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블로그 전체검색
그냥, 사람

[도서] 그냥, 사람

홍은전 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5점

<시사인>에서 인상 깊은 글을 접하고 저자의 책을 찾아 읽게 되었다.

 

나라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겠지만, 일정 비율의 장애인은 어느 사회에서나 존재한다. '장애인 출현율'이라고 하던데, 2020년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장애인은 5.4%로 OECD 평균인 24.5%보다 현저히 낮다. 이는 의학적 장애 판정 체계 탓이라고 한다. 산업재해 사고 비율로는 오랫동안 수위를 차지할 정도로 불명예스러운 숫자는 죄다 1위인 한국의 현실을 감안하면, 실제 장애인 숫자는 다른 나라들보다 더 많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나라 인구는 22년 기준으로 5,160만이 조금 넘는다. 장애인 비율을 넣어 계산해 보면, 280만 명 정도가 장애를 가지고 있다. 그중 지체장애인이 50% 정도 되므로 한국에서 장애를 가지고 있어 자유로운 이동이 어려운 사람들이 140만 명 정도 되는 셈이다. 수원이나 울산의 인구가 110만 명 조금 넘으니 그보다 많고 광주시가 144만 정도 되니 한 도시에 모여 있다면 그 크기쯤의 시민 전체가 지체장애를 가지고 있다고 보면 되겠다.

 

내가 일하는 회사 본사에는 약 1,400명이 근무하고 있는데, 휠체어를 타거나 신체가 불편해서 보조적 수단을 이용하는 동료를 본 기억이 없다. 근무인원 1,400에 지체 장애인 비율을 대입하면, 약 40명의 숫자가 나오지만, 나는 단 4명의 지체 장애인도 보지 못했다. 회사가 사무실이 많이 위치한 도심에 자리 잡고 있으니, 주변에 사람들은 엄청나게 많다. 하루에도 수천 명의 사람들을 보고, 만나고, 스쳐 지나가지만 장애인은 거의 찾을 수 없다.

 

그 많은 장애인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 유럽이나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길거리에서 장애인을 마주치는 것이 굉장히 흔한 일이라고 한다. 어느 외국인은 우리나라 거리에 장애인이 거의 없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한다. 의료기술이 발달해서 장애가 모두 완치된 것인가?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우리나라처럼 장애인을 거리에서 보기 힘든 나라들이 있긴 하다. 장애인의 출현이 체제의 선전에 불리하다고 여기는 전체주의 국가들. 자유가 탄압받는 국가들 말이다.

 

우리나라의 발달장애인들은 대개 시설에 거주하는 경우가 많다. 어느 부모도 자식을 시설에 맡기고 싶지는 않다. 생활의 여력이 되지 않거나, 부모가 연로하여 자녀를 돌볼 형편이 되지 못하면 어쩔 수 없이 시설 말고는 대안이 없다. 발달장애인의 자녀를 둔 어떤 부모의 소원이 자식보다 하루 더 사는 것이란 말에 절절함을 느낀다. 함께 목숨을 끊었다는 뉴스도 있다.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이런 기본적인 권리가 철저히 무시된다는 것은 끔찍한 일 아닌가?

 

홍은전의 <그냥, 사람>에서는 소외받는 이들의 이야기와 더불어 장애인들의 이동권, 그리고 시설에서 살지 않을 권리를 위해 싸우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다. 한국 사회에서 장애인이 눈에 잘 띄지 않는 이유는 장애인이 독립해서 살거나 이동하기 위한 제도와 환경이 갖추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벌써 여러 명이 지하철에서 장애인용 휠체어 리프트를 이용하다가 추락해 숨졌지만, 지하철역에는 아직도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지 않은 곳들이 있다.

 

지하에 최첨단 레일을 깔고 초고속으로 달리는 고급진 교통수단을 건설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의 손톱만큼만 떼어내면 장애인의 이동권을 보장할 수 있다. 설사 그 비용의 두 배가 들어간다고 해도 해야 하지 않나? 적어도 장애인의 비율로 저상버스를 만들고 건물의 턱을 낮추고 엘리베이터 버튼 높이를 조절해야 하지 않겠나? 사회적 약자를 어떻게 배려하느냐를 보면 그 사회와 국가와 시민의 수준을 알 수 있다고 한다. 배려이기 전에 권리 아닐까?

 

자신이 중증 장애인임에도 불구하고 10년 동안 악착같이 모은 돈 2천만 원을 탈시설 운동에 써달라며 기부한 꽃님 씨의 모습을 보면 숙연해지기까지 하다. 물론, 중증 장애인이 독립하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24시간 장애 보조를 해줘야 할 수도 있고, 비용도 많이 들어간다. 그러나 우리 인간의 종 특성 중 가장 빛나 보이는 이성을 좀 사용해 보자. 우리가 어떻게 태어날지 베일에 가려져 있다면, 그러면 어떤 사회에서 태어나길 꿈꾸는가? 모든 사람이 바라는 평균만큼 세상은 나아간다.

 

 
취소

댓글쓰기

저장
덧글 작성
0/1,000

댓글 수 0

댓글쓰기
첫 댓글을 작성해주세요.

PRID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