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블로그 전체검색
플레인 센스

[도서] 플레인 센스

김동현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과장 조금 보태어, 지나가는 사람 붙잡고 읽어보라고 권유하고 싶은 책 #플레인센스 를 읽었다. 서평을 시작하기 전, 거두절미하고 간단하게 소개부터 하자면.. 이 책은 비행 인문학. '비행'에 관한 모든 것이 담겨있는 책이다. 항공기에 관심이 많은 사람, 비행기를 타봤던 적이 있는 사람, 비행의 역사에 대해 궁금한 사람 등등.. 많은 사람들이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주제가 가득가득 담겨있다.

내가 이 책을 처음 알게된 곳은 트위터이다. 트위터에서 RT를 많이 타서(리트윗이 많으면 많을 수록 많은 사람들에게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관심을 받고 있다는 뜻이다) 나에게도 노출된 글이었다. 대략 비행기에 탔을 때 산소마스크가 내려오면 어영부영하지말고 바로 마스크를 착용해야한다는 내용의 이 책의 본문이었다. 내가 죽기 전에 비행기를 타는 횟수 동안 산소마스크를 써야할 경우가 과연 있을까? 있다면 아마 그 자리에서 무서워서 벌벌 떨며 눈물을 흘릴 것이다. 결코 맞이하고 싶은 순간은 아니지만, 그 트윗을,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영영 몰랐을 꿀팁이었다. 30초면 몽롱해지면서 죽을 수도 있다는 것. 그 때부터 이 책에 관심이 생겼다. 언젠가 읽어봐야지 하고 덜컥 구입부터 했는데, 아뿔싸. 두께가 너무 두꺼운 것이 아닌가? 383쪽에 달하는 결코 얇지 않은 책이었다. 심지어 내용도 빽뺵하다. 언제 읽지 싶었는데 쓸데 없는 걱정도 잠시, 자석에 이끌리듯 틈날 때마다 책을 읽었고 이틀만에 완독할 수 있었다.

일단 정말 재미있는 책이다. 정말 재미있고, 유익하다. 너무 유익해서 나만 알고 싶지 않은 그런 책이다. 우리가 책을 읽는 목적은 여러개가 있다. 힐링을 하고 싶을 때, 조언을 구하고 싶을 때, 즐거움을 느끼고 싶을 때, 삶에 대해 고민하고 싶을 때, 새로운 것을 알고 싶을 때 등등 우리는 다양한 목적으로 책을 찾는다.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일단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읽어보시라고 권해드리고 싶다. 재미도 있을뿐더러 새롭게 알게되는 내용들이 참 많고 유익하다. 나는 비행에 큰 관심이 없다. 항공은 더더욱 관심이 없고, 비행보다는 여행이 좋고 비행은 단지 이동 수단 중 하나일뿐이다.(그것도 매우 비싼!) 그런데도 불구하고 누구나 한번쯤은 비행기를 타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그리고 그 경험을 하면서 자연스레 가지는 의문들이 있었기 때문에 이 책을 읽으면 가려운 곳이 긁히는 기분이다. (대체 승무원은 왜 캐빈크루 라고할까? 부터....ㅡ궁금하지만 굳이 검색해서까지 해결하고 싶진 않았던 그런 궁금증들도 있었다ㅡ) 뿐만 아니라 내가 전혀 궁금해본적도 없던 비행의 역사, 항공기의 구조, 피로 쓰여진 항공 규정들을 낱낱이 알게 되는 재미가 크다.

이 책을 관통하는 것 같은, 가장 대표적인 문장을 꼽으란다면 역시 이 문장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비행 규정은 피로 쓰였다."

라이트 형제가 인류 최초로 비행을 성공한 1903년 이후, 약 100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비행의 발전은 미친듯이 빠르게 이루어졌다. 나는 산업혁명 시대에 태어나지 않았기에 각종 기술들의 발전이 얼마나 빨리 이뤄졌는지 체감하는건 사실 쉽지 않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 비행기는 정말 빠르게 미친듯이 성장하고 발전했다는게 느껴졌고 매우 놀라웠다. 또한 항공기의 발달은 전쟁 시기에 가장 많이 이루어졌다는 것과, 불과 우리 어머니 아버지 시대인 1960~70년대 때만 해도 하이재킹(비행기를 납치하는 행위)이 만연했다는 사실이 굉장히 놀라웠다. 지금으로썬 상상할 수도 없는 비행기 납치가 당시에는 낭만적인 이벤트 중 하나였으며, 하이재킹의 황금시대라고 명명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이 일어났다.

그러나 점점 더 폭력적으로 변하고, 승객들의 안전이 위협되는 사건들이 늘어나게 되고, 급기야 9·11 테러 사건이 발생하게 되면서 조종실 보안 정책은 강화되기 시작했다. 2020년을 살아가는 나는 당연하게 느끼던 사실들이 사실은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이 있은 후에야 가능했다는게 놀라웠다.


