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블로그 전체검색
블랙아웃

[도서] 블랙아웃

박효미 글/마영신 그림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내가 어렸을 때는 종종 촛불을 밝히는 경우가 많았다. 초와 성냥은 갑작스런 정전으로 언제든지 찾을 수 있게 항상 같은 위치에 준비되어 있었다. 언제부턴가 집에 초가 사라지고 손전등마저도 없어졌다. 갑자기 정전이 발생될 일이 없으니까.

  전기는 우리의 삶은 편리하게 따뜻하게 시원하게 해준다. 전기는 교통, 통신 뿐만 아니라 상하수도, 폐수 처리과정에서도 필요하다. 우리의 일상, 거의 전반에 사용된다고 보면 된다.

  블랙아웃이란 전기가 모두 끊기는 '대정전' 사태를 의미한다. 이때 발생되는 일들은 상상을 초월한다. 전국의 신호등과 가로등이 꺼져 교통이 마비되고, 현금 지급기가 작동이 안 되어서 현금 사용만 가능하며, 정수장 펌프 가동시 전력이 필요하므로 단수가 되고, 병원에서는 의료 기기 작동이 멈추고, 식당이나 상점, 은행 등이 문을 닫고, 전화와 TV, 그리고 라디오, 인터넷이 안 된다. 또, 가스 시설이 마비되고 국가 기반시설이 붕괴되고 블랙아웃이 3일 이상 지속될 때는 치안이 붕괴되고, 국가 기능이 마비된다. 상상할 수도 없는 재앙이 닥친다. 잠깐이지만 우리나라도 2011년 9월 15일 약 6시간 정전된 적이 있다고 한다.


  <블랙아웃>을 읽고 나서 <눈먼 자들의 도시>를 읽었을 때의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그때보다 우울감은 더 심각했다. 아마도 우리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어서? 코로나 19로 일어난 유럽의 폭동(?)이 자꾸 겹쳐져서인지도 모르겠다. 너무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 같아서 어찌 풀어야 하나, 고민했지만, 이렇게 한꺼번에 겪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니 그대로 담을 수밖에 없었으리라.


"정말 기막히게 웃기는 세상이잖아. 오늘 새벽에도 그렇고, 지금 저 아저씨 말도 그렇고, 이런 와중에도 몰래몰래 자기들끼리 사는 인간들이 있다는 거야. 뭘 모르는 인간들은 마트 앞 땡볕에서 경찰한테 당하고 있고, 소방서에서 급수하나 눈치 보고, 근데 뭘 아는 인간들은 쉬쉬하면서 잘 살고 있다는 거지. 도대체 왜? 왜?" - 본문 187쪽

  블랙아웃으로 인해 모든 게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교회에서는 지하수를 나눠주는 줄에 선 동희와 동민 남매에게 자기 교회 신자에게만 나눠주는 게 규칙이라면서 나가라고 한다. 선교할 때는 '이웃을 사랑하라'라고 하지 않는가... 진수엄마는 마트에 갈 때도 이들 남매를 살뜰히 챙기는 모습을 보이다가 블랙아웃이 길어지자 닷새째 된 날, 남매만 지내고 있는 집에 들어와 20킬로그램짜리 쌀 포대를 강탈하다시피 빼았아 간다. 아는 사람이 적이 될 수 있음을 깨닫는다. 차례를 지키던 사람들의 모습은 사라지고 마트 유리를 깨고 물건을 훔치고 폭동으로 번지는 상황까지 치닫는다. 이때까지도 마트는 계속 전기가 공급되고 있다. 어디선가 석유를 공급받았을 것이다. 이게 무슨 상황이지? 누군가는 이 상황을 기회로 삼는다. 정부는 계속 정상화 예정이라는 속보만 내보낸다. 경찰은 자신들의 안위만 챙기느라 파출소 문을 꽁꽁 걸어닫은 채 남의 물건을 훔쳐가든 상관하지 않고 불구경이다. 물건을 훔쳐 달아난 사람을 잡아달라고 하는 남매에게 경찰은 오히려 적반하장이다. 

"도둑이 눈앞에서 사라지는데, 그 도둑은 안 쫓고 도둑맞은 사람한테 뭘 잃어버렸는지 쓰라고 하는 게 경찰 일이냐고요? 바로 쫓아갔으면 도둑 잡을 수 있었잖아요."

"그러니까 적으랬잖아. 뭐가 문제야? 여기다 써야 무슨 일인지 알고, 수사를 하던지 조사를 하던지 할 거 아니야? 어디서 건방지게 굴어?"   - 본문 120쪽

이런 경찰에게 동희는 "블랙아웃이 되니, 국가가 국민을 버린다."라는 말을 한다. 에효, 오늘 뉴스에서 파리 시민이 파리를 버리고 떠난다는 기사를 봤는데 어째 비슷하다.


