖을 응시하고 있다. 줄리언 반스는 화면 안을 주시할 때 이런 표정이 아니었을까.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시대의 소음' 등을 읽으며 줄리언 반스라는 소설가를 알았다. 섬세하고도 유려한 문체. 밀도도 높아서 읽기 쉽지 않은 소설을 쓰는 작가였다. 끊임없이 멈칫 거리며 문장을 곱씹게 하고 인간의 비애와 어리석음과 절망이 복잡하게 휘몰하치는 이야기로 한참의 여운을 남기는 소설들....

쇼스타코비치의 이야기를 쓴 '시대의 소음'을 보고 클래식 음악에 조예가 깊은 이인가 했는데 이 책을 보니 미술에도 상당한 식견과 애정이 있는 이인듯 싶다.

"미술은 단순히 흥분을, 삶의 전율을 포착해 전달하는 것이 아니다.

미술은 가끔 더 큰 기능을 한다. 미술을 바로 그 전율이다."

-서문, 18쪽

 

이 책은 저자에게 전율로 다가온 서양 근현대 화가들의 삶과 작품을 소개한다. 화가의 한 그림을 샅샅이 파고들기도 하고, 화가 개인의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자신의 예술을 위해 얼마나 골몰했는지를 탐색하기도 한다. 시대와 화가가 어떻게 교감했는 지도 그린다. 다만, 책 제목에  '사적인'이라는 말이 들어간 것처럼 어떤 화가와 어떤 그림을 다루는 지는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에 의해 선택되었다. 어떤 그림을 톺아볼 것인지, 화가의 어떤 면에 집중해 말할 것인지도 임의적이다.

이미 잘 안다고 생각했던 화가와 작품도, 생소한 이와 그림도 있었지만 그의 이야기는 모두 신선하기만 했다. 그림 배치도 적절해서 저자의 지적인 수다를 들으며 미술관을 둘러보는 느낌이 들었다. 

미술은 스케일이기도 해서, 좁은 책 지면에 인쇄된 도판 만으로는 그가 느낀 전율을 복제할 수 없었다.

그래서일까. 책을 덮으면서 당장이라도 어느 화가의 그림 앞에 서고 싶어졌다. 선과 색, 물감과 캔버스로 이루어진 한 예술가의 인생을 조용히 대면하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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