조종실이 승객의 서비스를 위한 공간에서 제외되고 오직 비행기의 통제실로서만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p. 71


당연한거 아닌가? 싶은 내용이 당연하지 않았던 시절이 있었던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승객의 서비스에는 조종실 견학, 조종사들의 승객 상대 등이 있다. 뿐만 아니라 비행기에 탑승하기 위해서 꼭 이뤄져야하는 탑승 수속과 보안 검색, 소지품 검사 역시 예전에는 당연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흥미로웠다. 그것을 하지 않는 이유가 단순히 "그렇게 되면 많은 불편을 느낀 사람들이 비행기가 아닌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하게 될까봐…" 라니.. 읽으면서도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그렇다면 지금도 사실은 하면 안되는 행윈데 다들 하는 비-안전행위는 무엇이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랜딩기어베이 이야기도 흥미진진(?) 했다. 비행기 좌석을 끊지 않고, 비행기 아래에 몰래 들어가서 국경을 넘었다는 이야기, 다들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그 사람들이 숨어 있는 곳이 바로 랜딩기어베이 이다.



비행기의 바퀴, 로만 알고 있었던 이것의 명칭이 바로 '랜딩 기어'이다. 그리고 비행기가 이륙하기 시작하면 바퀴는 접혀서 안쪽으로 들어가는데 그 공간을 '랜딩기어 베이'라고 이야기한다. 바로 저 틈새에 들어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아늑한 공간이 우리를 맞이할까? 아니다. 우선 밀려 올라오는 랜딩 기어에 끼어 죽거나 뼈가 으스러지게 된다. 혹시라도 운이 좋아 잘 피했다 하더라도, 비행기가 내는 어마어마한 엔진소리에 정신을 잃게 된다. 고도가 높아지면 온도는 영하 50도까지 내려가면서 동상에 걸리게 되고, 비행기에서 나오는 복사열에 의해 뜨겁게 뎁혀질 수도 있다. 이렇게 만신창이가 되어서 잘 버텨도, 착륙시 랜딩기어 베이가 위 사진 처럼 열릴 경우 그대로 추락하는 경우도 있다. (아, 책을 통해 알아야 되는 내용인데 독후감에 구구절절 다 써버렸다.) 놀랍게도 작가는 수많은 사례들을 직접 이야기해가면서 랜딩기어베이에 관한 끔찍한 사고들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어떻게 이렇게 자료조사를 다 하셨을까, 놀라웠던 기억이 난다.

사실 이 책을 읽으면 조금 무섭기도 하다.ㅋㅋ 비행이 가장 안전한 교통수단이라고는 하지만, 공중에서 사고가 났을 때 사망할 확률이 100%라고 생각한다면 비행기를 타기가 망설여지기도 한다.(나는 비행기가 살짝은 무섭긴 하다) 그런데 이 책의 절반 이상의 내용은 전부 비행기에서 일어났던 사고들에 관한 내용이다. 그러니 책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비행기에 대한 공포가 생길 수 있다. 그 공포를 극대화 하는 내용은 바로 기내 화재이다. 놀랍게도 기내 화재의 위험성이 이렇게 큰지 몰랐다. 하지만 기내 화재는.. 담뱃불 만으로도 쉽게 일어날 수 있으며, 그래서 더욱 무섭게 느껴졌다.



기내 화재는 여객기가 직면할 수 있는 가장 위험한 비상 상황이다.

p. 200


이 책을 읽고 알 수 있었던 사실 중 또 다른 꿀팁은, 객실의 산소마스크는 오로지 여압 상실 때만 내려온다는 것이었다. 모든 긴급한 상황이 아니라! 그 말은 화재 시에는 산소마스크고 뭐고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화재가 나면 화상보다는 유독가스에 의한 질식으로 죽는다. 비행 상황에서는 이 가스로부터 우리를 지켜줄 수 있는게 없다는 것이다. 과학시간에 좀만 수업을 들었던 사람이라면 연소는 공기 중의 산소가 있어야만 일어난다는 사실을 잘 알 것이다. 즉 산소마스크가 내려오게 되면 불난 집에 부채질 하는 꼴이기 때문에 산소마스크는 내려오지 않는다. 또한 비행기 기체를 둘러싸고 있는 수많은 와이어들(우리몸의 신경망 이랑 비슷하게 생각하면 될 것 같다)은 열에 매우 약해서 조금이라도 손상되면, 조종사의 조작 명령에도 비행기가 반응하지 않게 된다.(p. 205) 즉 기내에서 화재를 진압하지 못하게 되면 비행기는 짧은 시간 내에 위기를 맞이하게 된다는 것이다. 가장 오래 버틴게 약 15분이라고 하니.. 불나면 끝이구나 - 싶은 것이다.