  그럼 블랙아웃은 왜 일어난 것일까? 사람들은 웅성웅성 여기저기에서 들은 이야기를 꺼낸다. 한전 메인 컴퓨터가 해킹을 당했다거나, 발전소 연료봉이 샌 걸 숨기다가 블랙아웃이 감염병처럼 번졌다거나, 뇌물 받고 원전 부품을 불량을 써서 고장나서다거나, 전기를 너무 많이 사용해서 과부하가 원인이라는 등. 어느 게 진짜 원인인지 모른 채 분위기만 어수선하다. 마지막 페이지의 에필로그 김미나 기자가 쓴 기사 '블랙아웃 6개월, 달라지는 정책 점검'을 통해 블랙아웃이 발생한 원인을 유추해 볼 수 있다. 원인은 위에 나열된 모두가 다 포함된다는 사실.


  블랙아웃으로 인해 허술한 사회 시스템은 물론 위기에 몰렸을 때의 인간의 이기적인 민낯을 볼 수 있다. 

  이런 비상사태에서 어찌해야 하는지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았다. 교과서에서 읽은 책도 없고, 선생님이나 엄마 아빠한테도 들은 적도 없다. 세상이 이렇게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걸 최소한 알려 주기라도 했더라면, 동민이는 문득 배움이라는 게 꽤 어처구니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주율을 구하고 영어 단어를 더 외우는 게 대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당장 마실 물이 없는데  - 본문 156쪽

  삶에서 진짜 중요하고 필요한 '배움'이란 무엇일까? 고난이나 위기 상황에서 현명하게 해결해 나갈 수 있는 삶의 지혜는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 


  동민이는 넋 나간 사람처럼 행동하는 동희를 붙잡았다. 

"너나 정신 차려. 여기서 그럼, 우리만 양심적으로 지나칠까? 누가 알아줘? 어차피 세상 꼴은 이 모양이야. 인간은 다 그렇다고. 나 혼자 뭘 어쩐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야. 거기서 살면 거기서 사는 사람처럼 하면 돼!"  - 본문 221쪽

  재난과 불안감 앞에서 사람들이 얼마나 이기적으로 변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내용이다. 마트를 습격한 어른들이 물건을 닥치는 대로 쓸어 담고 때려 부수는 걸 본 동민이가 정신없이 휩쓸리는 누나를 붙잡고 외치는 장면이다. 아이랑 함께 이 책을 읽는다면, 반드시 인간 본성에 대한 성찰을 해야 할 것이다. 이런 상황이 일어난다면 어떻게 해야할 것인가. 지난번에 읽었던 <철학 통조림 매콤한 맛>에서 이타심과 이기심에 대한 내용이 떠오른다. 이기심은 '자기만을 사랑하는 마음이 아니라 자기마저도 사랑하지 않는 마음'이라는 것을. 여기에 해답이 있는 것 같다. 자기만을 위해서 이기적인 행동을 하다가는 결국 자기도 살아남지 못한다. 모두 다 죽는 것이다. 반대로 상대방도 배려하고 위한다면 함께 살 수 있는 방법이 반드시 있을 것이다. 동민이가 사는 아파트가 지어지기 전부터 이곳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경비원 아저씨가 사람들과 협동해서 오래 전 막아버린 지하수를 다시 뚫으려고 하지 않는가. 


  블랙아웃은 전기를 넘 많이 써서 전력 과부하가 원인일 수 있다. 전기를 많이 사용하면서 환경도 많이 안 좋아지고, 그래서 지구가 병들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지구의 환경보호를 목적으로 시작한 환경 운동 캠페인인 어스 아워(Earth Hour)가 떠올랐다. 탄소 배출량 등을 감소시키기 위해 매년 3월 마지막 주 토요일, 오후 8시 30분부터 1시간 동안 실시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12년붜 '60분 간 불을 끄고 지구를 쉬게 하자.'라는 주제로 서울타워, 서울특별시청 등에서 참여하고 있다. 가정집에서도 어렵지 않게 참여할 수 있을 것이다. 불을 끈 1시간, 이제 동참해야겠다.


  블랙아웃이 일어나면 가장 먼저 무얼 해야 하나. 블랙아웃이 일어나지 않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무겁고 우울하고 화가 나지만 위기상황이 발생한다면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그리고 있기 때문에 6학년 초등학생이나 중학생이라면 한 번쯤은 읽어보고 생각해보기를 바란다.



 
취소

댓글쓰기

저장
덧글 작성
0/1,000

댓글 수 0

댓글쓰기
첫 댓글을 작성해주세요.

PRID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