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보니, 내 기억속에는 '국립중앙박물관'에 가본 기억이 없다. 수도권에서 내가 살아온 인생의 절반이상을 보내왔으면서 지금까지 한번도 가본적이 없다니 이상하다. '박물관'을 좋아하는데 왜 안가본 것일까? 이런 의문감을 품은채 이재영 저자의 [박물관을 걸으며 생각한 것들] 이라는 책을 읽기 시작했다.
사실, 박물관을 가면 될 것을 이 책을 읽는게 무슨도움이 될까? 박물관에 가보았다는 것만으로도 책을 낼 수 있다고? 이런 생각이었다. 이런 생각은 책을 읽으면서 무뎌졌다. 오히려, 저자의 생각과 추억이 궁금해졌고 그 이야기들이 즐거워졌다. 저자를 따라 한걸음 한걸음 걷다보면 어느새 책에 나온 '국립중앙박물관'의 '소장품'들이 내 이야기가 된다.
저자가 어떤 사람인지는 잘 모르겠다. 적어도 한가지는 확실히 알겠다. 저자는 '술'의 묘미를 아는 사람이고 '삶'의 깊이가 있는 사람이다. 만나보지도 않았는데 저자와 아주 추운 겨울날 따뜻한 난로 앞에서 술한잔 기울이며 저자가 들려주는 박물관 이야기를 듣고 싶은 마음이 되었다.
유물과 다른 듯 닮은 이야기들을 읽고 국립중앙발물관에 가서 유물을 만나 유물과 닮은 자기의 이야기를 떠올려 보세요
- '여는말' 중
저자가 이 말을 몇 번이나 쓰고 지웠다고 한다. 상투적이라는 이유에서다. 내가 봐도 참 상투적이구나! 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저만한 말이 없다고 한 저자의 말처럼, 저 만한 말도 없는 책인 것 같다. 책을 읽고 국립중앙박물관에 가면 저자처럼 유물과 관련된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 하나만 소개해보겠다.
▲ 신윤복 필 여속도첩 중 저잣길
위 그림은 '신윤복' 화가가 그린 작품인데, 그분의 작품중 매우 보기 드문 작품이라고 한다. 신윤복은 양반의 풍류를 풍자하는 그림을 주로 그리고 배경을 치밀하게 그리는 반면 이 그림은 인물중심으로만 그렸기 때문이라는게 이 그림에 대한 설명이다.
저자는 어떻게 설명하고 있을까? 이 그림을 자세히 보면 가슴이 훤히 드러날 만큼 윗저고리가 짧은 것을 알 수 있다. 당시에 유행하던 옷이라고 하는데 지금보면 '크로탑' 같다. 저자는 유행은 돌고 돌아 오는 거라며 현재 대한민국의 유행이 조선시대 때부터 온 것이라는 것이라고 한다. 실로 내가 보니 그러한 것도 같다. 저자가 책에 했던 말처럼, 저잣길에서 저런 여인을 보았다면 한번쯤은 따라가보고 싶을만큼의 멋쟁이 이다.
위와 같은 저자의 생각이 담긴 마흔두개의 이야기가 책에 담겨져 있다. 나들이 하기 좋은 요즘 '국립중앙박물관'에 한번 가보는 건 어떨까? 아! 그전에 이 책을 읽고 간다면 더욱 재미있는 박불관 나들이가 될 것 같다.
=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