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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교육

[도서] 나쁜 교육

조너선 하이트,그레그 루키아노프 저/왕수민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나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나를 더 강하게 한다.'라고 니체가 말했다는데, 여러 측면에서 생각해 볼 구석이 많은 경구다. '젊은 시절 고생은 사서도 한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말처럼 예나 지금이나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성장하기 위한 필수적인 과정이라고 여기는 듯하다. 그런 생각들에 기꺼이 동의하는 마음이 들지는 않는다. 오히려 어느 개그맨이 말한 '젊은 시절 고생하면 늙어서 골병든다.'라는 우스갯소리나 '아픈 청춘'에 대한 김난도 교수의 위로에 '아프니까 무슨 청춘이란 말이냐, 아프면 병원 가야 한다'라고 맞받아치는 인터넷 댓글이 더 마음에 와닿는다.

 

'고통'에도 강약의 차이가 있고, 죽을 만큼 세지 않더라도 견디기 힘든 일정 수준을 넘어서는 고통은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남긴다. 개인이 성장하기 위해서 기꺼이 받아들여야 할 '고통'은 그 수위가 적절하고 정밀하게 조절되어야 한다. 긍정심리학에서의 '몰입'의 조건과 비슷하다. 사람이 온전히 어떤 '과업'에 몰입할 때 강한 행복감을 느끼는데, 몰입을 일으키는 조건 중 하나가 과업의 난이도다. 너무 어려우면 포기하게 되고, 너무 쉬우면 따분함이 느껴진다. 자신의 능력보다 약간은 어려운 수준으로 과업이 설계되어야 몰입을 만들어낸다. 고통과 성장의 관계도 비슷하지 않을까.

 

이 책 <나쁜 교육>에서는 땅콩 알레르기 예를 들면서, 아이를 보호하려고 땅콩과의 접촉을 완전히 차단할 경우 아이의 면역력은 더 약해진다는 실험결과를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간혹 눈에 띄는 신문 기사에는 잘못 먹은 음식이 알레르기를 일으켜 어린 아이의 목숨을 앗아가는 사례도 등장한다. 면역력 증진을 위해 아이의 목숨을 담보로 삼는 부모는 세상에 없을 거다. 땅콩과의 접촉 기회를 늘리기 전에 특정 개인의 알레르기에 대한 반응성을 정확히 알아야 하고, 식단의 영양정보가 충분히 제공되어야 한다. 땅콩과의 접촉이나 면역력의 강화는 그다음이다.

 

일종의 정신적 면역에 대해서도 비슷한 논리를 펼칠 수 있겠다. 대학에서 보수적인 인사를 초청하여 강연을 하려다가 이를 알게 된 학생들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혀 강의가 취소되곤 한다. 보수 인사의 주장을 학생들은 듣고 싶지 않으며, 강연으로 인해 정신적 안정감이 훼손된다는 논리다. 미국에서는 유사한 사례가 최근 들어 증가하고 있으며, 보수적인 인사의 강연을 보이콧하여 무산시킨 사례가 그 반대의 경우보다 훨씬 더 많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격렬한 학생들의 반대로 예정된 강연을 하지 못하고 되돌아갔던 정치인들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책의 저자 조너선 하이트와 그레그 루키아노프는 둘 다 중도 또는 진보 성향으로 한 번도 공화당에 투표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 그들이지만, 진보적인 학생들의 이런 행위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한다. 학생들의 주장이 힘을 얻으려면, 반대의 의견을 듣고 서로의 주장이 겨루어 이겨내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정신적 안정감에 상처 입는다는 이유로 엄연히 존재하는 상대방의 의견을 외면하는 것은 땅콩과의 접촉을 완전히 차단해 면역력을 오히려 떨어뜨리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논리다. 부모의 양육방식, 스마트폰의 노출, 최근의 정치지형 등이 젊은 학생들의 이러한 경향에 일조를 하고 있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한 번도 보수당에 투표한 적이 없는 나는 페미니즘을 존중하고, 성 평등은 당연히 추구해야 할 가치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진보적인 시민들 사이에서도 동의하지 받지 못하는 극단적인 여성주의야말로 그들이 당연히 누려야 하는 권리를 찾는데 오히려 방해가 된다고 생각한다. 사실관계를 따져야 드러나는 사건의 실체를 무조건 성 대결로 몰아붙여 상대편을 절대악으로 공격하는 행태들. 2차 가해로 몰아 아예 언급 자체를 못하도록 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 제아무리 선한 일이라도 극단에 치달으면 악덕이 되기 쉽다는 이 책에서의 교훈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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