무사히 착륙에 성공했다 하더라도, 승무원이 기체의 문을 여는 순간, 많은 양의 산소가 유입되면서 순간적인 열 분출현상, 플래시 파이어(flash fire)가 일어나게 된다. (p. 212)




기내 화재 파트를 읽을 때는 정말 끔찍했다. 어떤 방법으로도 살아날 수가 없겠구나 하는 생각에 무기력해지기도 했다. 그래서 항공기의 화재경보시스템은 그 어떤 것보다 가장 민감하다고 했다. 또한 조종사는 화재경보가 울리면 설령 그것이 진짜 화재가 아니더라도 무조건 회항해야 한다. 우물쭈물 하는 사이 불은 삽시간에 번지게 되고, 그렇게 되면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이 된다. 하지만 여기서도, 그놈의 항공사 수익 때문에 기내 흡연자들을 막지 못했다는 웃픈 이야기가 있었다. (p. 214) 읽다보니 슬슬 짜증이 날 지경이었다. ㅋㅋ 아오 그놈의 돈돈돈! 그래도 지금은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시라도 몰래 피는 사람들을 위해 화장실에 재떨이가 구비되어 있다는 점, 그리고 항공기 화장실은 밖에서도 열어 비상 시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담뱃불만 아니라 리튬배터리 역시 화재의 원인이다. 놀랍게도 2010년, 우리나라 비행기도 리튬배터리로 인한 추락사고가 있었다.(왜 기억이 안나지, 이렇게 끔찍한데ㅠㅠ) 안그래도 비행기를 탈 때, 배터리는 절대로 수하물로 보내면 안되고 소지해야한다는 사실이 의문이었다. 도대체 왜? 어차피 들고 타나 따로 타나 같은 비행기에 있다가 터지면 죽는건 마찬가지 아니야? 싶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서야 비로소 그 궁금증이 해소되었다. 바로 소지했을 때, 그나마 승무원들이 불씨를 바로 진압할 수 있어서였다. 폭발 가능성은 여전하지만, 기내에서 폭발할 경우 승무원이 바로 소화기 등을 이용해서 진압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수하물 칸에 있을 경우 폭발이 일어나고 화재가 커져야 이상 징후를 파악할 수 있다.(하지만 그때는 이미 늦었다.) 이 내용을 읽으니 비행기에 노트북, 핸드폰, 보조배터리를 가지고 타는게 이토록 무시무시한 일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과학 교사인 나에게 도움이 되는 내용들도 있었다. 일단 위에서 말한 화재 파트는, 연소 과정을 다룰 때 예시로 들어서 설명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학생에게 안전교육까지^^.. 그리고 뇌우 속을 지나가다 비행기 자체가 응결핵이 된 이야기도 학생들에게 얘기해주면 좋을 것 같다.(p.89)



학생들에게 응결에 대해 이야기해줄 때 먼지 등의 입자가 응결핵의 역할을 해준다는 이야기를 꼭 하는데, 어마어마한 크기의 비행기가 깨끗한 상공에서는 응결핵으로 작용한 경우도 있더라, 라고 이야기해주면 학생들이 흥미로워할 것 같다.




비행기와 관련된 이슈들, 사고들뿐만 아니라 항공 · 비행의 역사 또한 구체적으로, 흥미진진하게 소개되고 있다. 라이트형제의 비행에서 지금의 대형 여객기가 탄생하기까지의 일련의 과정들이 조종사 출신의 작가에 의해 덤덤하게 풀어내진다. 지금의 비행기가 발명되기 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이 있었다는 사실과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보잉과 에어버스가 성장하게 된 이야기, 대표적인 비행기들의 구조 등등 눈깜짝할 사이에 책의 중반을 넘어가게끔 하는 재밌는 내용들이 무궁무진 하다.

조종사가 가져야할 태도도 굉장히 인상깊었다. 어떤 예기치 못한 긴급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절대 평온을 유지해야하는 조종사들. 어떠한 감정의 동요도 없이 관제사에게 상황을 전달하고 대처해야하는 조종사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조종사는 아무나 할 수 있는 직업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움직이는 비행기에 몸을 싣는 것 조차 두려움 반 걱정 반인 나에게, 거대 여객기를 조종하고 수백명의 생명을 어깨에 짊어지고 긴 시간 비행해야 하는 조종사는 신의 경지인 것 같다. 마지막 단 두 페이지 짜리 에필로그를 읽으면서, 무언가 덤덤하고 담백하다고 생각했던 문장들이 실은 기장 출신인 김동현 작가라서 느껴지는 감정이란 생각이 들었다.

 
취소

댓글쓰기

저장
덧글 작성
0/1,000

댓글 수 0

댓글쓰기
첫 댓글을 작성해주세요.

PRIDE1